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CG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CG를 쓰지 않았다”가 아니라 “CG만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말씀하신 놀란 감독의 제작 방식과 관련해서 보면 《인터스텔라》가 오히려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인터스텔라》는 실제 촬영 + 미니어처 + CG를 결합했습니다
당시 시각효과팀인 DNEG와 놀란 감독은 우주선을 가능한 한 실물과 미니어처로 촬영하고, 필요한 부분을 CG로 완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선 엔듀어런스(Endurance)는 미니어처와 디지털 모델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놀란 감독이 우주 장면에서도 실제 카메라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미니어처 우주선에 실제 카메라를 장착해서 촬영하는 방식까지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블랙홀은 CG가 핵심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우주와 신화는 오히려 CG가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과 정확히 연결됩니다.
영화 속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는 실제로 촬영할 수 없으므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단순히 “그럴듯하게 생긴 블랙홀을 CG로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시각효과팀은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과 협력하여 상대성이론의 계산을 바탕으로 블랙홀 주변의 빛이 어떻게 휘어지는지를 계산하고 시각화했습니다. DNEG의 과학자가 이 계산을 실제 렌더링 과정에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은 실물 촬영보다 CG가 오히려 더 과학적으로 사실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생님 생각과 아주 잘 맞습니다
선생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셨죠.
“신화의 세계는 우주와 마찬가지로 CG의 도움이 오히려 더 사실적인 표현이 되지 않을까?”
《인터스텔라》가 바로 그 논리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우주선 → 실물·미니어처가 효과적
실제로 존재하지만 촬영하기 어려운 우주 환경 → CG와 실제 촬영의 결합
인간이 직접 볼 수 없는 블랙홀의 시공간 → 물리학 기반 CG가 가장 적합
그리고 영화의 테서랙트 장면도 실제 세트를 일부 만들고, 그것을 CG로 무한히 확장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즉 실물과 CG를 대립시키지 않고 서로 보완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용산도서관에서 《인터스텔라》를 보시면 《오디세이》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질문을 가지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놀란은 왜 이 장면에서는 실제 세트를 만들었고, 저 장면에서는 CG를 사용했을까?”
그러면 선생님께서 《오디세이》에서 느끼신 “CG를 너무 멀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인터스텔라》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인터스텔라》는 놀란이 CG를 거부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수정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는 CG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CG가 필요한 곳과 실제 촬영이 더 좋은 곳을 구별하려는 감독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