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필자를 아는 이들은 필자를 일컬어 스포츠매니아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월드컵 혹은 올림픽등 국제스포츠제전이 벌어지기가 임박한 시점엔 혼자서 D-DAY를 맞춰놓고 기다리고 있고, 남들은 신경도 안쓰는 스포츠 역사를 일일이 꿰차고 있기에 얻은 별명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족구환자'라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씁쓸한 별명도 가지고 있다. 총각시절 또래 친구들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족구에 열을 올리며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대회 및 교류전에 참석한 내게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전국에 많은 족구환자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입과 입을 통해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선사한다. 족구에 너무 빠져 아내와 이혼서류 꾸밀 뻔한 이야기,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이야기는 다반사,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다같이 모여 함께 족구했던 이야기들은 족생족사, 족구는 내인생, 오늘 이시간에도 적들의 네트는 쳐지고 있다는 등의 많은 명언들을 남기며 족구는 지금도 많은 동호인들이 즐기며 행복해 하고 있다.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가 즐기고 있는 족구를 더욱 즐겁게 즐기게 해주고 있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워낙에 많이 알려진 이들인데다가 필자와는 개인적인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고 정식 칼럼니스트도 아닌 필자의 미약한 필력으로 이들의 공헌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들의 업적과 공헌을 깎아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한 번 쓰고 싶었다. 다른 어떠한 감정도 아닌 오직 단 하나, 감사한 마음때문이다.
주관적인 시각을 요하는 칼럼에 있어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그 사람을 높이는 존칭은 써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다. '저희'라는 호칭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을 낮추는데 쓰이는 말이기에 '저희나라'라는 말은 틀린 말이 된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에게만은 존칭을 쓰고 싶다. 적어도 족구인들은 누구나 이들에게 존칭을 써야 마땅하고 이들에게 낮춰져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테라의 족구동영상 운영자(양규석님)
족구동영상의 HD고화질 시대를 새롭게 연 인물. 카메라, 동영상 편집에 관한한 문외한인 필자조차도 그 분이 쓰시는 장비가 적어도 꽤나 고가의 장비임이 짐작이 갈 정도로 깨끗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족구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한 수준 높은 편집능력까지 보여주며 그야말로 최고의 영상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 분은 소양강배 동영상 중 한경기에 누군가가 단 답글('MBC보다 낫습니다. 테라 님은 역시 최고의 족구전도사입니다. 널리 홍보하겠습니다.')에 이런 답글을 달았다.
'그날 MBC에서 카메라 10대 정도로 촬영한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카메라4대만 있었으면 정말 좋은 영상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ㅎㅎㅎ감사합니다.'
MBC에서의 편집은 경기 도중 계속해서 카메라 각도를 바꿔갔다. 여러 각도로 보여주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적인 경기모습을 원한 우리 족구동호인들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헷갈려 했으며 경기 후의 슬로우비디오를 통해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족구인이 아닌 이들의 10대의 카메라로 만들어낸 영상은 족구인의 카메라 단 한 대로 만들어낸 영상에 미치지 못했다.
장한빈의 A킥을 잡기 위해 돌아가던 김동휘, 강만규의 뛰어 비껴차기를 역모션에 걸린 상황에서 넘어지며 받아냈던 김광훈, 모두가 속은 이광재의 페인트를 뛰어들어가 잡아낸 민경철, 몸을 사리지 않고 어떤 공이든 잡아내며 코트에 나뒹굴었던 권혁진. 이 모습을 우리는 단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만약 그분이 원한대로 4대의 카메라가 그 분의 손에 쥐어졌다면, 아마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동영상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54C46533CBF662E)
2. 전성배의 족구매거진 운영자(전성배님)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족구전문 신문 혹은 잡지는? 없다. 아직까지는 생활체육인 족구에서 일반인들이 족구뉴스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여기저기 족구카페를 돌아가며 수집한 자료들을 묶어 추측해 내는 방법 뿐이다. 전국대회 및 유명한 대회가 있을때의 우승팀, 준우승팀, 입상 팀등은 여기저기 카페의 대회결과알림 혹은 동영상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뉴스를 통해 야구나 축구에서 선수들의 이적현황이라든지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족구계에서 선수들의 이러한 이야기들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동영상을 보면서 '아! 저선수가 A팀에서 B팀으로 이적했구나'정도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 이런 소식들을 클릭 한 번에 알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성배의 족구매거진 카페이다. 필자는 며칠 전 이 카페에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스크랩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퍼나르는 것 조차도 벅찰 정도로 많은 양의 자료들이 그곳에 있었다. 자료를 하나하나 구해서 올려 놓는 것, 그리고 그 자료들을 보기 쉽게, 찾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정리 하여 카페를 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그 분의 카페를 볼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83941533CC0270E)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일들을 뭘 잘 했다고 칭찬을 해야하냐?’
‘그거하면 돈이 나와 뭐가 나와. 뭐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하나?’
하지만 자신이 뛰지도 않을 대회에서, 때로는 날씨가 너무 더운 날, 때로는 추운 날, 때로는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그 분들은 대회장을 찾아다니며 동영상 및 글로 그곳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것도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그 영상들과 그 자료들을 우리 동호인들은 클릭 한 번에 스크랩해가서 우리는 즐긴다. 선수들은 경기가 없을때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그 분들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 촬영을 위해 바삐 이동하며 준비를 한다. 휴식할 시간은 당연히 없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경기라도 더 촬영하기 위해 운동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촬영 중 행여나 조금이라도 화면 밖으로 공이 나가는 상황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한 순간도 경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단지 현장에서의 이야기이다. 촬영을 다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면 그 분들의 진짜 수고가 시작된다. 동영상 편집에 걸리는 시간은 한 세트당 3시간 가량(전성배님의 말씀 기준). 경기가 2세트에 끝난다고 해도 한 경기당 6시간의 편집을 통해 한 경기의 동영상이 탄생한다.
대회에서 그 분들이 촬영하는 경기수는 적게는 5경기, 많게는 10경기정도, 2세트 기준 경기로만 환산을 해도 30시간에서 60시간의 편집으로 한 대회의 게시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지 동호인들에게 좋은 영상을 선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족구계에서 떠도는 소식들을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왜 이렇게 힘든 일들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리도 열심히 할까? 그건 누가 뭐래도 이분들의 족구에 대한 사랑때문 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해야되는 일이기에 자신들이 희생하는 것은아닐지 짧은 소견이나마 이야기 한다.
http://cafe.daum.net/Terrajokgumovie/NX58/125 (테라님의 글-족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필자는 축구선수 야구선수들의 이름을 꽤나 많이 알고있는 매니아이다. 그런데 이젠 족구선수들의 이름도 꽤나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동호인들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족구지식들을 우리는 어떻게 섭렵할 수 있었을까? 모두 그분들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낸 부산물들은 아닐까? 이제 2014년 족구시즌이 시작하며, 매주 대회가 벌어질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지난 겨울동안의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열심히 경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찍고 동호인들에게 그리고 족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그 분들은 대회장 어느 곳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펜을 돌릴 것이다.
이런 그분들에게 필자는 딱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저희들은 너무 행복합니다.'
첫댓글 존박님도 족구환자 인증합니다.
011ㅎㅎ
무슨 ???? 내가 환자면 다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