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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0
씬/1 D, 현재, 경찰청 소회의실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소리가 들릴 듯 조용하고 어두운 실내,
하얗고 커다란 스크린에 찰칵 소리와 함께 비춰지는 백골사체로 발견된 카페 알바생, 이혜영의 평범한 사진, 화면 가득 담긴다.
수현(소리) : 이혜영, 2000년 9월 실종, 실종 당시 나이 27세.
다음 화면, 주부 서영진이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수현(소리) : 주부 서영진, 2001년 5월 실종, 당시 나이 35세.
순서대로 이어지는 다음 희생자들의 사진들에 맞춰서 흐르는 수현의 목소리.
수현(소리) : 박아영, 2004년, 3월 실종, 당시 나이 25세. 노현미, 2005년, 10월 실종, 당시 나이 43세.
박세정, 2006년 4월로 실종 추정, 당시 나이 28세. 김윤민, 2008년 1월 실종, 당시 나이 39세.
남궁선, 2010년 4월 실종, 당시 나이 31세. 이미정, 2011년 6월 실종, 당시 나이 23세.
사진과 수현의 소리 사이사이 소회의실에 모인 사람들 보여진다.
화면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경찰청장과 범주를 비롯한 국장급 간부들.
그리고 한쪽에 앉아있는 치수와 브리핑 중인 수현이다.
그리고 찰칵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마지막 사진. 담요로 싸여지고 머리에는 검은 비닐봉투가 씌워진 백골사체다.
사진 위로 수현의 소리.
수현(소리) : 그리고..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마지막 피해자 포함 총 9구의 백골시신이 동의산 남서면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굴현장의 사진으로 넘어가는 화면.
수현 : 각각, 돗자리, 박스지, 김장용비닐봉투 등으로 온몸이 싸여 있었고
머리에는 검정색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매장된 상태였습니다.
청장 : ..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란 얘긴가?
수현 : ...예. 그렇게 추정됩니다.
수현을 바라보는 범주의 날카로운 눈빛. 낮은 한숨소리가 가득한 장내.
수현 : 이게 다가 아닙니다.
수현, 화면을 조정하면 화면에 떠오르는 97년, 홍원동 사건의 피해자 상미와 인희의 사진.
수현 : 97년, 홍원동 일대에서 발생했던 미제사건의 피해자들입니다.
사체의 포장 방법, 범행수법 등이 이번에 발견된 사체들과 거의 일치합니다.
화면을 굳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동.
청장 : ..이게 무슨 소리야. 그때, 경찰이 범인을 못 잡아서 아홉명이 더 죽었단 얘기야? 도대체 뭣들 하고 있었던 거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이고 여론이고 난리가 날텐데, 이 사태를 어떻게 막을 꺼야!
범주 : ...막을 순 없죠. 막아서도 안됩니다.
청장 : (기가막힌) 뭐요?
범주 : 무려 아홉명이나 희생당한 연쇄살인사건입니다. 언론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청장 : 그래서 지금 경찰이 무능했다, 자진납세라도 하자는 건가?
범주 : ..장기 미제 전담팀에 이 사건을 맡기죠.
수현, 치수, 범주를 본다.
범주 : 경기남부 사건부터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한 팀입니다. 대외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어요.
과거에 경찰이 잘못해서 미제로 남은 사건을 전담팀이 맡아서 해결한다. 이 정도면,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청장 : ....(다른 국장들 둘러보며) 자네들 생각은 어때?
경무국장 : 수사국장 생각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청장 : ...좋아. 광수대도 전담팀 수사에 전력을 다해서 지원해주고,
사건 수사 진행 상황, 수사국장 통해서 바로 바로 나한테 보고해.
치수 : 알겠습니다.
씬/2 D, 경찰청, 복도
회의가 끝난 듯 하나둘씩 복도로 나서는 국장들.
마지막으로 나서는 범주, 복도를 걷기 시작하는데 저 앞쪽에서 범주를 기다린 듯 서 있는 치수.
범주, 치수 힐긋 본 뒤 스쳐 지나가려는데..
치수 :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범주 : (보는)
치수 : 전담팀이 실패하길 바라시는 거죠? 그러면 모든 책임을 물어서 전담팀을 해체라도 시키시려는 거.. 아닙니까?
범주 : 왜, 그래도 자기 새끼들 이라구 걱정되나? 그래서.. 박해영이 김성범 뒤를 캐고 다니는 것도 보고하지 않은 거야?
치수 : (멈칫)
범주 :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이번 사건, 실패하면 당하는 건 전담팀 뿐만이 아닐거야.
차갑게 돌아서서 멀어지는 범주를 바라보는 치수.
씬/3 D, 광수대 사무실/장기미제 전담팀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기중인 광수대 형사들.
가장 끝에 위치한 장기미제 전담팀 사무실에서 대기중인 전담팀원들 역시 굳은 얼굴들인데..
다들 앉고 서고 한 자세에서 모두의 시선, 수현에게 고정돼 있다.
해영 : ...얘기해 봐요. 차형사님이 납치됐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왜 범인을 잡지 못한 거예요.
씬/4 N, 과거, 형기대 사무실
응급처치를 끝낸 듯, 따뜻한 물잔을 한잔 들고 앉아있는 수현을 둘러싼 재한과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
정제 : 괜찮겠냐? 병원에 입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재한 : (눈빛은 걱정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해봐.
수현 : (눈빛 떨려오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재한 : 차수현. 넌 그냥 피해자가 아니라 형사야.
수현 : (보는)
재한 : 널 납치한 놈은 벌써 두 명을 죽인 놈이야. 그 놈을 잡으려면 니 기억이 필요해.
정제 : 야, 확증도 없으면서 왜 그래? 반장님도 단순 납치사건으로 수사하라구 그랬잖아.
재한 : (정제 말 아랑곳 하지 않고 수현만 보며) 얘기해봐. 본 게 없으면 들은 거라도 있을 꺼 아냐.
수현 : ...소리...
사람들 수현에게 집중하는..
수현 :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똑...똑...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점차 커져온다.
-인서트
진우의 집 화장실, 똑똑 물이 떨어지던 개수대.
검은 비닐봉지가 머리에 씌워진 수현이 양 손이 뒤로 묶인 채 벽에 기대 앉아있는데,
다가오는 진우의 인기척. 들려오는 목소리.
진우(소리) : ...사는게.. 힘들지?...소리 내면 안돼. 그러면.. 혼나.
-형기대 사무실로 돌아오면
수현 : ...목소리는 젊은 남자 같았어요... 그리고.. 손..
-인서트
진우의 창고, 수현의 목에 갖다대는 진우의 손가락.
-형기대 사무실, 점차 떠올리면서 힘들어하는 수현.
수현 : ...가늘고... 차가웠어요. 그러다가.. 조금만 기다리라면서.. 나갔어요.. 문이 열리고 찬 바람이 들어와서..
지금 안 나가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어나서.. 문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가 그때를 떠올리자, 공포가 밀려오는 듯, 눈을 질끈 감는 수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괴롭다.
수현 : 못 하겠어요.
재한 : 계속해.
정제 : 야, 좀 쉬었다가..
재한 : (수현의 양 어깨를 잡고) 차수현 나 봐.
수현 : (시선 외면하는데)
재한 : (그런 수현을 억지로 자기를 보게 만든다) 나 봐.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얘기해봐.
수현 :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한 마디 한마디 힘겹게 말을 꺼낸다) .....문을...찾았는데...
-인서트
-진우의 집. 화장실을 나오는 수현. 벽면을 따라 아까 소리가 났던 곳을 향해 더듬더듬 떨리는 손으로 향해 걸어가는 수현.
그러다가 벽면쪽에 놓여진 장롱을 지나는데, 한쪽이 열린 장롱안을 더듬더듬하던 수현의 손이 닿은 곳..
장롱안에서 삐죽 나와있는 죽은 여자의 손이다.
