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학부 신설… 서울대, 30년만에 정원 330명 늘린다
정부 “첨단분야 학과에 대해선 수도권·지방 공평하게 늘릴 것”
김연주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3.03.29. 03:12 조선일보
서울대가 학부 입학 정원을 300여 명 늘려 반도체, 데이터 과학 등을 가르치는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겠다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는 교육부가 작년 6월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첨단 학과의 입학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수백 명 규모의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요구한 만큼, 서울대 학부 입학 정원이 30여 년 만에 대규모로 증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입학 정원은 1981년 졸업정원제 도입으로 3300여 명에서 65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뒤 1990년대 초 한 차례 500여 명이 늘어난 걸 빼고는 꾸준히 줄어왔다. 이번에 서울대 계획대로 정원이 늘어나면 30여 년 만에 처음 수백 명 규모로 입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대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주요 대학들이 첨단 분야 정원 확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등 첨단 학과에 대해선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공평하게 증원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28일 교육부와 서울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4일까지 대학들에서 2024학년도 첨단 분야에 대한 입학 정원 조정 계획을 받았다. 이 가운데 서울대는 디지털헬스케어‧스마트융합시스템기술‧융합데이터과학‧지능형반도체‧지속가능기술‧혁신신약 등 전공 6개가 있는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겠다고 신청했다. 입학 정원은 330명 내외로 알려졌다. 서울대의 학부생 정원은 2000년 4739명에서 올해 3233명까지 꾸준히 줄었다.
서울대뿐 아니라 전국 주요 대학들도 첨단 분야 학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서울대처럼 기존 학과 정원을 그대로 두고 첨단 분야 학과를 순수하게 증원하겠다는 내용을 제출한 경우도 있고, 일부 학과 정원을 10명쯤 줄이고 첨단 산업 학과는 30명 늘리는 식의 계획을 신청한 대학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가 수백 명 규모로 증원 계획을 제출한 것처럼 다른 대학들도 꽤 큰 규모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들이 조건 없이 입학 정원을 순수하게 늘리는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수도권 대학들은 첨단 분야에 한해 일부 정원을 늘릴 수 있었지만 대학이 편입학 정원을 줄이면 첨단 분야 정원을 조금 늘려주는 식으로 조건을 달았다.
수도권 대학의 입학 총원은 1999년부터 11만7000명으로 묶여 있다.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현재 수도권 대학의 입학생은 10만9000명 정도다. 8000명 정도 여유가 있는데도 수도권 과밀화 우려와 지방 반발 등을 이유로 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증원을 규제하고 있었다. 이번엔 수도권 입학 총원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첨단 분야에 대해선 학부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곧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꾸려 대학들 계획이 첨단 산업 분야의 융합 인재를 기른다는 취지에 맞는지 심사한 뒤 내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대학가에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수도권 등 주요 대학들이 계획한 입학 정원을 크게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6월 “우리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해 교육부가 발상을 전환하라”고 주문했고, 이후 교육부는 “수도권·비수도권 상관없이 능력 있는 대학들의 첨단 관련 학과 정원을 적극적으로 늘려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번 심사 때 대학들이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을 어느 정도 준비했는지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나 혁신 신약 등 첨단 산업들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융합 분야인 만큼 여러 전공 교수들이 함께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애초 서울대도 공대의 전기·정보공학부 내 ‘시스템반도체공학’ 전공을 신설해 신입생 57명을 추가로 받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계획 수정을 요청하자 330여 명 규모의 ‘첨단융합학부’ 신설 계획을 냈다고 한다.
홍유석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교육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신약 등 첨단 융합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면 어떻겠냐고 피드백을 줬다”면서 “최근 여러 학문이 함께 협력하는 연구가 강조되는데, 첨단융합학부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학생 교육 과정 등이 파격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1학년 때는 교양과 리더십 교육을 받고, 2학년 땐 전공 6개를 개론 수준으로 두루 접한다. 그리고 3학년 때 6개 중 하나의 전공을 골라 2년간 배우는데 이때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서울대 생각이다. 특히 반도체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는 혜택을 줄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다루는 융합데이터과학 등 다른 전공에 비해 반도체는 취업처가 삼성·하이닉스 등 다소 제한적이라 학생들이 적게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와 석사 과정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홍유석 학장은 “첨단융합학부에는 따로 대학원을 두지 않는 대신 학부를 마친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최근 취임한 유홍림 신임 총장의 ‘학부 기초 대학’ 개혁과도 일맥상통한다. 유 총장은 학부 학생들이 1·2학년 땐 전공 구분 없이 토론과 프로젝트로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추후에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 기초 대학’ 설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첨단융합학부 학생들은 여섯 전공 가운데 전공을 골라야 하지만 기초 학부 대학은 전공 선택 범위도 더 넓을 전망이다.
지금도 서울대에는 전공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자유전공학부’(입학 정원 124명)가 있다. 그런데 첨단융합학부는 ‘학문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자유전공학부와 다르다는 게 서울대 설명이다. 전공 6개 자체가 여러 학문이 융합된 첨단 산업 분야로 새로 만든 것이고, 가르치는 교수나 연구진도 여러 학과에서 참여해 교류하게 된다. 홍유석 공대학장은 “첨단융합학부 신설이 확정되면 학부 소속 교수도 새로 뽑는 동시에 기존 공대 교수들이 함께 강의에 나설 것”이라면서 “서울대가 연구·교육에서 학문 간 칸막이를 넘어 함께 협력하는 융합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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