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성막걸리인가 / (유) 금정산성토산주 유청길대표 이야기 ````````````````````````````````````````````````````` (1)
막걸리는 여러 가지 덕을 지녔다. 술이면서도 음식처럼 허기를 면하게 해 준다. 그러면서도 취기가 심하지 않다. 추울 때 마시면 추위를 덜어 주고, 농사일 할 때 마시면 일하기 좋도록 기운을 돋우어 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평소에 나누지 못한 정도 주고 받을 수가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옛 사람들은 막걸리가 지닌 오덕(五德)이라고 했는데, 이 덕은 은은하면서도 끈끈한 한국 사람들의 품성을 닮았다.
조선조 중엽, 어느 판서의 집에는 질 좋은 소주와 가양주가 많았는데, 판 서는 고집스럽게도 막걸리만을 골라 마시는지라 자제들이 그 이유를 물었 다. 이에 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준비시키고는 쓸개 안에 담긴 담즙을 쏟 아 버리게 했다. 그러고는 그 쓸개주머니에 소주, 약주, 막걸리를 따로 따 로 담아 매달아 두었다. 자제들이 며칠 후 열어 보니 소주 쓸개는 구멍이 송송 나고, 약주 쓸개도 크게 상했는데, 막걸리 쓸개만 오히려 두터워져 있었다고 한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막걸리 예찬론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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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붐이다. 대단한 붐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의 붐, 프랑스 와인에 못지 않다는 이 막걸리가 이제는 세계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세 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다 만들고 국민 누구나가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그런데 유독 부산 금정구 금정산성 안에서 만드는‘금정산성 토산주’에 많은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내력을 살펴 본다.‘산성막걸리’로 통칭되는 ‘금정산성토산주’는 국내 민 속주 1호로 지정이 된 술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막걸리에 ‘민속주 1호’ 라니. 그 지정에는 긴 사연들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식량사정이 어렵던 시절, 막걸리를 만들어 먹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런데 금 성산성속 마을에서는 이 막걸리를 만들어 내다 파는 것이 생계의 수단이었다. 담당 행정관서인 세무서에서는 단속을 나오고 산성속 주민들은 술 흔적을 감 추는 숨박꼭질이 지속되었다. 으레히 단속반원들과 주민들 사이에는 몸싸움 이 벌어지고 언제나 억울하게 당하는 쪽은 주민들이었다. 술 담근 흔적을 남 기지 않기 위해 빚어 둔 술을 소 우리 여물통에 부어 넣고 소가 먹게 했고 증거물을 갖고 가지 못하게 누룩에는 인분을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랬지만 주민들은 단속원에게 누룩을 빼앗겼고 툭하면 벌금이다, 집행유예다, 하고 별의별 곤욕을 치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고 받은 ‘막걸리 애음가 박정희대통령’은 “이건, 아닌데” 하 시고는 1979년, 양성화 조치를 시킨 것이 ‘민속주 1호’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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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산성마을은 금정산성속에 위치해 있다. 금정산성은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 (재위 1674년~1720년) 때 쌓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성이다. 산성막걸리는 300년 전 산성을 쌓던 군졸들과 주민들이 새참거리로 즐겨 빚어 먹던, 실로 오랜 전통의 술로 내려 왔다. 그래서 부산광역시 금정구청은 이 막걸리를 문화재청에 정식으로 중요무형문 화재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문배주, 충남의 면천두견주, 경북의 경주교동법주 등 3가지 민속주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의 막걸리를 계속 빚고 오랜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1980년, 산성마 을 주민 158명은 자본금 1천400여만원으로 ‘유한회사 금정산성토산주’를 설립했 다.
지금 이 회사의 유청길(劉淸吉) 대표는 산성마을 토박이로 숙종 때 산성 쌓는 일 을 지휘했던 무관의 한 사람, 할아버지의 8대 손자다. 경남대 사범대학을 졸업 하고 한 동안 고등학교에서 일본어 교사생활을 하다가 1998년 이 회사의 대표로 선임이 되었다. 물금에서 산성안으로 시집 온 자당 전남선(田南仙) 할머니는 시어머니로부터 누 룩 만드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실로 긴 세월, ‘누룩 만들기 60년’을 훨씬 넘겼다.
누룩은 먼저 빨간 통밀(외국산)을 기계에서 굵게 갈아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한다. 그 다음 헝겊을 씌우고 까만 신발을 신고 밟아서 도리뱅뱅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가장자리가 통통해서 마치 피자 같다.
이렇게 만들어 낸 누룩으로 아들은 '금정산성막걸리'를 빚어 낸다는 것이다. 발로 밟은 누룩과 기계로 찍어낸 누룩으로 술을 담아 보면 술 맛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 기운이 들어 간 것이 훨씬 구수하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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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정산성토산주’에서는 100%, 국산쌀을 사용하고 있다. 하루에 750ml 들이 막거리 8천~1만병을 생산해 낸다.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해 내면서도 아직 수제 누 룩을 사용하는 곳은 ‘금성산성토산주’가 유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막걸리는 누룩과 고두밥, 그리고 금정산의 지하 250m 암반수를 섞어서 빚는다.
고두밥은 물을 넣지 않고 증기로만 찌는 밥인데 이것을 잘게 깬 누룩과 함께 물로 버무려 섞어 놓으면 저절로 막걸리로 발효가 된다. 물론 복잡한 중간 과정이 있지만 고두밥 320kg, 누룩 80~90kg 을 물과 함께 한 번 에 섞고 나면 720L 두 통에서는 막걸리가 알코올 도수 16도로 익는다. 그걸 다시 물 과 1대 1로 섞어 알코올 도수 8도로 낮추어서 병에 넣는 과정을 거친다.
막걸리 병에는 제조자 유청길 대표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주류업계에서는 아주 드 문 일로 제조자는 그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는 뜻이겠다. 경남 함양의 용추미 햅쌀로 빚은 유기농막걸리를 1병에 5천원으로 서울에서 출시를 해 보았더니 인기가 폭발했고 서울 강남이라면 2만원에 내어 놓아도 되겠다는 품평 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햅쌀유기농 막걸리를 서울의 3대 백화점에 매일 1천병씩 공급을 하고 있다.
막걸리 병에 새겨 진 그의 얼굴이 말해 주듯, 그 자신이 막걸리임을 자부하는 유청길 대표는 수제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가 진짜 막걸리라며 와인 못지않게 우리의 막걸리 를 세계화시켜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산성막걸리를 한국의 대표술로 끌어 올리고 막걸리박물관도 짓겠다는 유청길 대표의 당찬 꿈이 하루 빨리 이루어 지기를 기원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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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곤회원, 금정산성토산주 유청길대표 부인 진현주씨, 유청길대표
(어느 해 겨울 날 부산 금정산에 갔다가 담아 둔 사진입니다)
저도 금정산 산성 막걸리 가서 사가지고 온적이 있지요
다음사진에 올려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