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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에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김민정,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
‘아이리스’ : 좋은 소식
붓꽃이라고도 불리는 아이리스는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전의 모습이
먹을 머금은 붓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좋은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먹을 머금었듯이 당신의 좋은 소식을 입 한가득 머금고 있다가
있는 힘껏 활짝 피우는 예쁜 보랏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진 꽃입니다.
당사자가 자기 삶의 주인공
지난 해 행정복지센터의 의뢰를 구실로 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주무관님과 함께 아주머니께서 살고 계신 곳에 발을 들여놓아보았습니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나 상황을 묻는 것이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이야기하시기 힘드시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재단‘위기가정 재기지원 사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막막한 상황,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아주머니의 무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아주머니와 이야기 끝에 지원 신청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오겠다 말씀드리고 복지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 방문 약속을 잡기 전, 팀장님과 이야기했고, 어머니 댁에 함께 가 보자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가능하신 시간에 맞춰보고자 전화를 드렸습니다. 언제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사례관리 교육이 있었습니다.
교육을 듣던 중 아차 싶었습니다.
어머니께 팀장님과 함께 가도 괜찮을지 먼저 여쭙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무심코 내뱉는 순간에는 절대 알지 못합니다.
책을 읽고 듣고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를 인정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교육에 집중이 되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어머니께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같이 가도 괜찮을지 여쭈어보았습니다. 불편하시다면 저 혼자 가겠다고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괜찮아요. 시간은 확실한 거죠?”
어머니께서는 제게 괜찮다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아직도 당사자에게 잘 묻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 당시 따뜻한 말투로 보듬어주시니 더욱 잘 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사자의 삶에 끼어드는 저, 꽤 많이 두렵고 떨렸습니다.
사업 안내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집 가는 기차에서 밑줄 치며 다시 읽었습니다.
혹시나 놓친 부분은 없는지, 이로 인해 아주머니께 누가 되는 일은 아닐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아주머니께 확실하게 안내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읽고 또 읽었습니다.
비가 와서 안내서가 젖어 쭈글쭈글 해 졌습니다.
다만 아주머니의 생각과 마음만큼은 종이처럼 주름지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두 번째 약속시간에 늦었습니다.
아직 가곡동의 지리가 익숙하지 않아 집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아주머니께 연락드려 집을 못 찾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 그 기찻길 뒤에 육교까지 오셔야 해요.”
고운 말씨로 다시 한 번 알려주셨습니다. 아주머니의 안내에 따라 다시 한 번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아주머니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문 앞에 나와 계셨습니다. 꽤나 기다리셨나봅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너무 늦었죠? 죄송해요. 집이 기억이 안 나서….”
“지난번에 왔던 아가씨면 알 텐데 싶다가 안 와서 나가볼까 하던 참이었어요.”
지난번 뵀을 때 보다 얼굴이 많이 밝아 보였습니다. 저를 맞아주시며 웃으셨습니다.
“얼굴이 밝아 보여요~”
“그래요?”
말씀하시며 옅은 미소를 띠시며 얼굴을 매만지셨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지난 10년이나 육묘장에서 일했다 하셨습니다.
고된 일을 하셨는데도 참 손이 곱습니다.
삶을 끈기 있고 열심 있게 사셨습니다. 세 자녀가 장성했고 시집도 보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던 무렵, 아주머니 집으로 전화가 한 통 옵니다.
밝은 목소리의 따님이었습니다.
이것저것 가지고 집에 온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됐다며, 오지 말라며 한사코 거절하셨고
통화하시던 중에 목이 메여 이야기를 잠시 멈추시기도 하셨습니다.
결국 따님이 이겼습니다. 맛있는 것들을 가지고 온다 합니다.
아주머니께서도 그런 딸을 위해 파김치를 준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많이 우셨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를 다 헤아릴 순 없었습니다.
없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뇌출혈로 왼쪽 편마
비가 와 불편한 상황입니다. 칼질하기가 어려워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해서 드십니다.
그래도 집에는 반찬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와 의지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형제가 할 일을 부모형제가 하게 돕고 싶습니다.
기쁨 슬픔 환희 비탄 수고 보람 눈물도 부모형제의 것이게 돕고 싶습니다.
시설직원이 알고 있고 할 수 있어도 부모형제에게 묻고 부모형제가 하게 합니다. 세상 여느 부모형제처럼.’
