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10권
16.5. 수습위(5.4), 열반의 뜻의 차이
[열반의 뜻의 차이의 네 가지]
열반의 뜻의 차이가 대략 네 가지가 있다.91)
첫째는 본래자성청정열반이니, 일체법의 참다운 모습인 진여의 본체를 말한다.
비록 객진번뇌에 오염되긴 했지만, 본성이 청정하고 한량없는 미묘한 공덕을 갖추며, 생겨남도 없고92) 멸함도 없으며, 담연(湛然)해서 허공과 같고, 모든 유정에게 평등하게 공통적으로 있다. 모든 법과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 모든 형상과 모든 분별을 떠났고, 생각으로 헤아려서 아는 것이 아니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며, 오직 참다운 성자만이 스스로 내면적으로 증득하는 것이다. 그 성품이 본래부터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둘째는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93)이니, 곧 진여가 번뇌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미세한 괴로움의 의지처가 있어서 아직 멸하지 않긴 했지만, 장애를 영원히 고요하게 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셋째는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이니, 곧 진여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번뇌를 이미 모두 없애고, 나머지 의지처도 역시 멸하여 많은 괴로움을 영원히 고요하게 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넷째는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이니, 곧 진여가 소지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대자비와 반야에 항상 둘러싸임으로써 생사에도 열반에도 머물지 않고, 94) 유정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는 일을 미래세가 다하도록 하더라도 항상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일체 유정에게는 모두 처음의 하나만이 있다. 2승의 무학에게는 앞부분의 세 가지가 있음이 인정되며, 오직 우리 세존께서 네 가지를 갖추고 계신다고 말할 수 있다.
[문] 어째서 부처님[善逝]에게 유여의열반이 있다는 것인가?95)
[답] 진실한 의지처가 없지만, 있는 것으로 사현한다. 혹은 괴로움의 의지처를 멸하므로 무여의열반이라고 말하고, 괴로움이 아닌 것의 의지처가 있으므로 유여의열반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네 가지를 갖춘다고 말할 수 있다.
[문] 만약 성문 등에게 무여의열반이 있다고 말하면,
어째서 어떤 곳96)에서 그들(2승)에게는 있지 않다고 말씀하는가?97)
[답] 그곳에서는 그들에게 모두 열반이 없다고 말한다.
어째서 유여의열반도 그들에게 역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가?98)
그런데99) 성문 등은 최후의 신체와 지해[身智]100)가 있을 때에는 소지장도 있고, 괴로움의 의지처도 아직 멸진하지 않아서 원적(圓寂)의 뜻이 감추어지기 때문에 열반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들에게 참으로 번뇌장을 다하여 나타난 진리인 유여의열반마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때에는 아직 무여의열반의 원적을 증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그들에게 무여의열반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다음의 시기101)에 최후의 신체와 지해(智解)를 멸하고 난 때에도 괴로움의 의지처를 멸진한 무여의열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혹은 2승에게 열반이 없다고 말한 것은 무주처열반에 의거해서 말한 것이며, 앞부분의 세 가지에 의거한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에게 무여의열반이 없다고 말한 것은 부정성(不定姓)의 2승에 의거해서 말한 것이다.
그들은 유여의열반을 증득할 무렵에 결정적으로 마음을 돌이켜서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고, 선정과 서원의 힘에 의해 신체를 남겨 두어 오래도록 머문다.
한 부류가102) 무여의열반에 들어가는 것과 같지 않다.
어떤 2승103)은 열반[圓寂]을 매우 즐겨서 아공관을 얻고 직접 진여를 증득하여, 태어남을 초감하는 번뇌장을 영원히 멸진해서 진리에 의거하는 유여의열반을 현현한다.
그는 능히 태어남을 초감(招感)하는 번뇌장을 멸진시켰기 때문에, 다음 존재의 이숙이 다시 태어날 까닭이 없다.
