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신성함과 행운의 상징…
한겨울에도 열매 열려요
남 천
삭막한 겨울 붉은 단풍과 열매로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어요. 늦가을부터 열매와 잎·줄기까지 붉게 물들기 시작해 한겨울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남천(南天)이에요.
겨울철 남천의 붉은 잎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일교차가 거의 없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그늘진 곳이나 실내 등에서 자라는 남천은 단풍이 들지 않고 푸른 상태를 유지해요. 너무 추운 곳에서는 낙엽이 떨어져 버리기도 하죠. 대신 열매는 환경과 상관없이 늘 붉게 열려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는 혹독한 추위와 서리도 견딜 수 있죠. 이듬해 봄까지 오래 달려 있으면서 새들에게 겨울 양식이 된답니다.
남천은 원래 중국이나 인도·동남아시아 같은 나라의 따뜻한 난대·열대 지역에서 자라요.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처음 들여왔어요.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해 도심이나 도로변·아파트·공원 등을 꾸미기 위해 심어요. 꽃꽂이 소재로도 이용하죠. 하지만 미국 남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관상용으로 들여온 남천이 자생식물에 피해를 줄 만큼 왕성하게 번져서 침입종으로 보기도 한대요.
남천이라는 우리나라 명칭은 중국 명칭 등에서 따왔대요. 중국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가 모여 곧게 자라는 남천의 모습과 뾰족한 잎끝이 대나무와 닮았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대나무 죽(竹)'자를 붙여 '남천죽(南天竹)'이라고 부른대요. 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가 촛불처럼 보인다고 '촛불 촉(燭)'자를 붙여서 '남천촉(南天燭)'이라고도 하죠.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도 남천이 대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천상의 대나무(Heavenly Bamboo)' '신성한 대나무(Sacred Bamboo)'로 불러요.
일본에서는 남천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르는 나무로 여겨요.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뜻을 가진 일본말 '난전(難轉)'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남천을 집 안 뜰에 심거나 그림으로 그려 실내에 걸어두기도 했어요. 특히 새해가 되면 집 안 곳곳을 남천으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대요. 복을 부른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일본 전국시대에는 남천의 잎을 갑옷 넣는 상자에 넣어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어요. 남천의 잎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