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간과
사업가들의 낙관주의를 희망 사항으로 해석하면 편하겠지만,
낙관주의를 그런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아래와 같은 인지 편향,
특히 시프템1의 주요 특징인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편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ㅇ내 목표에 집중하고 내 계획을 기준점으로 삼은 채 관련 기저율을 간과하면서, 계획 오류에빠진다.
ㅇ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춘 채, 타인의 계획과 능력은 간과한다.
ㅇ과거를 설명할 때도, 미래를 예상할 때도,
능력의 역할에 집중하고 운의 역할을 간과하는 탓에 쉽게 '통제 착각'에 빠진다.
ㅇ아는 것에 집중하고 모르는 것을 간과해, 자신의 생각을 과신한다.
'운전자의 90퍼센트가 자신은 평균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는
심리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로, 이제 문화의 일부가 되었으며,
더 일반적인 '평균 이상 효과'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최근에 이에 대한 해석이 자기 과장에서 인지 편향으로 바뀌었다.
아래 두 질문을 보자
당신은 운전을 잘하는가?
당신은 평균보다 운전을 잘하는가?
첫 번째 질문은 쉬워서 재빨리 대답하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운전자가 그러하다고 대답한다.
두 번째는 운전자들의 평균 실력을 알아야 하는 훨씬 어려운 질문이라
응답자 대부분은 진지하고 정확하게 대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쯤되면 독자들도 사람들이 어려운 질문을 쉬운 질문으로 바꿔 대답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평균을 생각하지도 않은 채 자신을 평군과 비교한다.
'평균 이상 효과'를 자기 과장 성향이 아닌 인지 편향으로 해석하는 증거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당신은 낯선 사람과 말을 트는 것에서 평균보다 나은가?")
주저 없이 자신을 평균 이하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대로 잘하는 활동에서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성향이 있다.
나는 혁신적 기업을 창업한 사람과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회사에서 당신이 얻은 결과는 어느 정도나 실제 노력에서 나온는가"
너무 뻔한 질문이어서 보통 그 자리에서 대답하는데,
내가 조사한 작은 표본에서는 그 답이 80퍼센트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이 대담한 사람들은 성공을 확신하지 못할 때조차 자기 운명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명백히 틀린 생각이다.
신생회사의 성패는 회사 내부의 노력뿐 아니라 경쟁사의 성과와 시장 변화에도 달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원리가 작용해,
사업가들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 이를 테면 계획과 활동 자금 동원력 처럼 눈앞에 보이는 위험과 기회에 주목한다.
경쟁사를 잘 모르다보니 경쟁이 거의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쟁 간과 개념을 만든 콜린 캐머러(Colin Camerer)와 댄 로밸로는
당시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의 말을 인용해 그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그 많은 영화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동)
왜 한날 개봉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자만이죠, 자만, 자기 사업만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스토리 부서도 휼륭하겠다, 마케팅 부서도 훌륭하겠다.
이제 개봉만 하면 돼'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도 죄다 똑같인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어떤 주말에는 다섯 편이 한꺼번에 개봉하는데, 그 상영관을 무슨 수로 채우겠어요?
자만을 언급한 솔직한 답이지만,
경쟁 스튜디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오만이나 거만을 지적한 말은 아니다.
결정을 내릴 때 경쟁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일 뿐이다.
그리고 이 결정에서도 어려운 질문이 좀 더 쉬운 질문으로 대체되었다.
'다른 스튜디오가 개봉할 영화를 생각하면, 몇 명이나 우리 영화를 보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스튜디오 경영자들은 '우리 영화는 재미있는가? 우리 조직은 영화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가? 라는
더 단순한 질문,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식과 관련 있는 질문을 던졌다.
시스템1에게 친숙한,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원리와 바꿔치기는 경쟁 간과와 평균 이상 효과를 낳는다.
경쟁을 간과한 결과, 과도한 진입 현상이 벌어진다.
시장에서 이익을 내며 버틸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경쟁작이
시장에 뛰어들어, 평균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제막 시장에 뛰어든 스튜디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이 효과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있다.
사실 지오반니 도시(Giovanni Dosi)와 댄 로밸로는 비록 자기는 실패했어도
그 과정에서 좀 더 자격 있는 경쟁사에 새로운 시장을 소개해준 꼴인 기업을 기리켜
'낙관적 순교자라 부른다. 경제에는 이롭지만 투자자에게는 나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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