차갑게 굳어 있는 시신의 손을 만졌다는 걸 깨닫는 수현. 공포가 밀려오면서 덜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다시 형기대로 돌아오면, 굳은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는 재한을 비롯한 형사들.
수현 : (그때가 생각나는 듯 벌벌 떨기 시작하는)....
정제 : 정말.. 시체가 있었어?
수현 :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 손.. 너무.. 차가웠어요..
재한 : 그래서 어떻게 나온 거야?
-인서트
-진우의 집 패닉이 된 수현. 미친 듯이 손으로 벽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문을 찾기 시작한다.
드디어 한쪽벽면에 위치한 문에 도착하는 수현.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 여기다.
미친 듯이 문고리를 잡아서 열어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문 밖을 비추는 화면. 문 밖에 설치된 녹슨 빗장이 걸려져 있다.
문 안, 수현 문이 열리지 않자, 더욱 패닉이 되는, 쾅쾅 사력을 다해 문에 몸무게를 실어 부딪치기 시작한다.
결국, 쾅 열리는 문.
-형기대로 돌아와서, 덜덜덜 떨고 있는 수현.
재한, 정제를 비롯한 형사들, 말없이 그런 수현을 바라본다.
재한 : 그 다음은?
수현 : 계속 뛰었어요. 그런데.. 뭔가 세게 부딪치고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까.. 선배님이 있었어요..
재한 : (보다가) 어디로 뛰었어?
수현 : ...그냥 앞으로만 뛴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재한 : ...몇 분 정도 걸렸어?
수현 : 모르겠어요.
재한 : 생각해봐.
수현 : ....10분, 15분 정도였던 거 같아요.
재한 : 다른 건?
수현 : ....냄새..
재한 : 어떤 냄새?
수현 : ...집을 나왔을 때.. 시궁창 냄새가 났어요...
시선 마주치는 형사들.
정제 : 홍원동에 개천이 있어. (수현에게) 물 흐르는 소리는?
수현 : ...잘 모르겠어요..
재한 : 생각해봐.
수현 : ...들은 거.. 같아요. 물 흐르는 소리 들었어요.
정제 : (보다가) 이제 그만해. 홍원동 개천 주변, 화장실이 딸려있는 1층집.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남자. 그 정도면 금방 찾을 꺼야.
(수현에게) 이제 좀 집에 가서 쉬어라. 아니면 병원에 가던지.. 누가 좀 데려다 줘.
씬/5 N, 과거, 형기대 건물 앞
기동차량 뒷자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타고 있는 수현. 출발하는 자동차.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정제와 재한.
정제 : (차가 출발하자 그제서야) 야, 넌 꼭 놀란 애한테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대답도 없이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재한.
정제 : 어디가!
재한 : (눈빛 살기 등등하다) 무기고. 이 개새끼.. 죽여버리고 만다.
씬/6 과거, 몽타쥬
-낮, 형기대 사무실 벽면에 한가득 붙어있는 홍원동 일대의 지도.
발견장소라는 점. 그 점에서 일직선으로 개천까지 연결된 여러 선들.
개천까지 연결된 동그라미들을 연결해서 테두리를 표시하는 정제. ‘감금장소 예상지역’이라고 적는다.
정제 : 화장실이나 개수대가 딸린 1층집. 20대 초중반, 독거남.
-낮, 진우의 집, 개수대에서 똑똑 물이 떨어지고 있다. 물을 잠그는 손. 바로 진우다.
말없이 창고 바닥에 있는 노끈들, 커다란 박스지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서서히 빠지면, 화장실 하나가 있고, 장롱 하나, 싱크대 하나가 달랑 놓여있고
다른 건 아무것도 없는 허름하고 창문 하나 없는 반지하방같은 느낌이다.
-낮, 동사무소, 홍원동 지도의 붉은 색 테두리 안을 가리키는 형사들.
직원, 장부를 열고 독거남을 확인한다. 받아적는 형사들.
-수현이 납치된, 개가 묶여있던 공터 주변을 둘러보는 재한과 정제. 하얀 개는 사라져 있다.
-밤, 깨끗이 정리된 진우의 집 안, 문도 닫혀진 장롱.
진우, 내부를 보다가 달칵 불을 끈다. 어두워지는 집.
-수현이 발견됐던 장소 주변, 재한과 정제 주민들에 말을 묻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는 것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느 주택에서 나오는 재한, 정제. 이번에도 소득이 없는 듯, 답답한 얼굴들.
-밤, 문이 열리면서 걸어나오는 진우. 허름하고 외진 단독주택에 딸린 쪽문이다.
가로등 하나 켜져 있는 마을쪽을 향한 길을 천천히 걸어서 사거리쪽으로 나오는 진우.
그때, 그런 진우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형사들이 탄 차.
-밤, 차 안, 힐긋, 진우가 내려오던 길 쪽을 바라보는 형사1.
형사1 : 저쪽은?
형사2 : (수첩 보며) 저쪽 주소지엔 혼자사는 남자가 없어.
-밤, 사거리 일각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진우의 시선.
몸을 돌려 자동차와 반대쪽 방향으로 걸어가는 진우의 뒷모습.
씬/7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수현의 얘기를 듣고 있는 해영, 계철, 헌기.
수현 :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그때 반장이었던 김범주 국장이 사건 종결을 지시했거든.
해영 : ...사건을 종결해요? 두 명이 죽고 경찰까지 당할뻔 했는데요?
(답답한) 그때 범인만 잡았어도.. 다른 아홉명은 살 수 있었어요.
계철 :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연쇄살인 좋아하는 간부는 없어.
헌기 : 동기가 없잖아요. 그냥 죽이고 싶은 욕구로 불특정다수를 죽이니까 단서가 턱없이 부족한 겁니다.
지금까지 잡힌 연쇄살인범들도 시민들의 제보나 우연히 얻어걸린 단서로 잡은 거에요.
계철 : 뭣 빠지게 뛰어다녀도 단서는 없고, 무능하다구 손가락질이나 당하고.. 그럴 때 마다 누군가는 재수없게 걸려서
책임지고 옷을 벗게 되거든.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만약 못 잡으면, 우리가 다 뒤집어 쓸 수도 있어. 한 마디로 똥 밟은 거지.
씬/8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대회의실
전면에 설치된 화면에 떠 있는 2000년 실종된 이혜영부터
2011년 마지막엔 신원미상이라고 적힌 백골사체의 추정된 키 000cm와 나이 20대 후반~ 30대 초반까지 적혀 있다.
치수와 광수대 요원들을 앞에 두고 설명중인 수현.
수현 : 마지막 한구를 제외하고 신원이 밝혀진 여덟 명의 피해자들의 유가족을 탐문한 결과 주목할 만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숨진 8명 중 세명은 홍원동에 거주하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명은 실종시기에 직장, 이사, 결혼 등의 이유로
홍원동 근처에 자주 와야만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수현, 화면을 바꾸면 97년, 윤상미와 주인희의 사체가 찍힌 현장사진이다.
수현 : 97년 두 명의 피해자들을 비롯해 모든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홍원동에 연고가 있었고,
시신이 발견된 동의산 남서면 역시 홍원동 북부지역과 맞닿아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범인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홍원동에 직장이나 거주지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치수 : 그거 외에 다른 단서는?
수현 : (치수와 강력계 형사들 보다가) 연쇄살인, 특히 이번 경우처럼 과거에 저질러진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는
프로파일링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현, 해영에게 눈짓한 뒤, 내려오면 해영, 발표를 위해 앞으로 나선다.
강력계 형사들의 눈빛, 눈에 띄게 차가워진다.
뒤쪽에 앉은 강형사는 ‘재수없게..’ 들릴 듯 말 듯 얘기하고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문을 열고 나가버리려는데..
해영 : 모두 아시겠지만... 전 이론만 알고 수사에는 전혀 문외한입니다.
해영을 보는 형사들의 뭐야? 하는 눈빛. 강형사 역시 멈칫하면서 돌아보는.
