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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천병희 옮김, 숲, 2009)
제3권 시민과 정체에 관한 이론
제1장 시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국가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다른 전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복합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시민politēs이 무엇인지부터 고찰해야 하는데, 국가는 시민들로 구성된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131)
우리가 여기서 정의하려는 것은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 완전 시민이다. (132)
완전 시민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132)
필연적으로 정체가 다르면 시민도 다른데, 우리가 정의한 시민은 민주정체에 가장 잘 맞지만, 다른 정체들에도 꼭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33)
의결권과 재판권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 나라의 시민이다. 그리고 국가는 간단히 말해 자족한autarkes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단체다. (134)
제2장 시민에 대한 실제적 정의
그러나 실제로는 시민은 (…) 양 부모가 모두 시민인 자로 규정된다. (135)
제3장 국가의 연속성과 정체성
국가는 공동체, 그것도 하나의 정체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공동체인 만큼, 정체가 바뀌어 다른 종류의 것이 되면 국가도 필연적으로 더 이상 같은 국가일 수 없다. (139)
제4장 훌륭한 시민의 미덕
시민들도 서로 다르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공동체의 안정sōtēria이라는 공통된 과제가 있는데, 여기서 공동체란 다름 아닌 정체다. 따라서 시민의 미덕은 반드시 정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체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인 만큼, 훌륭한spoudaios 시민의 미덕도 한 가지만 완벽할 것일 수 없다. 그런데 훌륭한 사람은 한 가지 완벽한 미덕을 지닌 사람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따라서 훌륭한 사람의 미덕을 지니지 않아도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음이 명백하다. (140-141)
치자의 경우 훌륭한 시민의 미덕이 훌륭한 사람의 미덕과 같은 것이라고 해도, 피치자도 시민이므로 훌륭한 시민의 미덕과 훌륭한 사람의 미덕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경우(시민이 치자로 활동하는 경우)에만 일치한다. (142)
치자와 피치자의 미덕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훌륭한 시민은 이 두 가지에 다 능해야 한다. 말하자면 훌륭한 시민은 자유민답게 지배할 줄도 알고 자유민답게 복종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것들이 바로 시민의 미덕이다. (144)
그리고 치자의 절제sōphrosynē와 정의dikaiosynē가 피치자의 그것과 다르다 해도, 훌륭한 사람의 미덕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지배받지만 자유민인 훌륭한 사람의 미덕, 예컨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같은 것이 아니라, 그가 지배하느냐 지배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치자에 고유한 미덕은 선견지명phronēsis뿐이다. (…) 대신 피치자의 미덕은 선견지명이 아니라 올바른 의견doxa alēthēs일 것이다. 피치자는 피리 제작자와 같고, 치자는 피리를 사용하는 피리 주자奏者와 같다. (144)
제5장 직공도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
이상에서 두 가지가 밝혀졌는데, 그중 하나는 시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공직에 참여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라는 것이다. (147)
훌륭한 사람의 미덕이 훌륭한 시민의 미덕과 같은 것이냐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결론이 도출되었다. 하나는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시민이 일치하는 국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결론은,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시민이 일치하는 국가에서는 시민이라 해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혼자 또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공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정치가politikos만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147)
제6장 바른 정체와 그른 정체