- 월평빌라 실천가, 「월평빌라 이야기 2」 가운데
지역의 복지를 이루는 데 복지관이 주인 되어 다 해주겠다 하면 안 됩니다.
가능한 지역사회가 지역사회의 힘으로 복지를 이루기를 소망하며,
통장님들을 뵈니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허리와 팔을 잘 못쓰시지만 대부분의 집안일은 어르신이 홀로 하실 수 있어 보였습니다.’
- 최장열, 「복지관 관장 업무일지 365」 가운데
그렇게 알아가던 강 씨 사주머니는 아주머니는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아주머니는 당신께 주어진 상황을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된 날들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당신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시기를
늘 반겨주시는 방문에 참 감사합니다.
제가 아주머니를 보고 느꼈던 시선과 생각을 담은 글을 챙겼습니다.
저번에 이불이 필요하다 하셨던 아주머니 말씀이 생각나 복지관에서 이불을 챙겼습니다.
큰 비닐에 들어있는 이불입니다. 무거웠습니다.
사회복무요원에게 부탁해서 차에 싣고 출발했습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주머니 댁에, 강 씨 아저씨가 계시면 아저씨께 여쭙고 부탁해서 같이 들고 가면 좋겠다.
강 씨 아저씨가 하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거들면 되겠다.’
집에 전화하니 아저씨께서 아침에 나가셔서 안 계신다 하셨습니다.
그러면 일단 제가 들고 가야겠다고 혼자 판단했습니다.
아주머니께도 들고 가보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주머니 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이불을 꺼내려 했습니다.
다시 생각이 듭니다.
내가 하려는 사회사업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지켜보자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에 힘을 뺐습니다.
두 번 일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깔끔하게 내 생각 포기하니 손과 마음이 가볍습니다.
내손으로 잡거나 이끌려고 힘주지 않기.
‘사회사업’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아주머니 댁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겼습니다.
아주머니 댁으로 걸어가는 길에 동네 주인 냄새가 폴폴 나는 아저씨 한 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기 저분 찾아오신 거지예? 많~이 들었습니더.”
아주머니 댁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서 계셨는데 그 분을 가르키며 이야기하셨습니다.
서 계시던 저분이 강 씨 아주머니의 남편분이신가? 하고 저분 성함 혹시 아시냐 여쭈었더니
“모릅니다~~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그냥 가셨습니다.
골목 입구에 계시던 그 분도 자리를 뜨셨습니다.
아주머니 댁에 도착해서 아주머니께 아저씨로 추정되는 분(골목 입구에 계시던 분)을 만나 뵈었다 말씀드렸습니다.
“키가 꽤 크시더라구요~”
“키 작은데~?”
아주머니께서 웃으십니다.
“아~잘 못 봤나? 잘 모르겠어요. 얼굴을 뵌 적이 없어서….”
아마도 좀 있다 집에 올 것 같다 말씀하셨습니다. 아주머니께 기관의 사정을 잘 말씀드렸습니다.
“여보 나 왔어요.”
강 씨 아저씨께서 오셨습니다.
‘바이바이~’ 하며 떠나시던 분이 강 씨 아저씨이셨습니다.
어쩐지, 이 동네 냄새가 폴 폴 난다 했습니다. 술을 한잔 하신 듯 해 보였습니다.
“저 양반 술 안마시면 말도 없는데 오늘은 딱 적당히 잘 마셨네. 에휴,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원.”
아주머니는 늘 아저씨의 술과 싸우는 중이라 하셨습니다.
“아저씨! 반갑습니다. 아까 뵀는데, 또 뵙네요.”
“아까 인사했는데 모른 척 하고 가데~”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저씨와 악수하고 이불을 가져왔는데 무거워서 들고 오지 못했다 했습니다.
“가입시더.”
멋지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따라 나오라 하십니다.
이 동네의 주인이자 이 가정의 주인이십니다. 그래서 더 당당해 보였습니다.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불을 번쩍 드십니다.
“우와, 힘이 엄청 세시네요?”
“내 이래봬도 타일공이였어~허허”
술을 한 잔 드신 탓인지, 이야기를 잘 하십니다.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다녀왔습니다.
아주머니에 대한 생각과 글을 정리하다 또 생각이 났던 것이 있습니다.