해영 : 그러니까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이론적인 얘기일 뿐입니다.
범인을 잡고 나면 모두 엉터리에 허무맹랑한 추측일 수도 있어요. 수사를 하실 때,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강형사, 그래 한번 들어나 보자는 듯 팔짱 끼고 보는.. 다른 형사들 역시 말없이 해영을 바라본다.
해영 : 동의산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백골사체들의 포장상태와 매장의 깊이 등을 살펴봤을 때
범인은 매우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추정됩니다.
씬/9 D, 편의점
9부, 진우가 일하던 편의점과는 다른 편의점.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손길의 손톱,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서서히 빠지면, 판매대를 정리중인 이제는 30대 중반이 된 진우. 깔끔한 옷차림새에 머리형이다.
그 위로 깔리는 해영의 목소리.
해영(소리) : 옷차림이나 머리형 역시 강박적으로 깔끔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주지건, 직장이건, 주변 역시 깔끔하게 정리돼 있을 꺼에요.
진우가 정리중인 판매대 보면, 한 줄의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씬/10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대회의실
여전히 설명중인 해영.
해영 : 사체를 포장하는 데에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됐을겁니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자기만의 작업장이 있었을거고,
마당이 없는 독채에 거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 마당이 있었다면 거기에 파묻지,
힘들게 동의산까지 시신을 옮기지 않았을 꺼에요. 또한 피해자들의 특성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나이도 외모도 키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단 한가지 유사한 점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건, 우울증 직전까지 갔건
우울한 성향을 보였다는 겁니다.
씬/11 D, 편의점
카운터로 돌아오는 진우. 가방 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서 복용한다. 그 위로 깔리는 해영의 소리.
해영(소리) : 이런 경우 범인 역시 동일한 성향이나 병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범인 역시 우울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그때, 딸랑 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20대 후반의 여자, 승연이다. 귀염성이 묻어나는 외모지만,
피곤한 눈매에 전혀 꾸미지 않은 허름한 차림. 사발면을 가지고 오는데, 진우의 얼굴을 보지도 않는다.
그런 승연을 눈여겨 바라보는 진우의 시선.
-시간경과되면 사발면을 먹는 승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듯 진우를 힐긋 보는데,
진우 가만히 승연을 바라보고 있다.
승연, 뭐지? 이상한 시선으로 다시 사발면을 먹는다.
해영(소리) : 또한 그런 피해자들의 성향을 관찰하려면 오랜시간이 필요합니다.
계속 피해자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을 꺼에요.
씬/12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대회의실
해영 : 피해자들이 다녔던 심리 상담소라던지, 자주가던 단골집 등 공통적으로 방문하던 곳을 찾아내는 게 급선뭅니다.
피해자들이 집과 직장을 오갈 때 사용했던 출퇴근 경로나 자주 가던 곳, 공통적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합니다.
치수 : (해영을 보다가 수현 보는) 차수현 니 생각은?
수현 : 저 역시 동의합니다.
치수 : 좋아. 그럼 강력1팀은 피해자들이 다니던 직장 동료 등 자주 만나던 지인들 리스트 작성하고
강력 2팀은 피해자들 이동 경로 파악해. 전담팀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마지막 피해자, 신원확인에 주력하도록.
수현 :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일동 : (보면)
수현 : 유일하게... 범인을 목격한 증인이 있습니다.
씬/13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복도
형사들, 다들 윗옷을 걸쳐입고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회의실에서 나온 수현, 전담팀을 향해 걸어가려는데, 뒤에서 따라 나오는 해영, 그런 수현을 잡으며.
해영 : 정말 법최면 받으실 거예요?
수현 : 같은 말 두 번 듣는게 취미야?
해영 : 아무리 형사라도 그런 일을 당했다면, 당연히 정신적인 외상이 남아있을 겁니다. 괜찮겠어요?
수현 : ...훨씬 전에 했어야 하는 일이었어.. 나 때문이야.. 저 피해자들.. 내가 못 잡아서 죽은 거라구..
해영 : 범인 얼굴도 못 봤다면서요.
수현 : ..얼굴은 모르지만, 집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내 기억 어딘가에 분명히 단서가 있을 꺼야.
씬/14 N, 법최면실
어두운 방, 카우치 의자에 누워있는 수현. 천장에 설치된 흐릿한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앉아서 법최면을 유도하고 있는 법최면가.
최면 : 이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어봅니다.
수현,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최면 : 숨이 들어와 당신의 온 몸 구석구석을 이완시켜줍니다. 아주 편안함을 느낍니다. 호흡에 집중하세요.
씬/15 N, 법최면실 옆 관찰실
관찰실에서 지켜보고 있는 치수, 해영, 계철, 헌기.
관찰실 유리 너머 카우치 의자에 누워있는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
씬/16 N, 법최면실
최면에 점차 빠져드는 수현을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유도하는 법최면가.
최면 : 지금은 1997년, 12월 20일 밤입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납치됐습니다.
눈을 감은 수현의 낯빛, 공포로 일그러진다.
-인서트
검은 비닐봉투에 뒤집혀졌던 당시, 수현의 시선.
-다시 법최면실
최면 : 다른 건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 집에서 나왔을 때로 돌아가보죠. 찬 바람이 느껴지나요?
씬/17 N, 과거, 몽타쥬
-쾅, 문이 열리면서 반동으로 문밖으로 쾅 쓰러지는 수현.
최면(소리) : 그 뒤에 어떻게 됐죠?
수현(소리) : ...넘어졌어요.... 냄새..
최면(소리) : 무슨 냄새가 나죠?
수현(소리) : 썩은 냄새... 시궁창 냄새요..
최면(소리) : 그리고 어떻게 했죠?
금방이라도 누가 덮칠 것 같다. 겁에 질린 몸짓으로 겨우 일어나 정면만 보며 뛰어가는 수현.
검은 비닐봉투 너머로 오른쪽에 위치한 가로등의 불빛이 마구 흔들린다.
씬/18 N, 현재, 법최면실
카우치 의자에 누워 수면에 빠진 수현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는 법최면가.
최면 : 그 뒤에 어떻게 됐죠?
수현 : ...달렸어요.. 앞만 보고.. 그런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아요..
-인서트
-과거, 또 다시 벽면에 부딪치면서 나동그라지는 수현. 느껴지는 벽면의 거친 느낌.
일어서려다가 머리에 부딪치는 동그란 대문의 손잡이. 다시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하는 수현.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 왼편의 가로등 불빛.
-다시 법최면실로 돌아오면 수현, 그때를 기억하는 듯 숨이 가빠진다.
최면 : 계속 뛰고 있나요?
수현 : 예.. 계속 앞만 보고 뛰었어요.. 그런데..
-인서트
-과거, 달리던 수현, 뭔가와 쾅 부딪친다.
-다시 법최면실로 돌아오면 누워있는 수현에게 질문을 던지는 법최면가.
수현 : ...뭔가와 부딪혔어요.
최면 : 어디에 부딪쳤는지 보이나요?
수현, 순간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고개를 뒤로 젖힌다.
수현 : 답답해요.
최면 : 괜찮아요. 당신은 안전합니다. 천천히 호흡하세요.
하지만, 계속해서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괴로워하는 수현.
최면가, 관찰실 유리문쪽을 바라보며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씬/19 N, 동장소
최면에서 깨어난 수현, 어둡고 지친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아 있고
그 옆에서 수현을 지켜보고 있는 해영, 계철, 헌기, 치수.
해영 : 괜찮아요?
계철 : 결국 최면을 했어도 범인의 집에 대해선 예전하고 단서는 똑같네.
수현 : (낯빛이 좋지 않지만 치수에게) 한번 더 해볼께요. 뭔가 놓쳤을 수 있어요. 아니.. 뭔가 놓친 거 같아요.
해영 : 아뇨. 차형사님 기억을 토대로 범인의 집을 쫓은 건 과거의 실패한 수사방법입니다.
그 이후로 아홉명의 피해자가 나왔어요. 이젠 그 피해자들에게 집중하는 게 맞아요.