현재의 괴로움의 의지처가 자연히 멸하는 단계에서는 나머지 유위법도 이미 의지처가 없으므로, 그 괴로움의 의지처와 동시에 단박에 버려서 진리에 의거하는 무여의열반을 현현한다.
그때는 비록 2승의 최후의 신체와 지해가 없지만, 그들이 증득했으므로 그들에게 (무여의열반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지위에서는 오직 청정한 진여만이 있으며, 형상을 떠나서 담연(湛然)하고 적멸 안락하다.
이것에 의거해서 그들이 부처님과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104)
다만 깨달음과 남을 이롭게 하는 업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하기를, 그들이 부처님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문] 모든 소지장은 이미 태어남을 초감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것을 끊어서 무주처열반을 얻는가?105)
[답] 그것이 능히 법공진여를 은복하여, 대자비와 반야를 일으켜서 미래세가 다하도록 유정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그것을 끊을 때, 법공 도리를 현현한다. 이 도리는 곧 무주처열반이다. 두 가지 극단106)에 모두 머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택멸과 비택멸]
[문] 만약 소지장도 역시 열반을 장애한다고 말하면,
어째서 그것을 끊어서 택멸(擇滅)107)을 얻는다고 말하지 않는가?108)
[답] 택멸이란 계박[縛]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그것(소지장)은 계박이 아니기 때문이다.109)
[문] 이미 그렇다면 그것을 끊어서 어떻게 열반을 얻는가?110)
[답] 모든 열반을 다 택멸에 포함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성청정열반은 열반이 아니어야 한다.111)
능히 유정을 계박해서 생사에 머물게 하는 이것(번뇌장)을 끊어서 택멸무위를 얻는다고 말한다.
모든 소지장은 생사를 초감하지 않는다. 번뇌장이 능히 유정을 계박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그것(소지장)을 끊을 때에 택멸(擇滅)을 얻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끊었으므로 법공 도리가 현현하고, 이 도리는 모습이 고요하므로 열반이라고 말한다.
이 열반112)은 택멸을 체성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 가지 열반은 모든 무위법 중에서 처음113)과 나중의 것은 곧 진여이고, 가운데 두 가지114)는 택멸에 포함된다.
[문] 만약 오직 계박(번뇌)을 끊는 것만으로 택멸을 얻는다고 말하면, 부동무위 등 두 가지는 네 가지 중에서 무엇에 포함되는가?115)
[답] 비택멸무위에 포함된다. 잠시 떠난다고 말하기116) 때문이다.
택멸무위는 오직 구경멸(究竟滅)뿐이고, 비택멸이 아닌 것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무주처열반도 역시 택멸에 포함된다. 참다운 간택의 힘에 의해 장애를 끊어서 얻기 때문이다.
택멸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계박을 끊어서 얻는 것이니, 태어남을 초감하는 번뇌장을 끊어서 얻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장애를 끊어서 얻는 것이니, 나머지 장애를 끊어서 증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네 가지 열반은 모든 무위법 중에서 처음의 하나117)는 진여이고, 나머지 셋은 모두 택멸이다.
부동무위 등 두 가지는 잠시 조복ㆍ단멸하는 측면에서는 비택멸에 포함되고, 구경멸인 측면에서는 택멸에 포함된다.
[보리의 장애]
[문] 소지장은 역시 열반을 장애하는데, 어째서 다만 이것이 보리의 장애라고만 말하는가?118)
[답] 번뇌장은 다만 열반을 장애한다고만 말하는데, 어찌 그것(소지장)이 보리의 장애가 될 수 없는가?
마땅히 알라. 성스러운 가르침은 뛰어난 작용에 의거해서 말한다. 진실로는 모두 능히 통해서 두 가지 증과119)를 장애한다.
91)
이하 전의(轉依)에 의해 현현해서 얻어지는 것[所顯得]인 열반에 관하여 네 종류의 열반을 별도로 자세히 해설한다.
