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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천주산(842)-공덕산(912.9) 2012/05/19 천주사입구-천주사-마애불-돌서덜-암벽-정상-서낭당재-공덕산-헬기장-815고지-사불암 갈림길로 가야할 걸 잘못 선택한 832고지--검불 헤치고 돌서덜지대 타고 가좌리
문경 동로의 천주산과 산북의 공덕산을 연계한 산행에 나선다. 모처럼 시내버스를 타고 만수에서 모심기 물을 대느라 차츰 둘어드는 경천호 둘레를 구비돌아 천주사 입구에 내린다. 시커먼 나무판에 새겨진 산행 안내판은 이미 낡은 무인 고찰의 허물어진 담벼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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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천주사는 하늘 기둥 천주산을 뒤에 받치고 옛날에는 문경의 4대 고찰(봉암사, 김룡사, 대승사, 천주사)에 들어갈 수 있는 대 사찰이었지만 언젠가 본절은 불타고 절의 주춧돌이 뒹구는 곳에는 명문가의 묘가 들어서 있고, 그 당시 한낱 본 절에 딸린 암자가 천주사를 대신하고 있다. 천주산만 오르는 이는 대부분 천주사 앞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가 오르지 못할 것같은 암봉을 오르고 제자리로 와 귀가하는 게 보통이나 우린 오늘 차를 버린 게다. 국도에서 천주사까지 시멘트포장길을 걸어 천주사 마애불을 거쳐 산으로 들어선다. 절은 벌써부터 초파일 석가탄신일을 기리기 위한 연등을 걸기에 바쁘고 절을 찾는 이들을 위해 입구까지의 길을 엄청 확장해 놓았다. 납골당이 지어지고, 주차장이 넓어지고, 부대시설 확장으로 온 산이 파헤쳐지는 흔적이 역력하여 사찰이 자연에 끼어들어가는 게 씁쓸하다. 자연이 시키는대로 사람이 자연에 접근하는 근본이 필요한 게다. | |
자연 바위를 파 새긴 마애불을 뒤로 천주사를 조망한 뒤 본격적인 산행이다. 멀리서보면 오르지못할 바위기둥으로 보이는 천주산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사방으로 열어놓는다. 넉넉한 산의 마음이고 자연이 움직이는 것들에게 베푸는 배려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오르는 사람들이 숨을고르면서 쌓은 돌탑이 몇년 사이 부쩍 늘어 있다. 오름은 처음부터 정산까지 가파른 오르막이고 정상 2-3백미터 앞두고는 암벽이다. 밧줄을 당기면서 좌우 옆의 시선은 멀리 세속의 아련함이 따라오기에 기분좋은 일탈을 만끽할 수 있다. | ||
정상을오르면서 본 소나무와 세속풍경들조각 |
천주산 정상까지 오름에 걸린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나 절을 들리고, 돌탑 사이에서 쉬고, 내려다보이는 경천호를 낀 풍경 감상하랴 그래서 30여분을 더 소요한다. 정상 표석 앞에서 보는 풍광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북으로 포함산에서 예천의 저수령까지 시원하게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 황장산 벌재구간이 눈 앞에 다가와 와룡인양 거드럼을 피우고, 대간에서 여우목을 지나 운달지맥을 이루는 공덕봉 줄기가 서쪽의 철옹선을 만들고, 동으로 1074의 문복대를 향해 읍하듯 국사봉까지 이어진 낮은 산봉우리들 남으로 파란 하늘을 담은 경천호에 드리워진 산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이 아닌 수천 수만의 풍경화를 제공한다. 산이 산을 잘 어우러고 있음의 의미를 하늘기둥 위 하늘을 머리에 이고 느낄 수 있다. | ||
