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여년전 첫아이를 낳고 기르던 중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물질이 아니라 사람, 즉 ‘관계’라는 걸 깨달으며 주변의 이웃, 공동체적인 삶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기까지 제 안에도 삶이 주는 고통이 있었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십대와 이십대를 통과하고 삼십대에 이르러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었지만 내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고 현재의 삶은 막막했습니다. 가족 안에서 평안을 누리기 어려웠고 사회 안에서 희망을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어려움의 이유는 어떨 땐 제 탓, 부모님 탓, 사회 구조의 탓으로 머릿속에서만 돌고 돌며 혼란, 무기력과 체념의 정서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우연하게 만난 이웃을 통해 문제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걸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실마리란 다름 아닌 이웃하며 아이를 함께 키우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관계'가 생기면서였어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웃을 통해 제 삶의 묵은 것들이 해소되고 순환되기 시작했고 흔들리던 삶에 버팀목이 세워져간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좀 더 기운을 차리고 책임있게 제 곁의 생명을 키울 수 있었고 스스로의 생명력도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 저는 가족과 사회를 떠올리며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들에 무너지지 않는 엄마이자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회선교학교가 만나가는 단체들 중에 ‘안산시고려인문화센터 너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꼭 시간을 내어 동참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몇 년째 하고 있는 일이 있어 시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지만 저의 이런 결심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동료가 있어 가능했지요.
지하철을 타고 두시간 가까이 걸려 찾아간 ‘너머’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고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그 기쁨을 되새기며 몇일을 보냈고 짧게나마 탐방후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너머’에서 만난 1명의 대학생, 8명의 청소년들과 선생님에게서 느낀 첫인상은 ‘건강한 밝음’이었습니다.
첫만남의 자리에서 차분히 저희들에게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타나과 카자흐스탄)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셨는데 그 분들의 삶을 ‘혀’ 곧 ‘몸’으로 알아가고 만나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너머’의 가장 어린 아이들이 낮시간을 생활하는 어린이집 공간에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이미 ‘한국어 교사’라는 자신의 꿈을 실천하며 어린 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머의 가장 아래층에 정성껏 마련되어있는 고려인역사자료관에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중학생, 청소년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과 함께 땟골(안산 선부동 지역)의 치안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는 불과 1달 전까지만해도 안산지역에 고려인마을이라 불리우는 곳이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을 잘 만나가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조금씩 찾아본 자료들을 통해서는 ‘동포법 개정문제’, ‘체류비자문제’ 등 오랜 현안을 알게 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자리에서는 학생들 한명 한명이 지니고 있는 꿈, 재기 넘치는 개성과 진지한 태도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나 애쓰며 한국말을 공부해왔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고 그 실력에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나고 자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라는 땅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가며 더 잘 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고려인, 고려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 질문은 함께 풀어갈 공통의 질문이되는 걸 느낍니다. 그동안 이분들 스스로 너무 힘들게 설명해야했던 이 질문을 우리가 함께 공부하고 알아가고 대화한다면 그렇게 우리 자신도 우리의 뿌리, 우리의 미래를 더 잘 이해하고 아픈 역사를 해원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임재원 매일 새로 피어나는 생명의 힘은 홀로가 아닌 어우러짐 속에 가능함을 배우고 있는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지기입니다.
*아래 사진은 안산시고려인문화센터'너머'에 마련된 고려인역사자료관에서 찍은 자료사진입니다.








첫댓글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