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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장원 선생님을 추모하며 /정호순
이제 선생님은 몸의 고통을 벗고 고요한 봄빛 속으로 걸어가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남기신 “봄비“ 디카시처럼 그 맑고도 여린 순수한 시심은 우리 가슴 속에서 여전히 촉촉이 내리고 있습니다.
손끝 하나 다물기 어려운 시간에도 끝내 시를 향한 창문을 닫지 않으셨기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던 그 따뜻한 영혼을 우리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선생님, 부디 저쪽에서도 봄비를 맞으며 편안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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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장원 시인을 추모하며 /정호순
내가 서장원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창작1기 대전 오프 수업 때였다. 30명이 넘게 오셨지만 다 초면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맨 뒷좌석에 조규춘 선생님과 같이 앉아서 수업에 열중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것은 창작지도사제1기 수료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역에서부터 부산까지,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남정보대학교 센텀 캠퍼스까지 민순기, 위점숙, 원서정 선생님 등과 같이 동행을 했었다.
그때도 병원 치료를 받고 계시다는 말은 들었지만 살짝 야윈 거 빼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환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완쾌되기를 바랐지만 점점 안 좋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시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휴대폰 자판기를 손가락이 말이 듣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좀 답답한 듯 하셨지만 목소리만큼은 그다지 나쁘지 않아서 희망을 품게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끝내 회복하지 못하시고 우리 곁은 떠나시고 말았다. 선생님이 남기신 디카시 "봄비" 는 유작으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선생님의 고운 심성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디카시인데 이제 막 한창 물이 오르는 디카시 세계를 꽃 피우지 못하시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 선생님은 더 이상 이 땅의 시간표에 계시지 않지만 남기신 숨결과 언어는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특히 유작이 된 디카시 ”봄비“는 선생님의 맑은 심성과 섬세한 시선을 고스란히 품고 국어 교과서 속에서 세상 어린 마음들을 맞이하고 있다.
봄비를 노래하던 그 부드러운 마음, 작은 풍경에서 꽃잎 같은 시를 피워 올리던 그 손길은 비록 이승의 창문을 닫았지만 선생님의 작품 속에서, 또 선생님을 기억하는 우리 마음 속에서 끝내 지지 않는 한 송이 봄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선생님께서는 고통의 몸을 벗고 먼 길 편히 걸어가시기를, 그 길 끝에서 다시 따뜻한 봄비를 맞으며 평온히 머무시기를, 남은 이 마음 깊이 기도드린다.
첫댓글 세월이 무심함을 새삼 느낍니다.
지난 자료를 다시 한번 찾아보며 서장원님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https://cafe.daum.net/Dicapoetrystructor1/VUQ3/29
세월은 참 무심히 흐립니다.
어느 새 또 한 해가 다가오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