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 제10권
120. 까마귀가 올빼미의 원수를 갚은 인연
옛날에 까마귀와 올빼미가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미워하는 원수 사이였다.
까마귀는, 올빼미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낮을 기다려 올빼미 떼를 밟아 죽여 그 고기를 먹었고,
올빼미는 밤이 되면 까마귀의 눈이 어두움을 알고 까마귀 떼를 쪼아 창자를 내어 먹었다.
이렇게 낮과 밤을 두려워하면서 그칠 새가 없었다.
그때 까마귀 떼 가운데 한 지혜로운 까마귀가 여러 까마귀들에게 말하였다.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면 구제할 길이 없고, 끝끝내 서로 죽이면 양쪽이 다 보전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 올빼미들을 아주 없애 버려야 우리는 즐거이 살 수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침내 우리가 패하게 될 것이다.”
까마귀들은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방편을 써야 저 올빼미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까마귀는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 나를 쪼아서 내 깃털을 뽑고 내 머리를 쪼아서 부숴라. 내가 계략을 세워 반드시 모두 없애겠다.”
그러자 모두 그 말대로 하였다.
지혜로운 까마귀는 가엾은 꼴을 하고 올빼미들이 사는 굴 밖에 가서 슬피 울었다.
올빼미는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머리가 부서지고 털이 빠진 채로 여기 와서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는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까마귀가 말하였다.
“여러 까마귀들이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 와서 몸을 던져 저 원수들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때 올빼미는 가엾게 여겨 그를 기르려고 하였다.
그러자 여러 올빼미들은 말하였다.
“그는 우리 원수다. 가까이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원수를 기르려고 하는가?”
그러자 올빼미가 말하였다.
“그는 지금 매우 곤고하여 우리에게 와서 몸을 의지하려 한다. 그 고단한 신세를 어떻게 하겠는가?”
드디어 그를 기르면서 남는 고기를 주어 먹였다.
얼마 지나 까마귀는 털이 회복되었다. 까마귀는 거짓으로 기뻐하면서 가만히 꾀를 내었다. 마른 나뭇가지와 풀을 물고 와서 올빼미 굴에 쌓으면서 무슨 은혜를 갚는 체하였다.
그러자 올빼미는 물었다.
“무엇하러 그러는가?”
까마귀는 대답하였다.
“이 굴 속은 순전히 찬 돌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으로써 추운 바람을 막으려는 것이다.”
올빼미는 그러려니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까마귀는 굴을 지키면서 거짓으로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때 마침 심한 눈이 내려 추위가 대단하였다. 올빼미들은 모두 굴 속으로 모여들었다. 까마귀는 그 기회를 만나 기뻐하면서 소치는 사람의 불을 몰고 와서 굴 속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 올빼미들은 한꺼번에 모두 타 죽고 말았다.
그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혐의가 있는 사이에서는
그를 너무 믿지 말라.
까마귀가 거짓으로 착한 체하여
올빼미들을 태워 죽인 것 같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