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끝의 나라 핀란드
그곳에서 먹고, 살며, 사랑하는 이야기들
북유럽 사람들은 정말 ‘북유럽 스타일’처럼 살아갈까?
금발의 핀란드 인 티뮤를 만나 결혼하고 헬싱키에 정착한 지 5년, 이제 그녀에게 핀란드는 낯선 이국땅이 아닌 평범한 보통의 일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핀란드 하면 푸른 호수와 흰 눈, 한여름 밤의 백야 혹은 긴 겨울을 떠올린다. 혹자는 핀란드에 살아서 좋겠다 하고 북유럽의 화려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간의 책들이 보여줬던 여행지로서의 핀란드가 아닌, 실제로 먹고사는 생활지로서의 생생한 핀란드를 보여준다. 헬싱키 골목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들과 눈부신 여름날을 만끽하는 핀란드 사람들, 낮보다 아름다운 밤, 긴 겨울의 풍경, 그리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핀란드 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당신은 자연스레 스미는 북유럽의 일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결혼 5년차 남편 티뮤와 오붓이 살고 있는 그녀의 살림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여행지로서 핀란드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일까?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 겨울이 긴 숲과 호수의 나라, 한여름 밤에도 끝나지 않는 백야의 나라, 완벽한 복지와 교육환경, 그리고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들이 넘실대는 나라. 그런 사람들에게 여행지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핀란드를 보여줄 책이 출간되었다. 탐페레 북쪽 아이또라흐띠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5년 째 핀란드 인 남편과 헬싱키에 살고 있는 김은정 씨의 《여기, 핀란드로부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그녀가 바라본 핀란드의 모습과 우리가 예상하는 모든 것을 벗어난 북유럽의 생활 풍경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때로는 여행자의 시선인 듯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철저하게 생활자의 시선에서 리얼리티하기도 하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는 포토그래퍼인 남편 티뮤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동양화를 전공한 김은정 씨가 직접 드로잉한 그림들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마치 흰 도화지 위에 연필로 슥슥 그리듯 풀어나간 그녀의 핀란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당신은 헬싱키 어느 골목 안을 서성이는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여행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북유럽의 삶
헬싱키 5년차 생활자, 그 일상의 기록을 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마트에 가 장을 보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길에서 피고 지는 계절을 느끼며 살아가는 보통의 북유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북유럽의 열풍을 볼 때마다 정작 진정한 북유럽스러움이란 의도적으로 꾸며내는 것이 아닌 시간 속에 자연스레 스미는 것임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헬싱키 곳곳의 보물 같은 장소들을 소개한다. 랜드마크를 벗어나 호젓하고 여유로운 핀란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눈부신 핀란드의 여름 이야기를 담은 2장에는 긴 겨울이 지나간 헬싱키의 정경과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는 활기로 가득하다. 더불어 해가 지지 않는 하루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3장에서는 낮보다 아름다운 헬싱키의 밤과 핀란드 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았다. 특히 이 장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이웃을 직접 인터뷰한 인테리어 이야기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4장에서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긴 겨울이 시작되는 핀란드의 설경을, 마지막 5장에서는 헬싱키에 살림집을 둔 저자와 남편 티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이 한 권의 핀란드가 당신에게
놀라운 평온과 안식을 선물할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며,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안다고. 그들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재차 확인하게 된다고 말이다. 핀란드의 삶의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그녀는 특히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고 전한다. 화가 나면 요리를 하고 아침마다 커피콩을 갈며 바람처럼 온순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 매일 감사하게 됐다면서. 그곳에 머문 5년 동안 헬싱키는 그녀의 삶을 조금 더 다듬어주고 한 뼘 더 성장시켜주었다. 이 책을 읽게 될 많은 이에게 자신이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여기, 핀란드로부터》를 읽다 보면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든다. 온순하고 고요할 것 같기만 한 북쪽 끝의 나라가 감추고 있던 장난스러움과 다이나믹한 자유로움이 그곳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도 모르게 일상의 속도에 익숙해졌다면 이 한 권의 핀란드가 선사하는 낭만여행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여유롭고 고요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 그들이 먹고, 살며, 사랑하는 곳, 36.5도의 정직하고 인간적인 나라, 핀란드로 말이다.