정체란 여러 공직, 특히 모든 일에 최고 결정권을 가진 기구에 관한 국가의 편제編制taxis다. 어느 국가에서나 정부politeuma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만큼, 정부가 실제로는 정체이다. 예컨대 민주정체에서는 민중dēmos이 최고 권력을 가지며, 과두정체에서는 소수자oligoi가 최고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정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이런 판단 기준은 다른 정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148)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zōion politikon (…) 따라서 인간들은 서로에게서 도움받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모여 살기를 원한다. 그밖에 공동의 이익도 각자의 훌륭한 삶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인간을 한데 모은다. 훌륭한 삶이야말로 공동체 전체에게도 개개인에게도 주된 목적telos이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히 물리적 생존을 위해서도 함께 모여 국가 공동체를 유지한다. (148-149)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절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올바른 정체고, 치자들의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정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유민들의 공동체인데, 그런 정체는 전제적專制的이기 때문이다. (150)
제7장 올바른 정체와 왜곡된 정체의 구분
정체와 정부politeuma는 사실상 같은 뜻이다. 정부는 국가의 최고 권력기구to kyrion인데, 최고 권력기구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 소수자 또는 다수자에 의해 대표된다. 한 사람, 소수자 또는 다수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하는 정부는 올바른 정부다. 그러나 한 사람, 소수자 또는 다수자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정부는 잘못된 정부다. (151)
한 사람이 통치하는 정부들 가운데 공동의 이익을 고려하는 정부를 우리는 보통 왕정王政basileia이라고 칭하며, 한 사람 이상의 소수자가 통치하는 정부를 귀족정체aristokratia라고 칭한다. 그런 정부가 그렇게 불리는 것은 가장 훌륭한 자들이 통치한다는 의미에서, 국가와 그 구성원을 위해 최선의 것to ariston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다수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할 경우, 정부는 모든 정체에 공통된 명칭인 ‘정체’ 또는 ‘혼합정체’라고 불린다. (…) ‘혼합정체’에서는 전사들이 최고 권력을 가지며, 중무장할 재력이 있는 자들이 시민권을 가진다. (151-152)
앞서 말한 정체들 중 왕정이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 귀족정체가 왜곡된 것이 과두정체, ‘혼합정체’가 왜곡된 것이 민주정체다. 참주정체는 독재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1인 지배 정체monarchia고, 과두정체는 부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민주정체는 빈민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어느 정체도 시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152)
제8장 경제를 기준으로 한 정체의 구분
참주정체는 국가 공동체를 마치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듯 통치하는 1인 지배 정체다. 재산을 가진 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과두정체이고, 반면 재산을 갖지 못한 무산대중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정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이런 정의와 관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부유한 다수자가 정권을 잡더라도 다수자가 지배하는 만큼 민주정체라 해야 하고, 반대로 부자들보다 수는 적어도 힘이 더 센 민중이 정권을 잡는다면 소수자가 지배하는 만큼 과두정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정체를 구분하는 방법은 더 이상 옳아 보이지는 않는다. (153)
민주정체와 과두정체의 진정한 차이점은 가난과 부富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그들이 수가 많건 적건 재산이 많기 때문에 지배하면 과두정체이고, 빈민이 지배하면 민주정체다. (…) 그리고 부와 자유eleutheria야말로 과두정체의 지지자들과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이 정권을 놓고 다투는 진정한 이유인 것이다. (154)
제9장 정치권력의 올바른 배분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에게 정의는 평등을 뜻한다. 정의가 평등을 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만인이 아닌 평등한 자들만을 위한 평등이다. 한편 과두정체의 지지자들은 공직 배분에서 불평등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옳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인이 아닌 불평등한 자들에게만 옳은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를 빼버린 채 정의를 판단하면 잘못 판단하게 된다. (…) 정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그리고 올바른 배분이란 주어진 사물들의 상대적 가치가 받는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에 상응하는 배분이다. (…) 그러나 과두정체의 지지자들과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은 사물의 평등성에 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사람의 평등성에 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대 부富에서 불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믿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대 자유민의 신분에서 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평등하다고 믿는다. (155-156)
국가의 목적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훌륭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156)
