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장관을 한글전용법 위반과 직무태만으로 검찰에 고발하다.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서 한글사랑정신이 점점 식어지고 있었다. 공문서는 한글로 쓰기로 한 법과 규정을 일반 공무원과 하급기관은 잘 지키는 데 고급 공무원과 중앙정부는 무시했다. 마침 노동부가 일간 신문에 낸 광고문이 온통 한자에다가 시대흐름을 어기고 세로로 쓴 글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글전용법을 지키라고 국무총리와 관련 장관에게 건의문을 보내고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전화를 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나(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이대로)는 국무총리와 장관을 ‘한글전용법 위반과 직무태만’으로 서울지검에 고발을 했다. 그랬더니 검찰은 고발인 조사를 하면서 고발을 취하시키려고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며 4시간을 잡아놓고 애먹였다. 결국 담당 검사가 총리실로부터 앞으로는 법과 규정을 잘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니 “잘못을 바로 잡는 게 목적이라면 고발을 취하해 달라. 취하해주면 앞으로는 규정을 잘 지키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라고 해서 고발을 취하해준 일이 있다.
그 때 담당 검사는 “이 선생님의 주장과 하는 일이 옳다. 만약 고발을 취하해주지 않으면 국무총리와 장관을 조사해야 하는 데, 그러면 내가 무능 검사란 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그 뒤엔 정부기관이 한자혼용 광고문을 내는 일은 없었다.
나는 그 때 그들을 검찰에 고발하기 앞서 내가 모시고 함께 한글운동을 하던 공병우박사와 허웅 한글학회 회장에게 의논을 했는데 두 분이 선 듯 찬성하지 않고 말렸다. 권력과 싸우다가 내가 다칠까보아서였다. 그러나 나는 결심을 했기에 고발장을 내고 김동길 교수께 그 때 내 심정을 적어 보냈더니 김 교수님은 나라와 겨레를 위하는 일인데 겁내지 말라고 격려편지를 바로 보내주셔서 큰 용기를 얻은 일이 있다.
고발장 접수 때 후배인 국어운동대학생회 전 회장 김불꾼, 현 회장 김한빛나리 군과 함께 갔다. 처음에 덕수궁 지원으로 가서 접수하려했으나 자신들은 그런 큰 사건을 받을 수 없다며 서초동 본청으로 가라고 해서 그쪽으로 가 접수하려니 서울지검 창구 직원이 한글전용법이 있느냐며 까다롭게 대하다가 법전을 찾아보고 그런 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결국 접수해 주었다. 그 때 검찰청 직원이 겁주니 두 후배는 내게 다음에 하자고 말렸으나 “너희들은 다음에 증인이 되는 것뿐이니 걱정 말라.”고 달래고 고발장을 접수한 일이 있다.
그 때 노재봉 국무총리에 보낸 건의문과 고발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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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봉 국무총리께 드리는 건의문
총리 취임을 축하합니다. 아울러 국민과 나라를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여 주시길 국민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도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한 국민으로서 평소 생각한 것을 건의하고 질의하니 눈여겨 봐주시고 자세한 답변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날 제가 정부에 건의하고 질의하면 “ 보내주신 의견 국정에 참고하겠다.”는 식으로 형식에 그친 답변만 해서 정부와 공무원을 더 불신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문는 내용
1. 한글전용법(벌률 제6호)과 정부 공문서규정에 정부 간행물과 광고문 들은 한글로 쓰게 되어있는데 갈이 보내드린 한자혼용은 한, 노동부장관 공고문은 법률과 규정 위반이 아닌지요? 저는 법과 규정을 위반한 거라고 보여 처벌하고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자세히 답변해주십시오.
2.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에도 이 건의서와 함께 보내드린 내용처럼 글자 하나도 다르지 않게 각 일간 신문에 광고한 일이 있습니다. 그 내용에 해당하는 기업주가 4천만 국민 가운데 몇이나 되어서 해마다 일간신문에 많은 돈을 들여서 크게 광고를 해야 하는 지 의문입니다. 나라 돈을 함부로 낭비하는 짓이라 생각되니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3. 우리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국민학교 교과서에 한글로 띄어 쓰고 가로 쓴 책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이 그 글에 길들었는데 왜 정부는 일제시대처럼 세로쓰기 한자혼용에다가 띄어쓰기도 제대로 하지 않는지요? 한글맞춤법, 한글 전용법을 무시하고 일반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한 답변바랍니다.
4. 저는 지난해 노동부가 낸 신문광고를 보고 노동부장관실에 전화도 하고 위 내용과 같은 건의를 하고 시정할 것을 건의했는데 올해도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르기에 다시 국무총리께 묻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자세하고 분명한 답변과 조치를 해주시기 간청하며 줄입니다.
1990년 12월 29일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리 대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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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발 장
고발인 :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리대로 전화 244-1944
피고발인: 국무총리 노재봉, 노동부장관 최병렬, 서울시장 이해원
저는 우리나라의 말과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기에 우리말, 한글 사랑운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리대로입니다. 그런데 1990년 12월 28일 노동부장관 최병렬은 ‘노동부 공고 제90-73호’를 일간신문에 크게 한자혼용으로 광고를 했습니다. 이는 한글전용법 (법률 제6호)과 대통령령 제2056호의 정부 공문서 규정 제7조, 국미충리 훈령 제68호를 위반한 행위로서 한글과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을 무시한 처사이기에 행정부 책임자인 국무총리에게 1991년 2월 28일 위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는 행정부 안에서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위반자를 처벌하고 시정조치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국무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위반 당사자인 노동부장관에게 이첩했으며 노동부장관은 잘못을 시인하고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변명만 하였습니다.
이렇게 행정책임자인 국무총리가 법과 국민의 충정어린 건의까지 무시하고 행정관리 감독 직무를 기피함으로써 1991년 3월 18일 서울특별시장도 법을 위반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더 이상 한글과 나라 발전에 피해를 주지않게 하기 위해, 또 준법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나라의 주인인 한 국민으로서 증거 서류를 첨부하여 노재봉 국무총리를 직무유기로, 최병렬 장관과 이해원 서울시장을 한글전용법과 규정 위반으로 고발하오니 바르고 엄한 법의 심판이 있길 바랍니다.
1991년 4월 3일
고발인 리 대로 인
국무총리와 장관을 한글전용법 위반과 직무태만으로 검찰에 고발하다.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