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숙의 야생화 이야기-
풍도바람꽃(미나리아재비과)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딸린 작은 섬, 풍도에서 발견된 바람꽃이어서 풍도바람꽃이라 부른다.
변산바람꽃과 비슷하지만 다른 종으로 확인되면서 2011년 풍도바람꽃이란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다. 습한 곳을 좋아하여 낙엽수림 아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3~4월에 흰색, 연두색, 분홍색 등으로 핀다.
풍도는 안산 9경 중 하나인데 청일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곳이다. 섬 주변에 해산물이 풍족하지 않아 풍어를 기원하는 뜻으로 풍도(?島)라고 불렀다고 한다.
야생화 천국으로 알려지고 유명해지면서 이른 봄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풍도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배가 다니지 않는 데다 인천 쪽에서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한 편뿐이라 섬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먹는 대로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이면 섬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우리 일행도 서산 삼길포항의 유람선을 예약했지만 당일 아침이 되어야 배가 뜰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 수 있다 하니 답답하다. 다행히 예약 일에 파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꽃이 한창 좋은 시기에 때맞춰 섬에 들어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나지막한 산, 풍광이 뛰어난 곳도 아니어서 섬 전체의 모습은 한가한 평화로움이 감돈다. 이런 곳에 무엇이 있을까 싶은데 산모롱이를 돌아서니 길가에 복수초, 노루귀, 풍도바람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가는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꽃이 신기해 보였는데 5~6년 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산 전체가 꽃밭이어서 보고 가면 며칠을 꽃 대궐에 갇혀 있는 느낌을 떨 칠 수가 없었다고 일행이 말한다.
하얀 꽃들이 하늘하늘 구름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연녹색 치마, 연분홍 치마, 하얀 치마를 차려 입은 아씨들이 화사한 햇살 아래 모여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수다라도 떨고 있는 것 같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꽃잎을 흔들면 고운 꽃술 속에서 맑은 향내가 뿜어 나오는 듯하다. 세상에 없는 귀한 아씨들의 자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시름을 다 잊고 그들의 세상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아름답고 순수한 아씨들은 우리에게 이렇듯 큰 기쁨인데 그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엇일까? 청일 전쟁 때의 왜적처럼 고요한 마을에 쳐들어와 마구 짓밟고 캐가고 뭉개고 카메라라는 총을 들고 와서 하루 종일 쏘아 대는 해적들로 보이지 않았을까?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움이 망가져 가는 곳이 어디 이 곳 뿐일까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몇 년 휴식년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안산시에서 풍도는 아름다운 풍도바람꽃의 화원이라는 홍보물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천사 같은 풍도의 아씨들이 내내 무사할지 염려스럽다. 야생화 천국이라는 섬 입구의 문구처럼 온갖 꽃들이 아름답게 피는 풍도가 잘 보전되기를 희망한다.
촬영:2017년 3월 경기도 안산 풍도
글/ 사진 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