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부산사람 이태석기념 청소년 아카데미를 다녀와서
금정고등학교 강승윤
청소년 아카데미 출발 하루 전, 나는 정말 가기가 싫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방학의 첫 주말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 그리고 보람 있는 일로 보내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었는데 이런 가기 싫은 캠프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1박 2일 동안 새로운 친구를 만나 어떻게 친해질까? 라는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먼저 처음에 가서 단체복을 입고 영상을 시청했다. 전에 대충 한번 본 영상이라 그런지 처음의 감동은 조금 줄었음에도 불구하고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다음 바로 개회식을 한 후 조끼리 모여서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이라 모두 너무 어색했지만 조금 있으면 모두들 잘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중에 친해졌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소개를 하고 다른 조 친구들도 만나보았다.
이 시간이 지난 후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왔다! 식당은 무척이나 깨끗하고 밥도 맛있고 좋았다. 그 후 이태석 신부님이 톤즈에서 봉사하실 때 진료소의 전기를 공급하게 해 준 발전시설을 만들어 주신 도칠훈 박사님의 특별 강연이 시작되었다.
도칠훈 박사님이 설명해 주신 물리수업은 솔직히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기초학문의 필요성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 이태석 신부님도 기초학문을 열심히 해 놓으셔서인지 전문가의 도움없이도 무리없이 발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하셨다.
이걸 들으며 내 전공이 될 과목이 아닌 과목들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조금 후회했다. 다른 것도 많이 알아 놓으면 일단 언젠가는 쓸 곳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조금 실천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도 한번 더 이 말을 되새겨 보며 노력을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도칠훈 박사님께서 한 말씀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하나 더 있다면 자신에게 정직하게 살고 싶은 삶을 살자. 이 말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자신에게 정직한 삶. 이게 정말 말은 쉽고 실천하기는 정말 힘든 말인 것 같다. 자신에게 정직한 삶이란 무엇일까? 언제나 떳떳한 삶일까? 이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못 내리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다.
이 뜻깊은 도칠훈 박사님의 특별 강연이 끝난 후 손바닥 필름촬영이 시작되었다! 청소년 아카데미를 가기 전 일정표를 보았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 손바닥 필름시간이었다. 이게 뭐길래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일까? 글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직접 해 보니 바로 이해가 갔다.
정말 이틀동안의 일정활동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까지 그리고 이 부분에서 어색했던 조원친구들과의 사이와 멘토선생님들과의 어색했던 사이가 부쩍 친근해 지는 것을 몸으로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는데 즐거워서인지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그래서 시간이 약간 부족해서 저녁을 먹고 또 찍어야 했다. 그래도 촬영은 즐겁게 진행되었다.
우리끼리 촬영한 손바닥 필름이 끝이 나고 세상에 남기는 말 U & I 시간이 왔다. 유서를 쓴다는 소리에 나는 너무 당황했다! 내가 이 나이도 어린데 무슨 유서를 쓴다는 말인가! 처음에는 이게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내가 알기로는 유서의 효력이 만 20세부터 작용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왜 하는지 의미를 몰랐다. 그런데 막상 적다 보니 점점 의미를 깨달아 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유서를 써도 효력도 없고 한데 왜 쓰는지... 쓰다 보니 많은 갖가지 일들이 다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른 조원친구들과 멘토선생님의 유서도 한번 들어보는데 한 멘토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장례식장까지 오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데 제 장례식장에는 몇 명이나 올까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몇 명이나 올까?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생각에는 꽤 많은 숫자가 올 거라 생각이 드는데 실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약간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죽음을 상상해보니 한편으로는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죽게 되면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어린나이에 예상치 않게 죽으면 대비도 못한 채로 바로 죽게 될 텐데 이렇게 유서도 한번 써보고 죽는것은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 약간 뭉클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벌써 하루가 끝나는 취침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렇게 좀처럼 만난 기회를 그냥 보낼 수 는 없어 새로 만난 친구들과 게임도 해보고~ 여러 가지 학교 이야기도 해보고~ 멘토선생님들께 진학에 대한 상담, 여러 질문들도 해보았다. 이렇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밤이 되니 각자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 후 아침의 첫 활동은 O.S.T 였다. 나는 이번 청소년 아카데미에서 가장 배운점이 많은 활동이 O.S.T에 있다. 하루 전 모든 친구들은 봉사와 리더쉽을 주제로 한 회의주제를 하나씩 내 놓았다. 그 중 13명이 제시한 회의 주제가 채택이 되었는데 나의 것도 있었다. 나는 정말 이때 깜짝 놀랐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쓴 나의 주제가 된 것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이때가 정말 기분이 좋았다.