반면에 좋은 질서eunomia를 가진 국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시민의 좋은 미덕과 나쁜 미덕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이름만 국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가라면 시민들의 미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 공동체는 그 구성원이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동맹체와 공간적으로만 차이가 나는 동맹체가 된다. (…) 예컨대 한 명은 목수고, 다른 한 명은 농부고, 또 다른 한 명은 제화공이고, 나머지는 다른 물건을 생산하는데 그들의 수가 1만 명이나 된다 해도 그들의 공동체가 교역과 상호원조에 국한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 (157-158)
국가는 같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공동체가 이니며, 상호 간에 부당행위를 방지하고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국가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들이 다 충족된다 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란 그 구성원의 가족들과 씨족들이 훌륭하게 살eu zēn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공동체이며, 그 목적은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다. (…) 국가의 목적은 훌륭한 삶이며, 앞서 말한 것들은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국가는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을 위한 씨족들과 마을들의 공동체다. 그리고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란 행복하고 훌륭하게 사는 것to zēn eudaimonōs kai kalōs을 뜻한다. (158-159)
따라서 그런 공동체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자가 자유와 신분에서는 같거나 더 우월하지만 정치적 미덕에서는 더 열등한 자들보다, 또는 부富에서는 더 우월하지만 미덕에서는 뒤처지는 자들보다 국가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한다. (159)
제10장 국가의 최고 권력
제11장 집단의 판단은 현명하다
소수자인 가장 훌륭한 자들보다 대중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는 받아들일 만하고, 다소 문제점이 있기는 해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는 것 같다. 다수자polloi는 비록 그중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였을 때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전체로서 소수자인 가장 훌륭한 사람들보다 더 훌륭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2)
권력을 갖는 것은 배심법정dikastērion이나 평의회boulē나 민회ekklēsia의 개별 구성원이 아니라 법정과 평의회와 민회 전체이며, 앞서 말한 개별 구성원, 즉 평의회 회원과 민회 회원과 배심원은 이것들의 부분 또는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중이 더 중요한 업무들에서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은 정당하다. (165-166)
그러나 첫 번째 문제(‘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에서 분명히 밝혀진 것은, 올바르게 제정된 법法nomos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통치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모든 경우에 보편타당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정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없는 업무들만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166)
제12장 정의와 평등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음agathon이다. 이 점은 모든 학문과 기술의 으뜸인 정치政治politikē에 특히 가장 많이 적용되는데, 정치에서의 좋음은 정의이며, 그것은 곧 공동의 이익이다. 다들 정의는 일종의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167)
아마도 다른 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고 남들과 같다 해도 어떤 점에서 시민들 사이에 차이가 난다면 (…) 일을 더 잘하는 자에게 더 좋은 도구가 주어져야 한다. (167-168)
공직을 요구하는 자들은 국가 존립에 필요한 부문들에서 서로 경쟁해야 한다. (169)
제13장 공직에 대한 요구
훌륭한 삶을 고려한다면, (…) 교육과 미덕이 공직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정당하다 할 것이다. (170)
우리는 ‘올바른’이라는 말은 ‘평등하게 올바른’의 뜻이며, ‘평등하게 올바른’ 것이란 국가 전체의 이익과 시민들의 공동 이익에 연관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이란 일반적으로 번갈아가며 지배하고 지배받는 사람이다. 시민은 정체의 형태애 따라 달라지지만, 최선의 국가에서는 미덕을 추구하는 삶을 위해 자진하여 지배하고 지배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173)
따라서 도편추방 옹호론은 어떤 종류의 미덕이 인정될 때는 정치적으로 정당하다 할 것이다. (…) 그러나 국가들은 실제로는 이 정책을 그런 취지로 사용하지 않았다.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에 유익한 것을 추구하는 대신, 도편추방을 당파 싸움의 도구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176)
