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기도 하거니와 햇볕이 따가워 외출 때 선크림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러면 연쇄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여름휴가입니다. 올해도 한 해의 하이라이트인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때가 왔구나 싶어 벌써 가슴이 뜁니다. 마음은 외국으로 가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물론 국내라고 저렴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항공료와 부대 비용을 생각하면 국내 여행의 이점은 분명 있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독채형 공간에 수영장까지 있는 풀빌라, 그곳에서 수영을 즐긴 뒤 피곤한 몸을 풀 제트스파가 아른거립니다. 동남아 등지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이런 고급스러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국내에서 이 같은 휴양지 느낌을 제대로 받을 장소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에 대한 해답은 바로 경남 남해입니다. 우선 차로 부산에서 넉넉잡아 2시간이면 족히 도착할 수 있습니다. 공항을 오가고 짐을 몇 시간 전 부치고 다시 몇 시간씩 비행기의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보내야 하는 절차가 전혀 필요 없습니다.
섬들과 푸른 바다가 빚어내는 풍광도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펜션이 즐비합니다. 여행의 콘셉트 따라 다르겠지만, 휴양을 염두에 둔다면 숙소 선택이 아주 중요합니다.
단 며칠이라도 집을 떠나 전혀 새롭고, 멋들어진 공간에서의 생활이 휴가의 다른 이름 아닐까요. 숙소 발코니에 나만을 위한 수영장이 있고 비치베드에 누워 원하는 만큼 햇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챙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실컷 빈둥대도 됩니다. 파도소리와 햇살만 가득한 시간을 달콤한 낮잠으로 채워도 좋습니다.
낮을 이렇게 채웠다면 일몰은 침대에 누워 감상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대부분 남해의 펜션은 바다를 충분히 감상하도록 통창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내 방안으로 온전히 바다를 다 받아들이면서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는 겁니다. 밤바다에 어둠이 가득 내리면 별도 반짝이겠지요. 호젓한 휴식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인 휴가의 모습입니다.
경남 남해 다랭이 마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신 나고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도 펜션은 적합한 장소입니다.
취사할 수 없는 호텔과 달리 펜션은 주방이 딸린 데다 바비큐도 가능합니다. 해가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 싱싱한 해산물과 두툼한 고기를 석쇠에 올립니다. 맛있는 소리와 냄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시원한 맥주와 농담이 오가며 여름밤이 깊어갑니다.
다양한 펜션들로 가득한 '보물섬' 남해로 펜션 탐방에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이번 휴가지로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자, 떠나보시죠. 남해로.
◇동남아 풀빌라 누가 부럽대…남해 펜션 5選
- 명품 해안로 따라 낮에는 남해 일주 - 싱싱한 해물 사다 밤에는 가든 파티
- 욕조에 앉아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푸른 바다가 보여
경남 남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선지 대부분의 펜션은 해안가 절벽에 있다. 그래서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황홀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객실 내에 전용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 해변과 바로 맞닿아 있어 바다로 바로 뛰어들 수 있는 펜션, 모든 소품과 내·외부를 주인장이 직접 꾸민 펜션 등 다양한 펜션이 남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자신만의 콘셉트를 가진 5곳의 펜션을 방문했다.
■하이클래스 남해
- 바다 바라보는 전용 풀장… 그야말로 '하이클래스'
전용 풀장과 제트스파를 갖춘 하이클래스의 외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하룻밤 보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베란다에 있는 전용 풀장과 비치 베드, 제트 스파를 보는 순간 그럴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취재 당일 낮 기온 25도를 웃도는 맑은 초여름 날씨여서 수영장이 더 시원하고 예뻐 보였다. 그야말로 풀빌라로서 부족함이 없다.
하이클래스 남해에서 가장 넓은 방인 101호를 들여다봤다. 복층 구조로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공간, 넓은 화장실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바다를 보며 수영하는 전용 풀장이다. 전용 수영장은 가로 2.85m, 세로 7.7m, 깊이 1.3m로 제법 크다. 수영하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신혼여행객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형 풀빌라로 손색이 없다. 옥상형 풀빌라는 수영장 크기가 조금 더 작을 뿐 옥상에 풀과 제트스파가 다 있다.
2층에는 더블베드의 침실 두 곳과 건식 사우나까지 갖췄다. 최대 6인까지 투숙할 수 있으며 무인주차도 가능하다. 인테리어는 모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색조를 배제하고 흰색 풍으로 깔끔함을 보여준다. 바비큐 세트를 판매한다. 남해군 서면 작장리. (070)8220-9089
■아미르 하우스
- 모든 소품 주인장이 만들어… 도자기 체험도 가능
도자기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 가능한 아미르 하우스. 내·외부 모두 주인장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펜션이다.