O.S.T는 세 번의 회의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회의와 두 번째 회의에서는 나는 의장의 역할을 잘 못 했던 것 같다. 의장이면 리더쉽을 가지고 친구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가장 나은 결론으로 이끌어 갔어야 했는데 의견을 종합한 결론이라기 보다는 약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결론으로 이끌어 가버렸던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두 번째 회의와 달리 세 번째 회의에서는 친구가 한명이 와버렸다. (아마 의장의 능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멘토선생님한분, 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회의를 진행을 했다. 그래도 첫 번째 두 번째 회의때 거의 모든 것이 다 끝을 내어 별로 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이때까지 회의를 했던 것을 발표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는 음... 대충 어떻게 발표를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발표준비에 소홀했던 점이 많았다. 결국 발표무대에 올라가서 어... 어... 대충 이런식으로 발표는 거의 하지 못한채로 내려 온 것 같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나의 마지막 하나뿐인 조원과 멘토선생님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나를 믿어준 친구와 열심히 도와주시던 선생님... 나는 정말 이런 결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다른 사람 앞에 설 때 좀 더 잘하면 된다고 멘토선생님은 격려를 해 주셨다. 정말 이번 일을 발판으로 삼아 다음에는 좀 더 열심히 해서 이런 실수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다음에는 정말 이런 실수는 할 수 없다.
이런 실수가 있었던 후 청소년 아카데미에서의 마지막 밥을 먹고 사회혁신 프로젝트로 넘어갔다. 이게 주제가 무척이나 애매해서 한참을 헤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끝난 후 장기자랑과 손바닥 필름제가 실시되었다. 장기자랑에서는 10조는 100%출연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내보였다. 정말 무대앞에 서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인데 100%출연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친구들의 멋진 무대를 보고 드디어 어제 제작한 손바닥 필름제를 보았다. 나는 우리조가 가장 잘 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조도 충분히 잘했었다. 모두 잘한 작품같아 정말 다른 친구들도 우리처럼 열심히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우리가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니 열심히 한 성취감에 괜히 뿌듯해졌다. 이렇게 아쉽지만 폐회식을 끝으로 1박 2일간의 짧은 연수는 끝이 났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지만 우리는 헤어져야 했다. 10월 중간고사 뒤 이런 행사가 한번 더 있을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다음번에도 또 참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처음의 가기 싫었던 마음과는 달리 정말 방학 첫 주의 주말이 이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 찰 수는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 처음의 걱정과 달리 무척이나 편하고 즐겁게 친구들과 지냈고 멘토선생님들도 너무 멋지고 예쁘고 친절하셔서 기분도 덩달아 좋았던 것 같다. 이 연수가 어떤 여행이나 수련보다 의미있던 점은 새롭게 배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별 강연과 같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 하는 것은 O.S.T 프로그램에서 내가 직접 실패를 겪은 일이다. 직접 실패를 경험 해봄으로써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다음부터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나에게는 의미있는 청소년 아카데미였다. 내가 만약 발표를 해보지 않았으면 이런 나의 문제를 찾고 고칠 수 있었을까?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정말 가기를 무척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뜻 깊고 의미있는 1박 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