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의정부예술제 산문부문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이야기의 진솔성
지금은 이야기 시대다.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가 경쟁력을 갖는 가운데 개인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자기소개서도 한 편의 완성도를 가져야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이야기를 상품화 시키면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져 그야말로 이야기를 사고파는 세상이다. 믿음이 가는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진솔함이 묻어나야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공모전과 백일장 작품들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심분야를 오래도록 파고들면서 퇴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제품으로서의 작품이 공모전 작품들이다. 백일장엔 현장성이 담겨있다. 주어진 시제와 시간과의 싸움을 극복해 내야만 하는데서 백일장 묘미를 느낀다.
이번 시제는 ‘얼굴, 노을, 여행’이었다. 가을이라는 계절 색을 드러내는 시제들이다. 시제와 무관한 글은 일단 심사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원고지에 시제와 어울리는 제목을 짓고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제목 없는 글들이 많았다. 시제에도 ‘얼굴’이 있지만 글의 얼굴인 제목이 빠져 있으면 안 된다.
예년에 비해 원고 편수가 줄었고 자기성찰의 힘이 약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필의 생명은 진솔성에 있는데 어설픈 소설의 흉내를 낸 것도 거슬렸다. 허구와 실제를 구분 못한 억지스러움과 작위적인 설정은 글의 맛을 반감시킨다. 읽는 이의 몰입을 떨어뜨리지 않고 거부감 없이 잘 읽히는 글을 만났을 때 즐겁다.
이번 백일장 참가작 가운데 여러 편의 수필이 허구성을 드러내 안타까웠다. 수필은 화자의 사실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담아내는 진솔한 글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길 바란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진솔함에 있다는 걸 반복해서 강조한다. 수필쓰기에서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그 안에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백일장 산문부문에서 응모 편수도 많고 그나마 작품성이 좋았던 고등부에서 대상과 장원을 차지했다. 대상과 장원작품을 이야기로 풀어내 심사평에 공감의 여지를 더하려 한다. 다른 부에서는 장원 작품마저 없어 수상작이 뒤로 밀려났다. 이런 현실과의 직면이 심사하는 입장에서 편하지 않다. 작품만 읽히는 게 아니라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도가 읽혀지기에.
백일장 대상 작품은 한양대부속고 2학년 우민지의 「여행」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긴 철도가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의 속도감을 낸다. 할머니의 온기와 가슴 언저리에서 들릴 것만 같은 기차소리도 들리면서 공감의 깊이를 자아낸다. 내게 영향력을 끼친 할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고 같은 방을 쓰게 된다. 간이역이 된 오래된 기차역엔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가 있다. 그 곳에서 기차가 된 돌아가신 할머니의 기차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를 배웅했던 간이역이 이제는 할머니의 여행이 시작되는 또 다른 공간으로 설정된다.
고등부 장원작품은 영파여고 이정현의 「얼굴」이다. 얼굴 없는 가수의 애환을 말하면서 아빠를 무대 위에서 드러낸다. 무대의 화려한 조명과 어울리는 건 아이돌 가수뿐일까. 몇 시간씩 무대 위를 향해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정작 아이돌은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의 모든 욕구와 충돌하면서 그림자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빠가 그 곳에 서 있고 온갖 야유소리가 들린다. 평소 노래 부르거나 노래 듣는 모습까지 본 적 없는 아빠가 비춰진다. 노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았기에 그 모습 자체로 당혹스럽다.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열심히 노래를 연습해 왔을 아빠 모습을 떠올리기 바쁘고.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아니라 빛을 더 빛나게 해주는 그림자로 와 닿다니.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드리고 백일장에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을로 깊어지길 바라며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이나 천상백일장, 의정부예술제 백일장에서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 심사평: 의정부문인협회 산문분과장 양효숙(수필가)
* 심사위원: 구서휘, 김마리아(마리), 이윤미, 전영숙(전영), 유정숙, 양효숙
***수상자 명단***
<초등부>
차상: 한지수(회룡초 3학년) '얼굴'
차하: 추혜인(배영초 3학년) '신나는 캠핑일기'
장려: 박채연(배영초 6학년) '황혼의 숲'
장려: 윤다연(호원초 4학년) ‘여행’
<중등부>
차상: 조영현(의정부 부용중 3학년) '무엇인가 남기는 여행'
차하: 이도희(의정부 충의중 1학년) '내면의 여행을 떠나서'
장려: 강예진(서울 전일중 1학년) '얼굴'
장려: 임혜진(서울 전일중 1학년) ‘얼굴’
장려: 주하윤(서울 전농중 1학년) ‘여행’
장려: 진수지(의정부 동암중 3학년) ‘노을’
<고등부>
대상: 우민지(한양대부속고 2학년) ‘여행’
장원: 이정현( 영파여고 2학년) '얼굴'
차상: 김수빈(성신여고 2학년) '여행'
차하: 양서정(영신여고 1학년) '얼굴의 진정한 의미’
장려: 송지웅(송양고 1학년) '노을’
장려: 박지현(효자고 2학년) '얼굴’
<일반부>
장려: 현승엽(경기도 구리시) '내가 여행을 갈 수 없는 이유'
장려: 이선주(의정부시 장곡로) '딸과 함께한 여행'
첫댓글 심사평 쓰시느라 애쓰셨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