치수 : 박해영 말이 맞아. 실패한 수사방법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어. 마지막 피해자 신원 확인에 주력해.
치수, 최면실을 나가는데, 계철과 헌기 믿기지 않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계철 : 방금, 안치수계장이 박해영 말이 맞다 그런거 너도 들었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헌기 : ...미운 정이 무섭긴 무서운가 봐요.
해영은 그런 두 사람 얘기 들리지 않는 듯 수현을 걱정스럽게 보고
수현,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떨리는 손길.
씬/20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물이 흐르고 있는 개천 주변 거리일각 문을 두드리고 있는 재한.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대답이 없다.
재한, 답답한 얼굴로 들고 있던 지도를 보면서 엑스자치는데 품안에서 울리는 무전기의 치치칙 소리.
재한, 빠르게 무전기 꺼내며 골목 한쪽으로 걸어가며.
재한 : 박해영 경위님? 나에요.
해영(소리) : 예. 듣고 있습니다.
재한 : 97년, 홍원동. 검은 비닐봉투.. 맞죠?
씬/21 N, 현재, 광수대 건물 주차장, 차 안
해영, 무전기를 보다가.
해영 : 예. 맞아요. 그 사건입니다.
씬/22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미치고 팔짝 뛰겠는 얼굴로.
재한 : 설마, 이 미친새끼도 못 잡는 겁니까?
씬/23 N, 현재, 차 안
해영 : ...예.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도 수사중입니다. 피해자들이 모두 홍원동과 연고가 있고,
우울한 성향이었다는 것 말고는 결정적인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혹시 그때, 피해자들 사이에 공통점이 더 발견되진 않았나요?
씬/24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 피해자들 모두 집 앞 슈퍼도 안 갈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어요. 주로 다니는 길도 전혀 달랐구요.
(답답한)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 우리 형기대 막내애까지 죽을뻔 했습니다. 이 놈 꼭 잡아야 돼요.
씬/25 N, 현재, 차 안
해영 : (듣다가) ...형기대 막내.. 차수현 형사님이죠?
씬/26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 (멈칫하는) ...차수현을 아세요? 경위님이 어떻게 차수현을 아는 겁니까?
씬/27 N, 현재, 차 안
해영 : 차수현 형사님, 우리 팀 팀장입니다. 서울청 장기미제 전담팀이요.
씬/28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 (기가막혀도 한참 막힌) 팀장... 팀장이요? 차수현이? 쩜오가? 와.. 나 올해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이네.
그 팀 제대로 굴러가기는 합니까?
씬/29 N, 현재, 차 안
해영 : (재한의 반응이 재밌는, 엷게 웃으며) 왜요? 차형사님이 그렇게 엉망이었어요?
씬/30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 엉망뿐입니까. 기동차량 운전하나 못하는 차수현이 팀장을 해요? 와..
씬/31 N, 현재, 차 안
해영 : 그때, 많이 힘들어 했었던 것 같은데.. 괜찮나요? 아무리 형사라도 범인에게 납치된 거잖아요. 충격이 클겁니다.
씬/32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멈칫하는.
-인서트
-5씬, 기동차량 뒷자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타고 있는 수현.
-다시 홍원동 거리일각으로 돌아오면.
재한 : ...이겨낼 겁니다. 운전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강단은 있는 애에요.
해영(소리) : ..그렇게 직접 얘기해 주세요.
재한 :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무전기 보는) 예?
씬/33 N, 현재, 차 안
해영 :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은 알 수 없어요. 직접 얘기해 주면, 훨씬 힘이 될 겁니다.
이재한 형사님이 얘기를 해주면.. 더 그럴 것 같구요.
재한(소리) : 내가요? 왜요?
해영 : 그냥.. 그럴 꺼 같아서요. (하다가..) 그런데 형사님. 그건..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 2015년에 형사님은 어떻게 돼 있는지...
씬/34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가만히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재한 : ...난요. 우리 아버지가 점보러 다니는 것도 질색인 사람입니다.
앞으로 잘 살든 못 살든, 그거 알아서 뭐합니까. 어차피 내가 내 인생 사는건데...
혹시라도 그때 나 만나서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한 대 주먹질이나 해주세요. 정신 차리라고..
씬/35 N, 현재, 차 안
해영, 무전을 듣다가 자꾸 재한의 미래가 마음에 걸린다.
해영 : 형사님, 사실.. 형사님은..
하는데, 보면 무전기 불빛이 꺼져 있다. 어쩐지 복잡한 마음이다.
씬/36 N, 과거, 홍원동 거리일각
재한, 역시 무전기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찜찜한데..
씬/37 D, 현재, 광수대 사무실, 소회의실
치수와 함께 회의 중인 강형사, 문형사를 비롯한 광수대 형사들과 계철.
강형사 :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들의 주변을 조사해 봤는데요. 워낙 대인관계가 좁았습니다. 가족을 제외하곤 친구도 거의 없었고,
동료들과도 인사만 하는 정도여서 피해자들 모두를 관찰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인들은 없었습니다.
문형사 : 피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출퇴근 경로나 자주가던 곳들도 마찬가집니다. 거의 집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가까운 홍원동 인근에 살았지만, 공통적으로 이용하던 건 지하철이나 버스 정도의 대중교통입니다.
하지만 이용시간대도 이용하는 버스노선도 달랐구요.
치수 : (답답한) 한 마디로 아직 단서가 없다는 건가? 아직 신원이 확인 안된 피해자는?
피해자가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옷들이 찍힌 사진을 치수에게 보여주는 계철.
계철 : 발견 당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입니다. 겨울 파카를 입고 있던 걸로 봐서는 실종시기는 겨울.
이 옷들을 제조한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2014년 처음으로 생산된 의류랍니다. 2014년 이후에 실종 됐을 확률이 높습니다.
씬/38 D, 국과수 특수부검실
스테인레스 부검대 위에 올라와있는 백골사체 한 구를 바라보며 얘기 중인 윤서와 해영, 수현은 말없이 뒤쪽에서 서 있고..
윤서 : 전국 실종자 데이터베이스 디엔에이와 한번 더 비교해 봤지만,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치과 치료를 받은 흔적도 없고, 수술도 받은 적이 없구요. 그리고 백골사체를 조사해 봤는데,
뼈에서 수은이 다량으로 검출됐어요. 치사량까진 아니지만, 꽤 오래 수은에 노출됐던 것 같아요.
해영 : 그게 답니까?
윤서 : 하나 더 이상한 점이 있어요. 다른 사체들은 모두 비닐을 묶은 매듭이 목 앞 쪽에 있었어요.
-인서트
백골사체 발굴 당시의 사진. 사체의 머리에 씌워진 매듭이 목 앞 쪽으로 묶여있다.
-국과수로 돌아와서,
윤서 : 범인이 피해자들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비닐을 씌웠다는 거죠. 그런데 이 사체만 다르더라구요.
비닐봉투의 매듭이 목 뒤에 있었어요. 비닐봉투를 뒤에서 씌웠단거죠. 그리고 설골의 골절 모양도 달랐어요.
해영 : 무슨 소리에요?
윤서 : 다른 피해자들은 앞에서 두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당했어요. 그런데, 이 피해자는 골절 모양으로 봤을 때,
뒤쪽에서 목을 조른 것 같아요. (해영의 목을 뒤에서 팔로 조르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요.
해영 : ...그러니까 범인은 이 피해자를 대할 때 항상 뒤쪽에서 움직였단 얘기군요.
윤서 : 맞아요.
해영 : ...이 사체...담요로 싸여 있었어요.
수현 : (보는)
해영 : ...담요...부드럽고 따뜻한 재질이에요...거기다 얼굴을 보지 않았다..
사체 처리방식이 달라졌어요. 범인에게 심리적인 변화가 생긴겁니다.
수현 : 그게 무슨 소리야?
해영 : 형태가 다르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피해자가 범인의 감정을 움직인 거에요.
