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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의 제목은? / 김관식
1. 프롤로그
시에서 제목은 시의 첫인상이다. 제목이 좋아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시의 제목은 좋으나 내용이 그 제목을 감당하지 못할 때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명리학에 성명학이 있어서 예로부터 사람의 이름이 좋아야 출세할 수 있고 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좋은 이름을 얻기 위해 작명가들에게 작명을 맡겼다.
오늘날도 이름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사람들이 개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명을 직업으로 하는 작명가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널리 알려지기 쉬운 이름에 대한 맹신은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성명학에서 좋은 이름을 작명하기 위해 이름의 구성, 발음, 글자, 뜻 등을 고려하여 이름을 짓는다. 명리학에서는 태어난 연월일시 사주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이름은 다시 개명하여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명신청자가 몇 십 만 명에 이를 정도라고 보면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시의 이름도 그 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길을 가다가 가게의 상호가 좋아 그 가게를 찾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의 제목에 끌려 영화를 관람한다거나 서점에서 책의 제목이 좋아 책을 구입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물건에도 상표권이 존재한다. 명품으로 알려진 상품명으로 믿고 물건을 구입하게 될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상품명을 유사하게 예를 들어 “예쁜이”라는 제품이 인기 있는 상품명이라면 그 이름과 유사한 상표법에 위반되지 않게 “예쁜아”라고 명명한 유사품이 나오게 된다. ‘이’, ‘아’의 차이를 두어 유명상품의 인기에 편승하여 소비자가 오인하여 구입하게 하려는 짝퉁 상품 이름을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시의 제목도 마찬가지로 시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된다. 시제는 곧 시의 첫인상이다. 시제만 보고서도 시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예측하게 된다.
시의 주제를 암시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촉발하기도 하고 외면받기도 하며, 시인의 성격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명리학에서 이름을 운명론으로 여기지만, 심리학에서 분명 이름은 자기충족예언이나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기도 한다. 따라서 시의 제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2018년 여름 호에 실린 30분의 67편의 시와 시조를 통해 시의 재목을 어떻게 붙였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현대시의 제목에 대한 탐색
시제는 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시의 내용과 성격을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촉발할 수 있는 시제여야 한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시의 제목을 붙이는 경우, 먼저 제목을 정해놓고 그 제목에 알맞은 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시를 다 쓰고 난 뒤에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제목이 먼저 정해놓고 시를 쓰는 경우는 그 제목이 시인의 상상력을 가두어둘 개연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메시지 전달에 치중하는 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시의 창작과정에서 영감이 떠오르면 그 영감에서 시의 종자가 발아하고 처음에 막연하고 모호한 정서가 연상 작용에 의해 유사 이미지와 결합하여 변용되고 또 형상화 되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되기 마련이다. 이때 구체화된 관념이나 이미지에 의한 제목이 확정되어야 시의 주제를 전체적으로 암시하거나 대표하는 시제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시를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붙이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시의 제목을 붙일 때 시의 내용이 추상적이라고 여겨질 때는 시제는 구체적인 제목을 붙여야 하고, 시의 내용이 구체적일 때는 추상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습작기 시인들은 이러한 기본 원리와 무시하고 시제를 붙이기 때문에 시제만 보고도 습작기 시인인지 노련한 시인인지 구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습작기 시인이나 시의 창작 원리를 공부하지 않는 시인들은 시제가 관념어나 추상어, 한자어, 장황한 수식어가 들어가는 시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제가 관념어 이면 그 시를 읽어보지 않아도 그 시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감정토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시제 자체가 그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 척도가 되고만 셈이다.
현대시가 시를 통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주제를 암시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에 시의 제목도 마찬가지로 주제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드러내보이게 된다. 주제를 바로 시제로 노출하게 되면 시의 형상화가 이루어지기 곤란하게 된다. 따라서 ‘사랑’, ‘이별’ 등 주제를 시제로 직접 노출하면 일반 독자는 그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미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를 읽지 않고 외면하게 만다.
따라서 시의 제목은 시의 첫 행처럼 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제목의 개념과 기능
제목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서는 “작품이나 강연, 보고 따위에서 그것을 대표하거나 내용을 보이기 위하여 붙이는 이름=제(題)”라고 풀이되어 있고,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에서는“ 겉장에 쓴 책의 이름글제, 과제”, 한글학회 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작품이나 글 따위에서, 그것을 대표하거나 그 내용을 보이려고 붙이는 이름”, 그리고 이기문의 동아 새국어사전에서는 “글제, 책이나 문학작품 등에서 그것의 내용을 보이거나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오늘날 현대시가 노래보다는 이미지에 의해 보여주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경우 그림은 이미지 자체가 되는데,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화가의 표현의지로 설명할 수 있는 제목에 해당하게 된다. 시 또한 언어의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로 형상화된 이미지를 시인의 표현의지를 암시하는 시제가 붙여지게 된다.