따라서 왜곡된 정체들에서는 도편추방이 나름대로 정당하고 편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제도가 거기서는 절대적인 의미에서 정당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선의 정체에서는 그런 정책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 (176)
제14장 왕정의 다섯 가지 유형
우리는 앞서 왕정basileia은 올바른 정체의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177)
그러니까 종신 장군직stratēgia, 이것이 왕정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왕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세습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출에 의한 것이다. (178)
그밖에도 다른 유형의 독재정체monarchia가 있는데, (…) 이런 유형의 왕정은 모두 왕이 참주와 같은 권한을 갖지만, 합법적이며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세습된다. (178)
그밖에도 세 번째 유형이 있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선거에 의한 참주정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합법적이라는 점에서는 이민족의 왕정과 같지만 세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179)
이런 종류의 통치는 예나 지금이나 두 가지 성격을 갖는데, 전제적이라는 점에서는 참주정체라 할 수 있고, 독재자들이 선출되고 피치자들의 동의를 받아 통치한다는 점에서는 왕정이라 할 수 있다. 왕의 독재정체의 네 번째 유형은 영웅시대에 있던 것으로, 세습되고 합법적이며 자진하여 복종하는 자들에게 행사된다. 왕가의 시조들은 특정한 기술이나 전쟁에서, 또는 백성들을 한곳에 모으거나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며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풂으로써 백성들에 의해 왕으로 추대된 까닭에 그들의 왕권은 후손들에게 세습될 수 있었던 것이다. (180)
이상이 네 가지 유형의 왕정이다. 첫 번째는 영웅시대의 왕정으로 자진하여 복종하는 자들에게 행사되며 특정한 기능에 한정되어 있다. (…) 두 번째는 이민족의 왕정으로 세습되는 전제정체이지만 합법적이다. 세 번째는 (…) 선출된 참주정체다. 네 번째는 (…) 세습되는 종신장군직이다. (180-181)
그밖에도 다섯 번째 유형의 왕정이 있는데, 여기서는 개별 국가나 개별 부족이 공공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은 권한을 갖고 단 한 사람이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이런 유형의 왕정은 가부장적 가사 관리에 해당한다. (181)
제15장 왕정과 법의 관계1
추렴잔치가 단 한 사람이 준비한 잔치보다 낫듯이, 군중ochlos은 많은 업무를 그 어떤 개인보다 더 훌륭하게 결정한다. (183-184)
게다가 다수자는 소수자보다 덜 부패한다. 그것은 마치 많은 물이 적은 물보다 덜 오염되는 것과도 같다. (184)
모두가 훌륭한 다수자의 통치를 귀족정체라 하고, 한 사람의 통치를 왕정이라 한다면, 왕이 친위대를 거느리든 말든 왕정보다는 귀족정체가 국가를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 똑같이 훌륭한 다수자를 구할 수만 있다면. (184)
제16장 왕정과 법의 관계2
절대왕정pambasileia은 왕이 모든 일을 자의적으로kata tēn heautou boulēsin 처리하는 왕정을 뜻한다. (…)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는 각자가 지배받기도 하고 지배하기도 하는 것이, 그리하여 모두가 공직을 번갈아 맡는 것이 옳은 것이다. (187-188)
따라서 시민들 가운데 한 명이 지배하는 것보다는 법이 지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같은 논리에 따르면, 여러 명이 통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해도 그 여러 명은 법의 수호자 겸 하인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 따라서 법의 지배를 요구하는 자는 다름 아닌 신神theos과 이성理性nous이 지배하기를 요구하는 것이고, 인간의 지배를 요구하는 자는 거기에 야수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다. 욕망慾望epithymia은 야수와도 같은 것이고, 분노thymos는 통치자들과 가장 훌륭한 인간들마저 오도誤導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은 욕구orexis에서 해방된 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88)
그래서 정의dikaion를 구하려면 중용中庸meson을 구해야 함이 분명한데, 법이 바로 중용이다. (189)
제17장 왕권의 최선의 형태
동등하고 대등한 자들 사이에서는 한 사람이 나머지 모두를 지배하는 것은 유익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이 점은 그가 법에 따라 통치하든 법 없이 그 자신이 법이 되어 통치하든, 그가 훌륭한 자로서 훌륭한 자들을 통치하든 훌륭하지 못한 자로서 훌륭하지 못한 자들을 통치하든, 그가 미덕에서 걸출하든 마찬가지다. (191)
정치적 미덕에서 걸출한 가문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본성적으로 잘 참고 견디는 주민들은 왕정에 맞고, 정치적 미덕에서 걸출하여 통치할 능력이 있는 자들에 의해 자유민으로서 지배받는 것을 본성적으로 잘 참고 견디는 주민들은 귀족정체에 맞고, 재산 있는 자들에게 가치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는 법에 의해 지배받기도 하고 지배받을 수도 있는 주민들은 ‘혼합정체’에 맞다. (191-192)
제18장 이상적인 왕의 교육
올바른 정체는 세 가지가 있고, 그중 가장 훌륭한 정체는 필연적으로 가장 훌륭한 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정체다. 이런 정체는 한 사람, 한 가문 전체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미덕에서 걸출하되 피치자들도 치자들도 가장 바람직한 삶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