이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내면, 범인에 대한 단서가 나올겁니다.
씬/39 D, 편의점
창가 간이 테이블에서 사발면을 먹고 있는 승연.
마치 9부 18씬의 상미처럼, 승연 역시 이제는 진우를 의식하고 있는 듯 카운터를 슬쩍 바라본다.
카운터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진우를 의식하는 듯한 승연.
씬/40 N, 고깃집
치이익. 불판위에서 구워지는 삼겹살. 시끌시끌한 주변 소음 들리고 고깃판 위로 짠하고 몰리는 소주잔들.
테이블 구석 창가에 앉은 승연이도 마지못해 건배하지만, 곧 조용히 소주잔 내려놓고 마시지 않는다.
동료들이 웃고 떠드는 와중에 한 구석에 소외된 승연은 말없이 밑반찬만 깨작깨작 거린다.
고깃집 밖,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승연의 외따로 소외된 모습. 누구 하나 승연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무표정하게 승연을 관찰하고 있는 진우..
씬/41 N, 거리일각
곳곳에서 캐롤소리 들리고, 얼굴에 미소 가득한 행복한 커플들 가운데
홀로 걸어가고 있는 검은색 귤 봉지를 든 승연. 아래로 숙인 고개. 힘없고 느린 걸음이 눈에 띈다.
그런 승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선.. 승연 뒤에서 따라 걷는 진우다.
승연의 느린 걸음걸이에 맞춰 역시 느리게 쫓아 걷는 진우.. 시선은 동그랗게 말린 힘없는 승연의 뒷모습에 고정돼 있다.
그때, 승연 천천히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느릿느릿 그 뒤를 따라 걷는 진우. 코너를 도는데, 순간 멈칫한다.
먼저 코너를 돌았던 승연, 봉지를 놓친 듯, 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그 귤을 하나씩 급하게 주워담다가,
가장 코너쪽에 떨어진 귤 하나를 집어들고 있다가 서로 시선 마주친 진우와 승연이다.
진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승연이를 내려다보고 있고
승연이도 어떡해야 하지? 하는 눈빛으로 가만히 보다가...
진우의 손에 마지막 주워올린 귤을 쥐어주고는 얼굴이 새빨갛게 돼서 뒤로 돌아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진우, 자기 손에 들린 귤을 바라보는데, 눈빛이 급격하게 떨려온다. 무서운 거라도 본 듯, 귤을 바닥에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빠르게 뛰어간다.
씬/42 N, 진우의 집
쾅,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진우. 장롱 옆, 구석진 곳으로 빠르게 기어들어가 거친 호흡을 내쉬는...
벌벌 떨리는 눈빛. 그런 진우의 눈빛 쫓아가보면,
맞은편 싱크대 옆 구석진 곳에 무릎을 안고 슬픈 눈빛으로 앉아있는 어린 진우(7살, 남)이다.
허름하고 꾀죄죄한 옷차림, 며칠은 못 씻은 듯 엉겨있는 머리카락. 집안이 냉골인지 너무 얇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진우다.
진우모(소리) : 우리 아들 춥지.. 엄마가 따뜻하게 해줄게.
-집, 박스 안에 진우를 넣고 뚜껑을 닫아버리는 진우모의 손 어두워지는 박스안에서 ‘엄마.. 무서워.. 꺼내줘요’ 우는 진우.
-집, 진우 먹기 싫다고 도리도리질을 하지만, 진우에게 억지로 빵을 먹이는 진우모의 손길.
진우모(소리) : 편하게 해줄게. 같이 좋은 데 가는 거야..
-집, 빵을 먹고 창백한 낯빛으로 토를 하는 어린 진우.
-집 앞 골목길, 어두운 얼굴로 집으로 돌아오는 진우, 저 앞에서 진우를 보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귀여운 하얀 강아지.
진우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진다.
-집, 강아지를 안고 예뻐하는 진우. 그런데 강아지가 자꾸 낑낑거린다.
진우모(소리) : 우리.. 강아지도 편하게 해주자.
-집 앞 골목길, 강아지를 볼 생각으로 신나서 뛰어오는 진우.
집 앞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져 있는 뭔가를 바라보고 놀라서 멈춰선다.
검은 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버려진 하얀 강아지의 다리다.
-다시 현재의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 시절의 자신의 환상은 사라져 있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안에서 약병을 꺼내 약을 물도 없이 집어넣는다. 그런 진우의 귓가에 또 다시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진우모(소리) : 사는게 힘들지.. 내가 도와줄게..
진우, 자꾸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모습.
씬/43 몽타주
-편의점 앞 낮. 편의점 앞 파라솔과 의자를 정리하고 있던 진우, 문득 보면 저만치 앞에서 승연이 걸어오고 있다.
승연이 눈인사를 하려는데 진우는 그냥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승연, 조금 실망하는.
-편의점 안 밤. 편의점 안 간이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승연. 카운터쪽을 바라보는데, 텅 비어 있는 카운터.
창고 안에서 승연이 갈때까지 나오지 않는 진우.
-편의점 밖 거리일각 밤, 승연, 힘든 하루를 보낸 듯, 더욱 처지고 힘든 눈빛으로 걸어오다가
편의점 안의 진우를 힐긋 보다가 시선 마주치는데, 돌려버리는 진우. 판매대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다.
승연, 그런 진우를 보다가.. 나 혼자 착각했구나.. 슬픈 눈빛. 더욱 처지고 힘든 어깨로 멀어진다.
판매대 사이에서 그런 승연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
씬/44 D, 현재, 홍원동 거리일각
차 옆에서 얘기중인 수현, 해영, 계철, 헌기.
해영 :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키 000cm 실종시기는 2014년 이후. 분명히 홍원동 쪽에 연고가 있었을 꺼에요.
실종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걸로 봐선 가족이 없었을 겁니다. 인근 부동산쪽을 중심으로
자취를 하던 여자가 갑자기 사라진 적은 없는지 조사해 보면 뭐든 나올꺼에요.
계철 : 하.. 홍원동에 부동산이 몇백개라구.
해영 : 찾아내야 해요. 이 여자를 찾으면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겁니다.
만약 범인이 살아있다면, 또 다시 다른 여자를 죽일 수도 있어요. 그 전에 범인을 찾아내야 해요.
씬/45 D, 편의점 안/ 편의점 밖 거리
진우, 편의점 안에서 일과를 보고 있는데, 점심을 먹으러 나온 듯, 터덜터덜 편의점 쪽으로 걸어오는 승연을 발견한다.
못 본 척, 고개 돌리고 판매대쪽으로 걸어들어가는..
승연, 그런 진우를 힘없이 보다가 편의점 앞을 지나가려는데, 빙판길에 쾅 넘어지고 만다.
스타킹은 찢어지고, 가방안에 물건들은 바닥에 널부러지는 지갑, 책, 일기장 등 물건들.
당황한 승연, 무릎 까진 것도 모르고 물건들을 다시 주워담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그 누구도 멈춰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지나가던 아저씨 발에 치어서 조금 더 멀어지는 일기장.
승연, 당황해서 그쪽으로 가려고 일어서는데, 그 일기장을 주워드는 손, 진우다.
승연과 시선 마주치는데, 진우 승연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일기장만 쥐어주고는 곧바로 편의점으로 들어가 버린다.
승연, 진우가 쥐어준 일기장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엷은 미소.
씬/46 N, 편의점 밖 거리
사복으로 갈아입고 퇴근하는 진우. 편의점 문을 열고 가려는데, 보면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우산을 쓰고 오가는 사람들.
진우, 그런 하늘을 바라보다가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
뒤돌아 보면, 뒤쪽에서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 승연이다.
승연, 진우와 시선 마주치자..
승연 : 저기.. 우산... 가져가세요. 난.. 하나 더 있어서..
진우, 그런 승연을 놀라서 보다가.. 대꾸도 없이 뒤돌아서 더욱 빠르게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승연, 잠시 당황하다가 바로 진우의 뒤를 쫓아 걸으면서 뒤에서 우산을 씌워준다.