뭐라고 부르는 것이 괜찮으실지 여쭙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아버지’라 불러도 괜찮은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주머니께 제 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길지 않고 투박한 글이지만 제가 아주머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거들고 싶은지 보여드리고 싶어 정리했다 말씀드렸습니다.
첫 방문 때는 아주머니의 상황이나 어려움에 대해 주로 듣기만 했다면
두 번째 방문 때 제가 발견 한 것들이 많다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잘 해 오신 것, 잘 하실 것 같은 것들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다 말씀드렸습니다.
“잘 썼네요. 속이 참 깊다 몇 살이에요?”
강 씨 아주머니와 만나며 저도 당사자와의 귀한 만남에 대해 더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지원만이 아주머니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아주머니와 종종 연락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번 고기를 조금 가져다 드린 적이 있어 잘 드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안 그래도 고기 잘 먹었어요. 어제까지 먹은걸요.
비계는 남편이 다 띠어주고 찌개에 넣어서 먹었어요. 둘이 먹으니까 꽤 오래 먹더라고요.”
“우와 아저씨가 다 손질해주셨네요. 멋지다.”
함께 하하 웃습니다.
또, 남편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술이 문제긴 하지만 아주머니께서도 그런 점들을 느낀다 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종종 연락하고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좋다며 조심히 걸어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웃으며 돌아왔습니다.
여태껏 만나왔던 시간들의 의미가 참 깊습니다. 단 한 번도 의미 없는 만남은 없었다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 나누며 꽤 많이 웃은 것 같습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웃을 줄 아는 아주머니가 참 좋습니다.
아주머니가 당신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아름다운 꽃처럼 지내기시를
코로나 19로 뒤숭숭하던 시기에 마스크는 잘 구매하고 계신지 여쭤보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셨고, 이를 전달하고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 이제는 보조기구 없어도 정자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엄청 겁나서 못하겠던데, 한 번 해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병원에 잠시 입원했었어요.
한 달하고 보름정도 재활치료 때문에요.
그런데 그냥 요양병원 같고 감옥 같아서 나왔네요.
보건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해주는 재활치료랑 다를 게 없더라고요.”
“어머, 아주머니 저 진짜 기뻐요….”
“작년 10월에는 3박4일로 제주도에도 다녀왔어요. 제 친정에요. 남편은 2020년 1월부터 정규직이 됐어요. 월
급이 한 100만 원 정도 되는데 거기서 50만 원은 생활비로 주고 50만 원은 남편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와~역시 현명하게. 아주머니가 있으니까 또 이렇게 잘 돌아가네요.”
괜한 투정도 부려봅니다.
“아주머니, 제 생각 좀 안 하셨어요? 저는 한 번씩 생각이 나던데 연락을 못 드렸네요.”
“아이고 했죠. 날씨가 추운데 춥진 않으려나? 생각하고 좀 따뜻해지면 오려나? 생각했어요.”
“아주머니 제가 아주머니랑 있었던 일들 글로 썼던 거 기억하시죠?”
“그럼요.”
“그 이야기들이랑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모았더니 책이 한 권이 나왔어요.”
“정말요? 읽어보게 가지고 와줘요.”
“그렇죠! 제가 진작 가져다 드렸어야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네요.”
“집에 있으면 책 읽고 하면 좋거든요. 꼭 좀 가져다 줘요.”
좋은 소식들을 봇물 터뜨리듯 가득 나누고 돌아갑니다. 나가는 저를 보며 애정 어린 말을 건네어 주십니다.
“아이고 안 추워요?”
“네 괜찮아요. 저 아직 좀 젊잖아요.”
“젊을 때 멋 부려야지. 젊은 게 예쁘고 좋아요. 조심해서 가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누군가의 귀한 삶을 제가 계획하고 이끌어가고 싶지 않음을 이룰 수 있도록 가장 많이 도와주신 분입니다.
강 씨 아주머니를 보며 느꼈습니다.
당사자는 충분히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당사자가 당신의 삶을 살 수 있게 제 손에 힘을 빼고 거기까지 거들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그저 어머니 필요로 하시는 것 찬찬히 살피시고 어머니께서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데 까지만 묻고 의논하며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께서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계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종종 만나는 만남 속에서 좋은 소식들 봇물 터뜨리듯 터뜨려주시는 강 씨아주머니,
아름답게 핀 꽃처럼 지내시기를 소망합니다.
희망상자, 당신들의 마음으로 피워 낼 미소_김민정, 밀양복지관 | 2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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