92)
응적담연(凝寂湛然)하기 때문이다.
93)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에서 의(依)는 의지처인 신체[依身]를 말한다. 고통 세계의 원인인 번뇌는 끊었으나, 아직 과거의 업보로 받은 이숙고과(異熟苦果)의 신체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대승에서는 괴로움의 과보의 주체인 제8식을 나머지 의지처[餘依]라고 말한다. 이미 열반을 증득하긴 했지만, 아직 이숙의 의지처인 유루의 제8식을 멸하지 않았으므로 유여의열반이라고 이름한다. 예를 들면 아라한의 최후신(最後身)이 아직 회신멸지(灰身滅智), 즉 몸을 재로 만들고 지혜를 멸해서 몸과 마음이 함께 아주 없어지지 않은 기간을 말한다.
94)
큰 지혜[大智]이므로 생사에 머물지 않고, 큰 자비[大悲]이므로 열반에 안주하지 않는다.
95)
다음에 문답으로써 세 가지를 판별한다. 먼저 부처님에게 유여의열반이 있는 것에 관하여 문답한다.
96)
『승만경』(『고려대장경』 6, p.1364下:『대정장』 12, p.219下).
97)
다음에 2승(乘)에게 무여의열반이 있다는 것에 관하여 문답한다.
98)
논주의 반대질문이다.
99)
이하 참답게 경문(經文)을 해설한다. 이 문단은 정성(定姓)의 2승에 의거해서 말한다.
100)
신지(身智)는 아라한의 최후신(最後身)이 아직 회신멸지(灰身滅智)하지 않은 기간의 최후신과 지해(智解)를 말한다.
101)
유여의열반 이후를 말한다.
102)
정성이승(定姓二乘)의 한 부류이다.
103)
정성이승이다. 이하 2승에게 무여열반이 있음을 말한다.
104)
참다운 진여에 의거해서 3승(乘)이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105)
이하 소지장(所知障)을 단멸하여 열반을 얻음에 관하여 외인(外人)과 논주가 세 가지로 문답한다. 먼저 열반을 얻지 않아야 한다고 묻는다. 즉 모든 소지장의 자체는 계박하는 법[縛法]이 아니니, 업을 일으키고 태어남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단멸해서 무주처열반을 얻느냐는 것이다.
106)
생사와 열반이다.
107)
택멸(擇滅)은 열반의 다른 명칭이다. 열반은 지혜의 간택(簡擇)하는 힘에 의해 번뇌를 끊은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택멸이라고 이름한다.
108)
소지장을 끊으면 택멸(擇滅)을 얻어야 하지 않느냐고 외인이 묻는다.
109)
택멸(擇滅)은 지혜의 간택(簡擇)에 의해 계박을 끊어서 멸(滅)을 증득하는 것이다. 소지장은 유정을 계박하고 생사의 고통을 초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지장을 끊고 나서도 택멸을 얻지 못한다.
110)
열반은 계박을 해탈하는 것이므로, 외인이 이렇게 묻는다.
111)
본래자성청정열반의 체성(體性)은 택멸에 포섭되지 않기 때문이다.
112)
무주처열반을 가리킨다.
113)
본래자성청정열반이다.
114)
유여의열반과 무여의열반이다.
115)
부동무위(不動無爲)와 상수멸무위(想受滅無爲)는 계박을 끊어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공무위ㆍ택멸무위ㆍ비택멸무위(非擇滅無爲)ㆍ진여무위의 네 가지 중에 무엇에 포함시켜야 하는가라고 외인이 묻는다.
116)
『현양성교론』 제18권(『고려대장경』 16, p.192中:『대정장』 31, p.572中).
117)
자성청정열반을 말한다.
118)
다음에 소지장이 오직 보리의 장애[菩提障]라는 것에 관하여 외인이 묻는다.
119)
열반과 보리(菩提)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