진우, 다시 뒤돌아 승연을 바라본다.
승연 : 집이.. 이쪽이라서.. 추운데.. 비 맞으면 감기 걸릴텐데..
진우, 그런 승연 보다가 다시 빠르게 걷기 시작하고.. 승연도 다시 진우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쫓아간다.
씬/47 N, 진우의 집 앞 골목
기어이 진우의 집 앞 골목까지 진우에게 우산을 씌워준 승연.
뒤에서 손을 뻗어 진우에게 아슬아슬 우산을 씌워주는 승연 덕분에 진우는 비를 거의 맞지 않고 있지만,
대신 승연은 머리를 제외한 어깨아래 부분이 거의 비에 젖어 있다.
진우의 집이 코앞이다. 우뚝 멈춰서는 진우의 발걸음. 뒤따라오던 승연도 덩달아 멈춰서는데,
승연 : 여기 사세요..?
진우 : (돌아보면)
진우의 시선을 받자 수줍고 당황한 승연, 저도 모르게 시선 피하면서.
승연 : (인사하며) 그럼...
승연, 돌아서서 발개진 볼을 하고 빠르게 멀어지는데..
진우, 그런 승연을 보다가..
진우 : 유승연씨..
승연 놀라서 돌아보는,
승연 : 제 이름을 어떻게...
승연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 살기인지 애정인지 모를 감정이 배어있다.
씬/48 D, 현재, 홍원동 부동산
홍원동 인근 부동산을 탐문중인 계철. 계철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 부동산 주인.
씬/49 D, 현재, 홍원동 또 다른 거리일각
다른 부동산 문을 열고 나서는 해영과 수현.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듯 답답한 얼굴인데..
수현 : ..이제 그만 찢어지자.
해영 : (보는)
수현 : 홍원1동 쪽 맡을 테니까, 넌 3동쪽 맡아.
해영 : 같이 하죠.
수현 : 내가 애로 보여? 나 진짜 괜찮으니까 찢어져.
해영 : 아까 다 봤습니다.
-인서트
38씬, 특수 부검실 백골사체를 보며 얘기중인 해영과 윤서. 해영, 문득 얘기 도중 수현을 본다.
똑똑 떨어지는 부검실의 수도꼭지. 저 앞쪽에 놓여진 챠트에 끼워진 현장사진에 보여지는 검은 비닐봉투.
수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자꾸만 손이 떨려온다.
-다시 홍원동 거리로 돌아오면
해영 : 최면을 하고 나면 예전 기억들이 더 선명해 질 수 있어요.
게다가, 이 근방 거리는 차형사님이 예전에 납치당한 곳과 가까워요. 같이 다니는 게 좋습니다.
수현 : 니가 얘기했잖아. 빨리 찾아야 한다구. 찢어져서 찾다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수현, 말릴 틈도 없이 뒤돌아서서 멀어진다.
씬/50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홍원동 지도를 보면서 회의중인 재한, 정제를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 다들, 피곤에 쩔고 답답한 얼굴들이다.
지도의 붉은 동그라미는 이미 2킬로 반경까지 계속 고쳐져 있다.
정제 : 개천 인근 지역 다 뒤져봤어. 그런데도 개미새끼 하나 안 나왔다구.
재한 : 좋아. 그럼 수색지역 반경을 좀 더 넓혀서 다시 수색한다.
정제 : 야, 시간도 인원도 부족해. 지금 형기대에서 맡고 있는 다른 사건들, 다 스톱돼 있어.
이 사건도 마찬가지고, 다른 사건들도 수사한지 2주 안에 단서 잡지 못하면 미제로 빠지기 십상이야.
재한 : 차수현 얘기 못 들었어? 집에 또 다른 시신이 있다고 했어.
정제 : ..확실한 얘기도 아니잖아. 마네킹이었을 수도 있고..
재한 : 뭐?
정제 : 차수현 얘기 앞뒤가 안 맞는 점들이 많아. 10분에서 15분 시간도 확실한 것도 아니고..
지금 애먼데 삽질하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재한 : (수현의 얘기가 나오자) 차수현은..? 계속 병원에 있어?
정제 : 참이나 일찍 물어본다. 걔 좀 이상해. 삼일이나 무단 결근이라구.
재한, 고개를 돌려 수현의 텅 빈 책상을 바라본다. 그런 재한의 얼굴위로 들려오는 해영의 목소리.
해영(소리) : 그때, 많이 힘들어 했었던 것 같은데.. 괜찮나요? 아무리 형사라도 범인에게 납치된 거잖아요. 충격이 클겁니다.
씬/51 D, 과거, 수현의 집 앞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재한.
안에서 문 열리며 나오는 안색이 좋지 않은 수현, 생각지도 못한 재한이 서 있자, 놀라서 바라본다.
씬/52 D, 과거, 수현의 빌라 건물 앞
한켠에 세워져 있는 기동차량. 그 옆에 서서 대화중인 수현과 재한.
재한 : 뭐.. 무슨 일 있냐? 어디 아펐어?
수현 : ..(말없이 땅만 바라보고 선)
재한 : 반장한텐 알아서 잘 둘러댔어. 아프다고..
수현 : (고개 숙인 채) 안 그러셔도.. 돼요.
재한 : (보면) 뭐?
수현 : 선배님 말씀이 맞아요...
재한 : (보는)
수현 : 전 경찰 안어울려요..
재한 : 야 그거는
수현 : ....이제 못하겠어요...
재한 : (보는)
수현 : (눈물 핑도는) ...저요..봉지가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려도 무서워서 심장이 터질거 같아요...
...자꾸 생각나요... 그날 일들이..
재한 : (물끄러미 눈물을 흘리는 수현을 바라보는)
수현 : 골목길도 무섭구..시체도 무섭구.. 그리고 범인이 너무 무서워요...그러면 경찰 자격 없는거잖아요...
저..더는 경찰 못할거같아요...
재한, 훌쩍이는 수현을 잠시 보다가 차로 다가가서 차문을 열고 뭔가를 꺼내서 수현에게 내민다.
수현, 얼결에 받아들고 보면 ‘상주 일등 곶감’이라고 적혀있다.
재한 : 니 선물이다.
수현 : ?
재한 : 니가 잡은 오토바이 퍽치기. 그 사건 피해자가 너 덕분에 돈 돌려받았다고 고맙다고 보낸거야.
수현이 자세히 보면 상자 한 쪽에 ‘차수현 형사님 감사합니다’라고 매직으로 글씨가 적혀있다.
재한 : 나도.. 범인 무서워.
수현 : (보는)
재한 : 범인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딨냐. 나두 수사하다 벼라별 놈들 다 봤어. 회칼 들고 덤비는 놈, 연장 들고 덤비는 양아치놈들,
도끼 들고 덤비는 놈두 있었어. (잘 늘어나지도 않는 윗옷 잡아서 늘리며) 봐봐, 나 그놈 때문에 어깨에 철심까지 박았어.
수현 : ..도끼 든 놈하고 싸우시다가요?
재한 : 아니..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오토바이에 치였어.
수현 : (이건 또 뭔가 보는)
재한 : 그런데.. 어쩌겠냐. 누군가는 잡아야 될꺼 아냐. 누군가는...
수현, 재한 보다가 고개 떨구는데, 곶감 상자 위에 적힌 ‘차수현 형사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자를 말없이 바라본다.
재한 : 그만 둬도 돼. 아무도 너 욕 안해. 니가 알아서 잘 선택해. 근데.. 경찰두 할만 해.
혹시 아냐.. 니가 나중에.. 번듯한 팀장이 되 있을지..
수현, 가만히 상자보다가 문득 뚜껑을 여는데.. 보면 빈 상자 안에 달랑 들어있는 곶감 하나.
수현 황당하고.
재한 : (좀 민망한) 그게.. 그 짐승 같은 형기대 놈들이 맛 본다고 하나둘씩 가져가다 보니까... 그래도 난 안 먹었다.
