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외할머니-사글세 조
안숭범
등뼈는 인생을 어디까지 구부릴 수 있을까
둥글게 발음되기 위해 미리 둥글어진 형편
남편을 눕히고 딸을 재우고
딸의 아이를 보듬고
남편의 부재를 키우고
밥상처럼 불공평했지만 밥알처럼 정직하길
여남은 감태나무 이파리에 이름을 붙여 주면서
물소의 표정으로 평상에 앉아
뽑혀 나간 시간은 흰색이어라
저 비닐봉지는 기초연금처럼 가벼워서
전봇대에 붙어 잉잉거리는 소리
오늘은 이마를 손에 대고 손의 열을 잰다
손바닥엔 작년보다 많은 길이 생겼다지만
마을 너머엔 물량을 채워도 끝나지 않는
공장이 세워졌다
빵 하나가 구름과 점심을 갉아먹을 때
우걱우걱 포장재 밖으로 적출되는 축축한 반세기
나의 끝은 나에게 경험될 수 없고
새가 떨어뜨린 참회를 나무가 받는다
나무의 망각을 벌레가 줍는다
엄마, 사글세는 해결했어
미리 흰색으로 들어가 마음을 말아 보는 연습
나에게로 돌아오는 말마저 멎을 때
보푸라기처럼 자란 후 오지 않는
아이와 아이의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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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외할머니-사글세 조 / 안숭범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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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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