마르셀 뒤샹은 남자 소변기에다가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전시장에 내 놓은 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의 남자소변기라는 생활용품이 이름이 붙어서 작품으로 변신하였다. 화장실에 놓여있는 변기가 전시장에 전시되었을 때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것을 현대 미술의 표현기법의 하나인 레드 메이드인 것이다. 레디메이드란 기성품을 일상적 환경과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사물 자체의 무의미함만이 남는다.
화가가 특정한 시공간에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기 구조주의자와 포스트모더니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레드 메이드는 현대시의 원리와 제목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암시하가고 있다. 현대시가 언어에 의한 이미지의 시각화라고 볼 때 언어의 정보 전달기능에 고착화된 기표와 기의의 고정된 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시의 제목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제목은 시의 이미지나 사물의 존재 양태의 정체성을 표상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빠’라는 말은 예부터 ‘오라버니’를 의미했으나 요즈음에는 ‘애인’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해석도 다르다. 제목이란 사물의 정체성을 지시하지만 사물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제목이 달리 해석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목은 첫째, 정보 전달 기능과 색인 기능을 하게 된다.
내용을 압축하고 요약하고, 정보의 핵심을 독자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의 요약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제목이 내용을 충실히 요약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제목의 적합성, 정확성 등의 제목 내용의 문제, 용어사용의 문제와 관련을 맺게 된다. 그러나 시에서 시어가 일상적인 의미나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서의 전달이며,
이미지의 시각화를 통한 구체화라고 볼 때 정보 전달 기능은 시에서 그 의미의 비중을 둘 때 전근대적인 감정토로의 시로 퇴행해버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시의 원리를 잘못 이해하는 습작기 시인들은 시를 정보 전달 기능을 목적으로 한다고 오인하고,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시작태도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색인 기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는 정보나 내용을 쉽게 식별하는 제목에 의존하게 된다. 독자는 제목을 일단 훑어보고 무엇을 읽을 것인가 결정하게 되는데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안내의 역할이 바로 색인 기능이다.
둘째, 내용의 이해와 의미해석을 돕는 기능을 한다. 이는 시의 내용의 이해를 돕는 보조기능으로 제목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의미를 파악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시에서 주로 은유 제목을 붙이는 경우에 은유적인 표현의 실체인 원관념과 보조관념으로 시가 표현됨에 따라 그 제목이 내용을 압축하여 제시하게 되는데 이의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에서 화자인 나를 비유한 ‘나룻배’와 행인과의 관계를 통해 인내와 희생, 사랑에 대한 숭고한 의지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암시하여 내용의 이해와 의미해석을 돕는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제목의 선택성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유인하는 기능을 말한다. 수많은 시들 중에서 독자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제목의 시어나 형태 등이 강렬한 인상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독자들이 읽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제목이 호기심을 끌기는 했으나 내용이 부실하다면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어 시원찮은 시제로 관심을 끌기는 하였으나 내용을 보고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도록 내용까지 알찬 시로 시제와 내용이 일치한 시를 써야 한다.
넷째, 개성을 표현하는 기능을 들 수 있다. 이를 “제목의 주관성”이라고 하는데, 말하고자하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제목을 의미한다. 제목을 통해 시인의 색깔을 감지할 수 있고, 시인의 독특한 개성적인 제목을 통해 그 시인의 주장하고자하는 의미를 유추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섯째, 발표지면의 미화의 기능을 들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제목이 배치되었을 때 지면이 미화되어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따라서 생동감 있고 변화무쌍한 구성에 의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2) 좋은 제목 붙이는 방법
시의 제목은 주제나 제재를 제목으로 붙이거나 암시 상징하는 단어나 어구, 그리고 문장으로 붙이기도 하며 시의 첫 행이나 끝 행을 그대로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승하는 『시쓰기 교실』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시창작 경험을 들어 말하고 있다.
첫째, 시 전체의 내용을 압축하여 말해 줄 수 있는 것을 제목으로 삼는다. 예) 님의 침묵(한용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또 다른 고향(윤동주), 그 날이 오면(심훈), 3월1일의 하늘(박두진), 고지가 바로 저긴데(이은상),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나도 푯말이 되어 살고 싶다(조종현),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김춘수), 울음이 타는 강(박재삼),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흔들릴 때마다(감태준),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등이 있다.
