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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헤드 바로 위부터 천장까지 벨벳 다이아몬드 알판을 붙여 만든 벽장식과 천정에서 내려오는 캐노피가 침실의 포인트. 천장과 사면의 벽지가 다른데, 벽에 바른 것은 동양적인 화조도 패턴으로 화려하지만 톤이 은은하여 튀지 않는다. her shopping list 캐노피와 침구 세트·인하우스 | |||||
이 사진 한 장으로 그녀의 모든 실내 공간이 설명된다. 나비장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녀의 침실. 사진 오른편 나무 소파 앞이 캐노피 소파가 있는 거실, 왼쪽 실사 프린트 된 유리문 안쪽이 서재. 서재 안으로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her shopping list 화이트 나비장·아시안 데코, 나비장 위 플라워 어레인지·이숙진 플라워 | |||||
물로 이겨 하나하나 점성을 만든 흙을 모아 다져낸 땅에 나무를 심고 그 위에 풀이끼와 조약돌을 깔아 만든 베란다 정원. 배수가 확실해 통풍과 물만 제때 주면 튼실하게 유지할 수 있다. 서정적인 느낌의 대나무와 남천을 메인으로 하고, 키낮은 꽃나무들을 아래쪽에 배치했다. 그녀가 서 있는 등뒤 작은 텃밭엔 불쌍해서 못 뽑아먹겠다는 상추 두 포기와 파 한 대가 심어져 있다. 바퀴벌레 빼고 벌레는 안 무서워한다는 그녀는 내년 봄엔 요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본격적으로 밭농사를 지어볼 작정이다. her shopping list 베란다 정원 시공·푸르네 어머니의 빈자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노라 고백한다.(영화 하류인생 클랭크 인을 앞두고 그녀의 어머니는 10년을 앓던 담관암으로 돌아가셨다.) 마음이 죽을 만큼 아프고 나서,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 집을 구입했다. 아직 내 집을 가질 만한 나이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겐 어머니 대신 돌아갈 곳이 필요했다. 두 달여 만에 찾아낸 집. 천정이 하늘만큼 높고, 구조가 복층이라는 것만 보고 이 집이 내 집임을 감지했다. “어머니가 계셨다면 아마 이 집을 안 샀을 거예요.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으로 골랐겠죠. 이 집은 저를 위해 욕심 부린 공간이잖아요.” 집을 꾸미면서 그녀가 세운 원칙은 하나다. 내 스타일이면서 경제적일 것.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교체한 마감재는 벽지뿐이다.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고,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복도에 문을 달아 서재를 만든 것처럼 기존 공간에 자신의 스타일을 플러스했을 뿐 멀쩡한 걸 뜯어내고 새로 교체한 건 없다. 쓸 수 있는 걸 버린다는 건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이사하면서 일부 교체한 가구와 가전은 재활용 제품의 판매수익으로 좋은 일을 하는 나눔단체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내 물건들을 예쁘게 써주길 바랄 뿐이다.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된 내 공간에 처음엔 조급해했다. 집을 위해 무슨 일이든 빨리 해야 할 텐데 하는 조급함은 커튼이 달리고 가구가 하나둘 들어오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오래도록 살 내 집인데, 급할 것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달라지는 내 모습을 좇아 집도 그렇게 변해가겠지, 한다. ‘한강수 타령’ 나영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생활인 김민선으로 돌아온 그녀를 맞는 건 이제, 자식을 보듬는 어머니 같은 그녀의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