수현 : (보면)
재한 : 그래도 내가 그 개떼들 사이에서 니꺼 하나는 사수한거야.
수현, 곶감 보다가 집어들고 한입 무는데.
재한 : 직접 말린거라고 엄청 달다더라. 맛있냐?
수현 : (끄덕끄덕)
오물거리는 수현의 시선, 상자 뚜껑의 ‘차수현 형사님 감사합니다’에 고정된다.
재한 : 이 맛에 수사하는 거야 임마.
수현의 입가에 피식 미소 새어나온다.
씬/53 D, 현재, 홍원동 거리일각
수현, 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9부 53씬 몽타쥬에서 걸었던 길들 중 하나다.
가만히 길을 바라보는 수현.
-인서트
-9부 62씬, 하얀 개를 쓰다듬다가 공격을 받던 수현.
-9부 64씬, 진우의 집에서 검은 비닐봉투가 뒤집어 쓰여진 채, 정신을 차렸던 수현.
-다시 거리일각으로 돌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 하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는 수현.
수현 : 누군가는... 잡아야지...
마음을 추스르면서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씬/54 D, 현재, 또 다른 홍원동 부동산
부동산 사장과 마주서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해영.
해영 : 작년, 겨울쯤에 갑자기 사라진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혼자 살고 있었을 꺼고,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됐을 겁니다.
사장 : 글쎄요. 못 들어 봤는데...
해영 : (답답하지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영, 답답한 얼굴로 돌아서서 나가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한쪽 벽면에 걸려진 홍원동 일대 지도다.
해영 : 여긴 뭔데, 텅 비어 있어요?
사장, 해영이 가리킨 곳 보면, 홍원동 일대 한 구석쪽 꽤 넓은 부지가 텅 비어 있고, 빗금 표시가 되어있다.
사장 : 거기요? 거긴 집이 없어요. 다 공장들이지.
해영 : 공장...이요?
-인서트
-38씬, 특수부검실에서 해영과 대화를 나누던 윤서.
윤서 : 뼈에서 수은이 다량으로 검출됐어요. 치사량까진 아니지만, 꽤 오래 수은에 노출됐던 것 같아요.
씬/55 D, 현재, 홍원동 공장 거리일각
공장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거리로 걸어들어오고 있는 해영의 모습위로.
헌기(소리) : 홍원동 근처 공장중에 수은과 관련있는 공장은 딱 하나에요. 세강 전구라구, 전구회사요.
작년에 수은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것 때문에 매스컴이 꽤나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해영,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찾다가 한 공장 앞에 멈춰선다. ‘세강전구’다.
씬/56 D, 세강전구 공장
사무실에서 간부로 보이는 남자직원과 마주앉아 있는 해영.
그 옆쪽에는 여자 경리가 책상에서 앉아서 이쪽을 힐긋거리고 있고..
직원 : (경찰이 껄끄러운) 작년에 실종된 여직원이요?
해영 : 겨울쯤이었을 겁니다.
직원 : 글쎄요... 잘.. 워낙 말도 없이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아서..
해영 : 회사에는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중요한 일이라서 그럽니다.
직원 : (영 맘이 내키지 않는)
해영 : 아니면, 여자 직원들이라도 만나게 해주세요. 제가 직접 물어보죠.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경리의 목소리.
경리 : 그.. 작년 겨울에 말도 없이 사라진 그 분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씬/57 D, 전구회사 복도
창고를 향해 경리와 함께 걷고 있는 해영.
경리 : 평소에 말도 없고, 가까운 직원도 별로 없었어요. 기숙사를 쓰고 있었는데, 작년 소송 들어갈 때쯤에 겨울에
갑자기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회사분들도 경황이 없어서 신경도 못 쓰고.. 제가 대신 물건들을 정리해 놨어요.
창고 문을 여는 경리.
씬/58 D, 전구회사 창고
자그마한 창고 안에서 종이박스 하나를 찾아서 해영에게 내미는 경리.
해영, 박스를 여는데, 45씬, 승연이 떨어뜨렸던 일기장이 보인다.
씬/59 N, 장기미제 전담팀
팩스 앞에서 팩스를 받으며 해영과 통화하고 있는 헌기. 팩스 용지를 확인하며.
헌기 : 유승연, 가족관계 알아봤는데요 부모는 사망했어요. 형제관계는 없고.. 외할머니가 한분 살아있네요.
씬/60 N, 홍원동 인근 거리일각
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 안에서 헌기와 통화하고 있는 해영.
해영 : 그 분 디엔에이를 백골사체 디엔에이와 비교해서 검사 좀 해주세요. 백골사체가 이 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전화끊는 해영, 조수석에 놓여진 박스안을 보면, 사라진 여자가 사용하던 초라하기 짝이 없는 물품들.
그 중에서 아까 봤던 일기장을 꺼내는 해영. 한 장 두 장 넘겨서 내용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오늘은 왠지 눈물이 났다. 하늘도 푸르고, 날씨도 맑았다. 쉬는 날이라 기숙사에도 아무도 없었다.
바람이라도 쐬러 공원에 갔는데, 다들, 누군가와 함께였다. 내년 생일엔, 혼자 보내지 않기.. 승연아. 생일 축하해‘
‘그곳에 가면 두근거린다. 그래서 자꾸 그곳에 가게 된다. 이런 게 행복하다는 감정일까?
내일이 빨리 오길.. 다시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내 뒤를 쫓아온다... 날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날 좋아하는 걸까? 그 사람은 항상 내 뒤에 있다....차라리 말을 걸어주면 좋을텐데...‘
일기 아래 부분에는 좋아하는 노래 가사인 듯, ‘날아라 병아리'라는 제목 아래의 가사 전문이 적혀있다.
그렇게 일기장을 보던 해영, 뒤를 넘겨보는데, 가계부를 적어놓은 부분이 보인다. 한달치씩 잡아서 적어놓은..
해영, 마지막 12월의 가계부를 본다. ‘샴푸 7000원, 양말 3000원.... 삼각김밥 700원, 사발면 800원, 생수 700원, 도시락 2500원...‘
목록을 내려다보는 해영.
해영 : 편의점... (하다 멈칫)
-인서트
-24씬, 무전을 하던 재한.
재한 : 피해자들 모두 집 앞 슈퍼도 안 갈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어요.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뭔가 감이 온 듯, 해영 다른 달의 가계부도 확인해 본다.
거의 삼각김밥, 사발면, 도시락, 샌드위치 등 편의점에서 파는 목록들이다.
해영, 수현에게 전화를 건다. (LG휴대폰 세컨드스크린 PPL입니다)
씬/61 N, 홍원동 또 다른 거리일각
다른 부동산을 찾아가고 있는 듯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걷고 있는 수현. 전화가 울린다. 해영이다.
수현 : 나야. 뭐 발견했어?
해영(소리) : 편의점이요.
수현 : 편의점?
씬/62 N, 홍원동 거리일각
차를 몰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해영.
해영 : 피해자들은 집앞 슈퍼도 가기 싫어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어요. 그럼 일용품들을 어디서 구입했겠어요.
편의점은 슈퍼랑 달라요. 뭘 구입하건, 언제 가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공간이에요.
친구들 없이 혼자서 밥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고, 24시간 불이 켜져 있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죠.
씬/63 N, 홍원동 또 다른 거리일각
수현, 해영의 얘기에 집중한다.
해영(소리) : 마지막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자 역시 그랬어요. 가계부를 살펴봤는데, 거의 편의점을 이용했어요.
수현 : 그 여자가 피해자인게 확실해?
해영(소리) : 지금 디엔에이 검사중입니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확실해 지겠죠.
그 전에 마지막 피해자가 기숙하던 공장 인근 편의점 먼저 살펴볼께요.
수현 : 알았어. 나도 그쪽으로 갈게.
수현, 전화 끊고 차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데.. 흔들려 보이는 가로등 불빛.