둘째, 가급적이면 남들이 써본 적이 없는 참신한 제목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예) 평이한 제목-봄(김소월), 바위(유치환), 고독(김광섭), 황혼(이육사), 해(박두진), 풀(김수영), 가을에(정한모) 등, 눈길을 끄는 제목-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서정주), 도전적인 제목-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남진우), 짧은 문장이나 의문문-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정진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황동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정현종),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이승훈),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문정희),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이문재),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박정대),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복효근) 등이 있다.
셋째, 현대시의 제목은 거창함과 추상과 관념을 배격한다.
예)거창한 제목-조선의 맥박(양주동).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오상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제목-碧毛의 猫 (황석우), 離恨(홍사용), 末世의 欷歎(이상화), 黑房悲曲(박종화), 소박하고 친숙한 제목-알수 없어요(한용운),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별 헤는 밤(윤동주), 국화 옆에서(서정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하루만의 위안(조병화), 그대는 별인가(정현종),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이가림). 단순히 시제를 ‘봄’이라고 하는 것보다 변형하여 봄은 간다(김억),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봄을 위하여(이유경), 봄이 오는 바다(조인자), 봄꽃이 꿈처럼 휘날린다(박혜숙) 등이 있다.
이상에서 좋은 시의 제목을 잘 붙이려면 다음과 같다.
① 시의 내용에 대한 핵심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② 쉬운 낱말을 선택하고, 올바른 어법 및 문장구조로 간결하게 붙인다.
③ 시의 핵심을 찌르는 감각과 리듬이 있는 시어를 선택한다.
④ 멋있고 운치 있는 참신한 제목이 좋다. 가식적이고 상투적인 시어는 배제해야 한다.
⑤ 말의 순서를 의식한다. 어순의 세심한 배려를 고려하고 일반적으로 주어가 앞으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나 논리성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순서를 뒤바꾸는 방법이 때로는 제목이 내용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⑥ 미학적인 시어나 조어 능력을 발휘하여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강인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의미의 합성어로 제목을 붙이는 것이 좋다.
3. 이 계절의 시, 류영자의 시조 「한강의 가을」 외 9편
현대시조는 고시조를 그대로 답습해서도 안 되고, 고시조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와서도 안 된다. 현대시조다운 시조란 무엇인가 시조를 쓰는 시조시인들은 한번쯤 고민을 해본 문제일 것이다. 현대의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현대시조의 논리에 충실하다보면 정형적인 틀에 자유시적인 정서를 자유롭지 못하게 가둬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적인 기능이 우수한 시인은 정형시적인 틀에 현대적인 정서를 담아도 시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이나 시적인 정서를 이미지로 형상화하거나 변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시인은 글자 수에 맞추는 데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유의 형식미감은 물론 시적인 정서를 담아내지 못해 시적 미감을 살려내지 못할 때 현대시조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류영자의 「한강의 가을」은 한강의 가을 서경을 감정이입하여 노래한 시조이다. 이시조 1연의 초장의 시간적인 배경이 초,중장은 낮인데, 종장은 밤이다. 공간적 배경 또한 초장은 하늘, 중장은 지상, 종장은 하늘과 지상이다. 화자 중심으로 시를 이끌어가면서 서경과 정서를 뒤섞어 주관적인 진술로 풀어내고 있다. 「한강의 가을」은 가을을 맞이한 화자의 주관적인 내면정서를 가을 서경과 융합하여 산만하게 표현했다.
「어느 할머니의 넋두리」는 오십 나이 아낙네가 홀아비를 만나 결혼하여 살아온 생활을 감정이입하여 그렸으나 심정을 이야기했을 뿐 넋두리라고 볼 수 없다. 「고래 축제」는 장승포 고래축제의 모습을 담아냈으며 시제와 내용이 일치한다. 「까치의 별장」은 노부부가 금실 좋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모습을 「까치의 별장」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앙코르 와트에서」에서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여행을 한 사감을 노래했으며, 「반지」는 반지=보석=사랑의 등식으로 추상인 감정을 노래했다. 「벗에게 문자를 날리며」는 오늘의 핸드폰 문화로 노년의 추억담을 문자통신으로 주고받는 일상을 그렸으며, 「산수유 눈뜨네」는 봄을 맞이한 심정을 과거를 회상하여 산수유나무에 감정이입하여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정서를 노래했다.
「문경세재」는 문경세재터널을 지나며 문경세재의 변화상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을 관념으로 토로했으며, 「기형도 문학관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념적으로 토로한 시조이다.
화자의 현대적인 생활 감정을 시조의 정형적인 틀에 맞추어 토로했으며, 시제는 평범했지만 쉬운 낱말을 선택하고, 올바른 어법 및 문장구조로 간결하게 붙였다.
