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이제는 이 아빠라는 말, 가슴 속에만 있겠죠?
전에는 항상 아빠가 옆에 있었고 항상 불러 왔기 때문에 잘 몰랐어요.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아빨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전에는 아빠가 너무 미웠던 적도 있었어요. 원망도 많이 했었구요. 그런데 아빠가 옆에 없는 지금, 아빠가 너무 보고싶고 아빠가 너무 그리워요.
전엔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도 커요.
어른들이 그러자나요, 있을 때 잘하라고. 지금에서야 그 말이 뼈저리게 가슴에 와 닿아요.
정말 너무도 후회가 되요. 아빨 이해하지 못했던 바보 같은 제가...그리고 아빠한테 너무나도 차가웠던 제가...
아빠가 전에 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셨을 때 너무나도 차가운 눈으로 아빨 본 것이 가장 후회되요.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제 얼굴이 차가운 얼굴이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속상하구요...
이제는 아빠가 다시 제 얼굴을 바라보는 일... 없겠죠? 이제는 아빠 얼굴을 사진으로만 봐야 하고, 아빠 목소리를 가슴으로만 들어야겠죠? 전에는 아빠 어깨랑 다리 주물러 주는 거 싫었는데, 지금은 매일 아빠 어깨랑 다리 주물러 드리고, 안기고 싶어요.
아빠가 부르는 노래 소리도 듣고 싶고, 아빠가 끓여 주시는 라면도 먹고 싶고, 아빠 너무 그리워요. 아빠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빠, 정말 약속할께요. 절대로 아빠 실망시키지 않겠다구요.
아빠가 전에 그랬자나요. 아빠가 못 배웠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힘들다구요. 그러니깐 전 꼭 좋은 대학에 가라구요. 아빠 약속할께요. 절대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젠 울지 않을께요. 푸름이가 울면 아빠가 속상할 테니까 울고 싶어도 꾹꾹 참고 안 울께요. 오늘이 제가 우는 마지막 날이 될게요. 아빠,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사랑해요...
편지받는이(고인) 이현동, 편지쓴이 이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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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용미리에 가면 추모 공원이 있습니다. 일명 납골당이라고 하지요. 여기에는 제사 지내려 온 사람들이 고인을 추모하면서 글을 남겨 놓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여기에 남긴 글들을 모아 "사랑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 출간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른 것입니다. 아버지를 먼저 보낸 자식의 솔직한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