순간,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인서트
-17씬, 검은 비닐봉투 너머로 오른쪽에 위치한 가로등의 불빛이 마구 흔들린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기억 때문에 힘든 듯 창백해지는 수현.
생각하지 말자, 고개를 가로젓다가... 순간 멈칫하는 수현.
-인서트
-18씬, 벽면에 나동그라지는 수현. 다시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다시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하는 수현.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 왼편의 가로등 불빛.
-현재로 돌아오면, 떨리기 시작하는 수현의 눈빛.
수현 : ...반대... 가로등... 불빛이 반대쪽이었어...
-인서트
-18씬, 왼편 가로등 불빛을 보다가 뭔가와 쾅 부딪치는 수현. 블랙아웃이 됐던 영상 사이,
부딪치고 난 뒤, 바닥에 나동그라진 수현의 시선에 들어오는 누군가의 실루엣. (검은 비닐봉투 너머로 흐릿한)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충격으로 거의 얼어붙은 수현의 눈빛.
씬/64 N, 몽타쥬
-편의점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해영. 안에는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
해영 : (신분증 보여주며) 서울청에서 나왔습니다. 여기 언제부터 영업하셨죠?
사장 : 재작년부터요.
해영 : 그때부터 여기서 일했던 분들 인적사항을 알고 싶습니다.
-시간경과되면 직원들 등본을 확인중인 해영. 그 옆에서 설명하는 사장.
사장 : 저 말고는 두 명이 계속 일했어요. 한 명은 고등학생이고, 한 명은 대학생인데..
여긴 아니다.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편의점들을 찾는 해영의 시선위로.
해영(소리) : 1997년부터 살인을 저질렀다면, 나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대 중반..
-다른 편의점 으로 들어서는 해영. 직원과 얘기하다가 여기도 아니다. 바로 문 열고 나오는..
-편의점으로 들어서는 해영. 직원, 다른 일을 보고 있는 듯, 카운터는 텅 비어 있다.
직원을 찾는 듯 창고쪽으로 빠르게 향하다가... 순간 멈칫한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음료수가 정리된 냉장고 안을 바라보다가 멈칫..
냉장고 안 음료수들 하나같이 상표가 앞을 보게 깔끔하게 정리되 있다.
해영(소리) : ....옷차림이나 머리형 역시 강박적으로 깔끔할 가능성이 크고..
거주지건, 직장이건.. 주변 역시 깔끔하게 정리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해영. 음료수 냉장고 뿐만이 아니다.
모든 매대의 물건들 하나같이 각이 잡혀져 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리되 있다.
씬/65 N, 골목길 일각
떨리는 시선의 수현이 들어서는 곳. 9부 68씬의, 수현이 재한에게 발견된 곳이다.
-인서트 9부 68씬.
수현, 충격으로 재한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발버둥친다.
재한, ‘야, 정신차려!’ 그런 수현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수현, 진정되지가 않는다.
결국 수현을 꼭 끌어안고서 진정시키는 재한.
-골목길로 돌아오면, 재한과 수현은 사라지고 텅 빈 골목길만 남아있다.
그런 골목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골목길 밖 쪽으로 걸어나가는 수현... 양옆으로 뻗은 길을 바라본다.
저 앞쪽에 설치된 가로등 불빛.
수현(소리) : 당시 선배들은.. 개천에서 시작해서 내가 여기까지 직진으로 뛰어왔을 꺼라고 생각해서... 개천 주변을 수색했어...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수현.
수현(소리) : 출발점이 틀렸어.
수현, 계속 앞으로 앞으로 계속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참을 걷다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우뚝 멈춰선다.
수현의 떨리는 시선을 따라가면 동그란 대문 손잡이가 달린 낡고 허름한 대문.
수현(소리) : 여기서 내가 넘어졌어...
-인서트
17씬, 오른쪽 흔들리던 가로등 불빛을 보면서 뛰어오던 수현, 바닥에 넘어졌다가 일어섰을 때, 부딪친 대문 손잡이.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점차 급격하게 떨리는 수현의 눈빛. 천천히 뒤로 돌아선다.
수현(소리) : 그때... 방향감각을 잃었던 거야... 그래서.. 다시... 내가 뛰어왔던... 그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그래서... 가로등 불빛이 반대였던 거야.
-18씬, 검은 비닐봉투 너머 왼쪽 가로등 불빛이 흔들린다.
그렇게 뛰다가 쿵, 세게 부딪치면서 넘어지는 수현. 수현과 부딪친 건 사람이다.
넘어진 수현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다리 들고 오다가 수현과 충돌해서 떨어뜨린 듯, 바닥에 떨어져있는 노끈과 박스지.
-현재의 수현 부들부들 떨려오는..
수현(소리) : 내가.. 잊고 있었던 기억...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검은 봉투를 뒤집어쓴, 수현. 사람과 부딪쳤다는 걸 직감하고.
수현 : (재갈이 물린 채 힘든 발음으로) 도와주세요..
그런 수현의 시선위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진우(소리) :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검은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수현의 앞에 서 있는 남자, 바로 진우다.
수현, 믿기지 않는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모든 힘을 다해서 일어서서 옆으로 난 골목으로 뛰어들어가는데,
뒤에서 잡아 채는 진우. 수현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수현, 반항해 보지만, 완력을 이겨낼 수 없다. 서서히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정신을 잃어가고..
진우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차수현!!’ ‘차수현!!’
진우, 멈칫하는... 점차 가까워지는 재한의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수현의 목에서 손을 떼고 어두운 가로등 쪽으로 몸을 숨긴다.
수현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데..
그때, 골목 옆을 지나던 재한, 수현을 발견하고 다급히 다가왔던..
-현재로 돌아오면, 어두운 골목으로 돌아와서 선 수현.
수현 : ....범행장소... 바로.. 이 근처였어...
씬/66 N, 편의점
굳은 시선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편의점을 둘러보는 해영. 순간, 울리는 핸드폰. 헌기다.
해영, 전화받으면.
헌기(소리) : 디엔에이 검사 결과 나왔어요. 마지막 피해자가 맞습니다. 유승연이 마지막 피해자에요.
그런 해영의 얼굴위로 들려오는 진우의 목소리.
진우(소리) : 유승연씨.
씬/67 N, 과거, 진우의 집 앞
47씬에 이어지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진우와 승연.
승연 : 제 이름은.. 어떻게..
순간, 툭 하고 떨어지는 우산.
씬/68 N, 현재, 진우의 집 앞
전씬의 우산 사라지고, 천천히 집 앞 거리를 걸어오던 수현, 순간 멈칫한다. 코를 찌르는 시궁창 냄새.
수현 : 그때 그 냄새...
옆으로 고개 돌려보면 맨홀에서 올라오는 냄새다.
맨홀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맨홀 옆쪽의 집을 바라보는 수현.
씬/69 N, 현재, 편의점
해영, 긴장한 얼굴로 창고쪽으로 다가간다.
창고쪽에서 나오는 남자와 마주치자 벽으로 쾅, 밀어 제압한다. 그런데, 진우가 아니라,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이다.
학생 : 왜 이러세요!!..
해영 : (학생 얼굴 보다가 한손으로 여전히 제압한 채로 판매대 가리키며) 여기 이거 정리 누가 했어? 너야?
학생 : 아뇨. 전타임에 일하는 아저씨가 한 거에요.
해영 : (멈칫하다가) 그 사람 지금 어딨어?
학생 : 퇴근했으니까 집에 갔겠죠.
해영, 눈빛에 불길함이 감돈다.
씬/70 N, 현재, 진우의 집 앞
어둡고 음산한 집을 바라보는 수현. 천천히 집으로 다가간다.
쾅쾅 문을 두드려 보지만, 문 안쪽에선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수현, 보다가 문고리에 손을 갖다대는데... 열려있다. 끼이익 열리는 문, 안은 칠흙같은 어둠.
그런 어둠을 바라보는 수현의 모습에서 1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