책속으로 추가
이렇게 살짝만 살을 내놓아도 얼어붙는 추운 핀란드에서는 아반또우인띠를 한다. 아반또우인띠는 꽁꽁 언 호수의 일부를 깬 뒤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렵고 긴 이름만큼이나 실행에 옮기기도 쉽지 않다. 호수로 들어가기 전 실내 온도 100도가 넘는 사우나에 몸을 뜨겁게 달군 뒤 얼음물로 들어가는데, 핀란드식 겨울 건강 행위이다. _252페이지, 《아반또우인띠에 도전하실 분》
절대적인 안식과 편안함, 집이 주는 힘은 그런 것 같다. 어느덧 헬싱키의 우리 집도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자고 일어난 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보, 반쯤 젖은 타월, 겨우내 우리의 발을 지켜준 까슬까슬한 털실 양말들, 가지런한 커피 잔, 남편 책상과 꼭 붙어 있는 내 책상까지. 조용한 오후의 시간을 혼자 보낼 때면 ‘이 곳에 진짜 내 살림이 있구나’ 싶다. _280페이지, 《살림의 기록》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이곳 핀란드에서는 남자가 요리하는 게 부러움을 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트에 가면 아이들을 데리고 장을 보는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시댁에 가도 어머님이 요리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가족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리에 관련된 일은 모두 남자들 몫이다.
_314페이지, 《앞치마를 두른 핀란드 남자들》
그때는 뭐가 그리 벗어나고 싶었는지 발버둥을 쳤던 곳이었지만 삐스빨라만큼은 이사 오기 직전까지 아쉬웠을 만큼 이상적인 동네였다. 저녁 식사 이후 산책 겸 어스름한 시간에 그곳에 가면 특유의 사우나 냄새가 났다.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가면 나던 저녁밥 짓는 냄새와 비슷했다. 집 뒤뜰을 돌아갈 때마다 냄새가 진동했고, 사우나를 끝내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소년에게서는 나무타르 비누향이 났다.
_326페이지, 《정신적 고향, 탐페레》
책속으로
중고 가게에는 누구의 집에서 왔을까 사연이 궁금한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더 이상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 패턴의 오래된 아라비아 접시나 컵은 꽤나 만만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내가 데려가지 않으면 그 녀석들이 내일 다른 집 부엌에 있을 것만 같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_18페이지, 《헬싱키 세컨드 핸드숍》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엄마 밥이 너무 그립다거나, 오랜 친구 녀석들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찾는 일종의 안식처 같은 곳이 있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쉬고 싶은 곳, 바로 헬싱키의 까이보 뿌이스또다.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뿌이스또’라는 말은 공원이고 ‘까이보’는 우물이라는 뜻이다.
_50페이지, 《그리운 날엔 까이보 뿌이스또》
핀란드에서 자기장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썸머 묘끼가 그중 하나다. ‘묘끼’는 코티지란 뜻의 핀란드 말이다. 핀란드에서 묘끼는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진짜 즐거움을 찾는 또 다른 집이다. 남편은 묘끼에 가는 일을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표현한다. _80페이지, 《느리게 흘러간다》
그곳의 하늘은 파스텔 물결 같았고 그 장관은 압도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신기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쪽으로 서서히 입성할 때쯤 보이기 시작하는 순록들은 도로 위에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침범했다. 순록들은 라플란드에서 머무는 일주일 간 내게 흔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_92페이지, 《북위 66˚ 33´을 넘어 루돌프를 만나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오래된 변기 손잡이다.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 우연히 얻었다는 오래된 변기 손잡이는 그동안 하나둘 모아 두었던 수도꼭지들과 함께 액자 속에서 특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의 멋진 표본이었다. _184페이지, 《그들이 사는 집》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가끔은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낮잠 자고 일어났을 때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형이 침대에서 걸어나오는 것 같다. 뽀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에 까치집이 된 금발 아이들의 모습이란! 그렇게 낮잠에서 일어난 아이들은 삼십 분 정도 간식을 먹는다. _214페이지, 《꿈꾸는 핀란드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