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착한 바로 그날 오후, 누가 내 침실 문 아래로 쪽지를 밀어 넣었다. 내용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버그만은 자서전에 썼다.
주제 : 저녁식사. 프랑스 파리. 6일 6시 45분. 수신 : 잉그리드 버그만
1. 이것은 공동의 노력이다. 공동체의 일원은 밥 카파와 어윈 쇼이다. 2, 우리는 오늘 저녁 당신을 초대하는 이 초대장과 함께 꽃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의논해본 결과, 꽃값이나 저녁식사 비용을 지불할 수는 있으되 그 둘을 모두 지불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투표를 했고 근소한 차이로 저녁 식사가 선정되었다. 3. 저녁식사 생각이 없으면 꽃을 보낼 수도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 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 꽃 말고도 우리에게는 어정쩡한 재료들이 많다. 5. 우리의 매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쓰면 정작 해야 할 얘깃거리가 떨어질 것이다. 6. 우리는 6시 15분에 당신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7. 우리는 잠을 자지 않는다.
쇼와 카파가 그날 저녁 6시 15분에 전화를 했을 때 버그만은 리츠 호텔의 지하 바에서 두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다. 약속한 6시 30분에 고급 패션 디자이너의 멋진 가운을 입고 머리에 붉은 꽃 한 송이를 꽂은 버그만이 나타났는데 카파와 쇼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버그만이 정말로 신분이 높은 장군이 아닌 자신들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에 몹시 놀란 두 남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여인을 맞았다. 나중에 설명했듯이, 버그만은 “호텔방에서 앉아 꽃병을 바라보느니” 밖에 나가 저녁식사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초대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 작가_ 알렉스 커쇼 – 저널리스트.『가디언』『선데이 타임스』『옵저버』등 유수 매체에 기고하고 있음. 소설가 잭 런던의 전기로 유명함.
▶ 조주현 – 배우. 연극 <감포사는 분이>, <사랑, 지고지순하다> 등에 출연 ▶ 임형택 – 배우. 연극 <염쟁이 유씨>, <만선>, <농담> 등에 출연. 극단 작은신화 단원. 서진 – 배우. 연극 <안티고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등에 출연.
배달하며
헝가리 출신의 로버트 카파는 20세기 격전의 장소를 찾아다녔던, 전설적인 사진기자였습니다. 희생과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 전선에 뛰어드는 ‘카파이즘’이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이지요. 굵직한 전쟁터에는 늘 그가 있었고 그 때문에 생생한 사진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는 결국 1954년 41세 나이로 베트남 디엔비엔푸 전투를 취재하던 중 지뢰를 밟아 사망합니다. 이 내용은 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작업 걸었을 때 썼던 방법입니다 (둘은 깊은 관계로 발전합니다). 작업도 이 정도 드라마틱하면 가히 작품이죠. 요즘은 이처럼 세련되고 위트 있게 작업 거는 사람들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