말로만 하늘기둥이 아니다. 어느 방향에서 오름이거나 내림 모두가 쉽지 않은 길들을 포함한다. 정상에서 마음껏 사방을 둘러보고 북벽을 타고 내리다가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공덕봉 능선으로 가는 길이 수월하지 않다. 서낭당 재까지 한참 동안을 내려 꼿듯이 밧줄에 몸을 매고 다시 완만한 오름의 능선을 탄다. 뒤따라오던 산꾼무리들이 되돌아갈까, 전진할까 망설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공덕산이 아득한 것 같아 온 것 이상의 고난이 따르겠고 되돌아가는 길도 만만하지 않으니 주저앉아 안내자를 원망할 수 밖에. 그러나 산은 말없이 걷는 사람에게 목적지를 제공하고 호흡을 같이 하도록 하는 게다. | ||
- 개불알 꽃이 갖가지 풀 숲에서 솟아나 꽃 한송이를 보여준다. |
공덕산에 선다. 마치 하늘기둥에서 공덕봉까지 단숨에 건너 뛴 기분이 든다. 공덕산의 윤필암에는 멀리 산 중턱의 사면에 부처를 새긴 돌기둥인 사불바위를 향해 부처없는 빈집 전면 유리를 통해 예불을 하는 불당이 있고, 사불산(공덕산) 대승사는 문경의 삼대 사찰 중 하나로 이름난 고승들을 많이 거쳐가는 절로 유명하여 공덕산은 불심이 자욱한 산으로 여기게 한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피로 때문인지 정상을 밟자마자 정상 석 옆에 퍼질고 앉는다. 허긴 점심 때가 지나서 시장기가 더해진 탓도 있지만 다소 어려운 길을 가자한 게 아닌가 싶다. 잠시 쉬다 보니 경기도 안산에서 전국의 산을 모다 다니고 있다는 부부가 와서 단체 사진을 남겨준다. 그들도 산 욕심이 있어 우리가 지나온 길을 갔다 올까 하기에 아무리 그래도 '아스라.' 말린다. 산은 어떤 산이나 내 발아래 지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알았다가는 어떤 어려움으로 입산을 거부 당할 지 알 수 없으니. | ||
정상에서 뒤따라온 산꾼무리를 남겨두고 서쪽 헬기장 부근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미 짙어지기 시작한 숲은 겨울의 장막을 완전히 걷고 싯푸른 열하의 계절로 달려간다. 계절이 겨울이냐, 여름이냐 의 이분법으로만 치닫는 것 또한 우리네들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은 오만때문이 아니랴. | |
815고지에서 사불암 갈림길까지 가서 다시 묘적암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을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정표 없는 길을 탓할 게 아니라., 보다 신중하게 산을 대하라는 교훈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온 탓에 하산 후 교통 편이 걱정이더니 친구가 천주산만 오른 뒤 귀가한다는 전화가 반갑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한참동안 미로 게임을 하다가 돌서덜을 타고 내려오자니 퍽 까다롭다. 도로에 닿자 기다리던 친구가 시원한 물을 건넨다.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는 시원한 냉수 한잔으로 산을 나온다. 때맞춰 와 준 친구 덕분에 내림에 지친 몸의 피로가 금방 달아난 게다. | |
천주봉 단애에 자리한 식생들이 멀리 아득할 만큼 티끌의 삶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내려다 본다. 삶과 죽음이 자주 그리고 숱하게 교차하는 척박한 암벽의 생사 공존의 존재는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삶이 아닌가의 구분조차 없다. 우리는 자주 삶이란 게 대조되는 삶아닌 게 있어 삶임을 자꾸 잊고 산다. 히말라야 오지의 의승들이 '사람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아름답다.'란다. 죽음도 삶도 삶의 측면에서 보면 삶이고 죽음의 측면에서 보면 죽음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나의 삶만 부여 잡고 버둥거리는 게 아닌가. 돌아보면서 모든 아름다운 삶을 함께 누리는 큰 삶을 위한 기도가 초파일 온 누리에 퍼졌으면 한다. |
2012/05/20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