주인장이 펜션 외부뿐 아니라 내부를 채우고 있는 모든 소품을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정성이 가득하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파스텔 색조로 꾸며져 있다. 모든 식기류뿐 아니라 가구, 침구까지도 직접 제작한 것들로 채우고 있다. 김인숙 대표는 "직접 목공까지 다 해 색깔 배열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내·외관 모두 핸드메이드 펜션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방문 당일도 김 대표가 공방 외관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아미르 하우스는 원목 자재에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다.
아미르 하우스는 셀프 웨딩 촬영과 도자기 체험이 특징이다. 가족이나 커플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면 아미르 하우스에서 유약을 바르고 전기 가마에 구워 집까지 택배로 보내준다. 가족여행의 추억을 도자기로 남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셀프 웨딩은 아미르 하우스에서 웨딩 드레스와 각종 소품을 제공하고 이용객이 객실에서 스스로 꾸며 사진을 찍게 하는 것이다. 연인이나 부부에게 호응도가 높다. 아침 식사는 설렁탕과 육개장 중 선택하면 아미르 하우스에서 제공한다. 남해군 남면 덕월리. (055)862-1203
■펜션 빈센트
- 바다 바라보는 통창 욕실… 바비큐가 무료라고?
전 객실에서 바다 쪽 조망을 즐길 수 있는 펜션 빈센트. 현대적인 외관과 깔끔한 객실이 특징이다.
바다 전망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객실을 최대한 현대적 감각으로 꾸몄다. 빈센트라는 이름은 살아서 인정을 받지 못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8개 객실 이름도 반 고흐가 작품을 그렸던 도시의 이름을 따왔다. 빈센트는 정원을 소담하게 잘 꾸며 놓았다. 정원의 그네에 앉아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눈맛이 아주 좋다. 욕실의 인테리어가 특히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욕조에 앉아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욕실 창도 통창으로 마련했다.
빈센트는 다른 펜션에선 판매하는 바비큐 세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고기와 채소, 쌈장 등이 다 포함된다. 박성기 대표는 "고객이 장을 보러 왔다갔다하는 시간에 아름다운 남해의 바다를 더 즐기라는 의미에서 올해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빵과 우유 등 가볍게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브런치와 커피도 무료다. 펜션이 자리한 곳은 감성돔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곳이라 낚시꾼의 발걸음도 잦다. 또 카약, 스탠드패널 보트를 평일(화~금요일)에 무료로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손님에게 인기가 좋다. 남해군 남면 홍현리. 010-9598-0999
■멜로디 펜션
- 문 열고 나가면 바로 두곡해변… 로맨틱 인테리어
두곡해수욕장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멜로디 펜션의 객실. 소품과 가구까지 모두 핑크로 통일했다.
대부분 펜션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안 절벽에 있는 것과 달리 두곡해수욕장에 바로 접해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문을 열고 몇 걸음만 걸어나가면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다. 객실 내부의 편백(히노키) 욕조나 월풀 스파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입욕을 즐길 수 있다. 바비큐 화덕이 실내에 마련돼 있어 비가 오더라도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두 바다 조망인 7개의 객실은 이름마다 컬러와 콘셉트를 달리해 아기자기하다. 객실 내부를 온통 핑크로 꾸민 돌체를 들여다봤다. 벽지, 의자, 인테리어 소품, 전기밥솥까지 핑크로 구비했다. 이 밖에도 화이트, 퍼플 등 다양한 색상의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복층 구조로 1층이 주방, 거실이 있는 생활공간이고 2층에 침실이 있다. 침대 옆이 큰 창문으로 돼 있어 밤바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펜션 앞 정원에 분홍색, 보라색 마차와 소파 등을 놓아서 이용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도록 배려했다. 펜션이 있는 두곡해수욕장의 수심이 깊지 않고 모래로 이뤄져 있어 가족단위나 연인에게 인기가 많다. 남해 남면 당항리. 010-7697-1616
■마린피아 남해 리조트 펜션
- 베란다엔 사계절 제트스파… 전복죽 조식 인기
마린피아 리조트. 전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제트 스파도 즐길 수 있다.
객실이 14개로 피아동, 마린동, 오션동으로 나뉘며 펜션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도로에서 바라본 외관이 마치 큰 배 위에 선실이 있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전 객실이 바다 조망으로 실내 혹은 베란다에 제트스파가 마련돼 있어 사계절 바다를 보며 즐길 수 있다. 야외에 있는 것도 온수 스파가 가능해 한겨울에도 문제없다. 복층 구조로 2층이 침실이고 아래층이 거실과 주방공간이다. 천정이 높아 개방감이 좋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2층 침대에 누워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용객을 위해 활전복을 이용해 만든 전복죽과 원두커피가 아침 식사로 제공된다. 방으로 직접 가져다주는 룸서비스로 인기가 좋다. 리조트 내 수영장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음 달이 되면 물을 채워 개장할 예정이다. 수영장 옆에도 제트스파와 비치베드가 마련돼 있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규모가 커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바다전망 카페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편이다. 남해군 남면 선구리. (055)862-0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