4. 열린 공간의 시, 시조 29분의 57편의 시평
열린 공간 시에는 23분의 시 45편이 실렸다. 45편의 시의 제목을 어떻게 붙였으며, 시제로 적합한가? 하는 관점에 의해 시의 제목이 적합하게 붙여졌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천윤식의 「할머니 고추 농사」는 소재를 시제로 붙였다. 고추농사를 잘 지어 보겠다는 농부의 심정을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지식 농사로 비교하여 진술했으며, 「그리운 봄」의 제목은 “그리운”이라는 장식적인 형용사를 넣어 시인의 표현의지를 담은 시제이며, 시제가 의미한 대로 시의 내용도 화자의 표현의지를 그대로 노출하여 진술한 시다.
김풍배의 「생강나무」는 시제가 자연소재의 평범한 소재로 잡았으며, ‘생강’이라는 낱말과 발음이 유사한 “생각”이라는 언어 발음의 심리적 동일성으로 본 발상이다. 화자의 병문안 경험을 생강나무를 끌어와 병치시켜 진술한 초현실주의 기법을 차용한 시이고, 「봄날에」는 시제로는 적합하나 봄날의 느낌 감정을 해석적 진술로 풀어낸 주관적 감정 토로 했을 뿐 객관적인 정서로 형상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최승혁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격언을 시제로 붙였다. 현실에서 일어난 참담한 여러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을 독백적 진술로 풀어냈다. 「시 한 편에 백 원」은 화자가 시에서 진술하고자 하는 주제를 그대로 요약하여 시제로 잡았으며, 시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 시를 읽지 않는 오늘날의 사회 현실에 대한 화자의 울분을 토로했다.
사위환의 「강가」는 강가의 사경적인 풍경을 물활론적인 사유로 스케치한 시이며, 「곱게 물들고 꺾이지 않게」는 장식적인 수식어 자체를 시제로 붙였으며, 자신의 심정을 권유적 진술한 시이나 장식적인 수식어로 시제를 붙이면 자신의 표현의지는 강하게 드러나지만 시적인 미감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조종수의 「버스를 타고」는 화자가 존재하는 공간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인 시이며, 「병어리장갑」은 시의 소재를 시제로 잡았다. “병어리장갑”을 끼였을 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박영춘의 「작은 바람이고 싶다」는 자신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시제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노래했으며, 「보릿고개 한가위」는 과거 회상적인 화자의 심미감을 표출한 시제이다.
연제진의 「고별」은 한자 투의 관념어의 시제이다. 가까운 친구가 주검을 애도하는 독백적 진술의 시이다. 「홍어애 보릿국」은 홍어애탕을 즐기는 화자의 생생한 경험을 묘사한 시이다.
조순이 「삼월아」 일 년의 봄을 지칭하는 한 시기를 인칭을 부여하여 화자의 감정을 영탄조로 진술했으며, 「너에게 쓰는 편지」는 화자의 인생역정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외로운 심정을 토로한 시이다. 특정한 대상이 없고 그냥 “너”라고 지칭하여 편지를 쓴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아 누구에게 편지를 쓰는지 애매모호하다.
이건화의 「북두칠성」은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하는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상징하는 대체물로 시제를 잡았으며, 「저녁노을 앞에서」는 동반자와 함께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자신의 심정을 저녁노을과 비유하여 인생의 쓸쓸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냈다.
윤태운의 「찔레꽃을 보며」는 찔레꽃에 감정이입하여 화자의 심미감을 진술했으며, 「벚꽃 길에서」 벚꽃을 보고 삼미감에 도취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토로했다.
박재학의 「침묵」은 아버지에 못다 한 효도를 참회하는 심정을 압축하여 「침묵」이라는 시제로 붙여 가슴이 뭉클하다. 「함박눈」은 시를 창작하는 까닭과 그 고통, 그리고 사후에 시처럼 “함박눈이 왔으면 한다”는 시인으로서의 심미감을 표현한 시제이다.
김기현의 「파도소리1」은 바다에 화자의 감정을 이입하고 물활론적인 사유로 관찰하고 해석적 진술로 주관적 감정을 표현했으며, 「구름」은 구름의 외형을 보고 화자의 심정을 독백적 진술로 영탄조 기술한 시이다.
이재홍의 「군자란」은 베란다의 군자란이 꽃 피우는 생활체험을 그대로 느낌을 곁들여 진술했으며, 「풀향기」는 구체적인 형상화과정이 없이 후각적 이미지에 의존하여 풀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다양하게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