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율(栗) 밤.
일복생삼자(一腹生三子)
중자양면평(中者兩面平)
추래선후락(秋來先後落)
난제우난형(難弟又難兄)
이산해<李山海>
한 뱃속에서 세 자식이 생겼는데
가운데 한 놈은 두 볼이 납작하고
가을이 오면 앞뒤 다퉈 떨어지니
어느 것이 아우라 또 형이라 하기도 어렵네.
이 시(詩)는 조선중기(朝鮮中期) 이산해(李山海)가 일곱 살 때 작품 시(詩)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명시(名詩)를 남겼다. 밤이 밤나무에 달려서 가을철에 밤톨이 떨어지는 것을 해학적(諧謔的)으로 읊은 영물시(詠物詩)다. 밤송이 하나에 밤톨 세 개가 열렸는데 가운데 밤톨은 양쪽에서 눌려서 양쪽 면이 납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늦가을이 오면 밤송이가 벌어져서 떨어지는 것을 묘사한 시다. 작가(作家)가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다가 시상(詩想)이 떠올라 쓴 시(詩)라고 생각이 든다. 참 영특(英特)도 하지 않는가? 땅에 떨어지는 순서대로 밤도 완전 결실을 맞은 셈이라 형이 되고 아우가 되는 판이다. 동시에 떨어져도 시차(時差)는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산해 작가 어린 나이에 밤(栗)의 한시(漢詩)를 재미나게 묘사를 했다. 이시(詩)는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하평운(下平韻) 경통(庚統) 운족(韻族) 중에 평(平), 형(兄)이다. 시제(詩)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과일이라 더욱 정감이 가는 시다. 이런 시(詩)를 물건을 읊은 시(詩)라는 의미로 영물시(詠物詩)라고 한다. 그는 조선 시대 홍문관정자(弘文館正字), 사헌부집의(司憲府執義), 영의정(領議政)을 역임(歷任)한 문신(文臣)이다. 어려서부터 숙부(叔父) 이지함(李之菡)에게 학문을 배웠다고 한다. 이지함(李之菡)은 복술(卜術)에 능(能)한 토정비결(土亭秘訣)을 지은 저자(著者)다. 선조를 함께 모셨던 세 신하인 이율곡(李栗谷)은 바른말 직언(直言)하는 신하라 선조가 반론(反論)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고, 유성룡(柳成龍)은 바른말은 말로 해야 하는데, 선조가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이산해(李山海)는 무조건(無條件) 선조가 원하는 데로 왕의 뜻만 따랐다는 평(評)이다. 몇 년 전에 TV프로에서 역사 사극으로 이산해가 방영된 바가 있다. 역사의 인물평은 보는 시각 따라 다르게 평가한다. 유성룡은 살아남은 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7년전쟁 징비록(懲毖錄)를 썼다고 했다. 위정자(爲政者)들의 위선(僞善)과 혹독(酷毒)한 임진왜란(壬辰倭亂) 전란(戰亂)으로 고통(苦痛)받은 백성(百姓)들의 곤궁(困窮)한 생활상(生活相)을 밝혀 놓은 것이 징비록(懲毖錄)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산해(李山海) 한시(漢詩)가 있다. 시제(詩題)가 모산(暮山) 시(詩)가 있다. 바람 그친 하늘, 해지는 노을, 부들 갈대 우거진 물가엔 이슬도 많아라, 여윈 말에 채찍질하여도 길은 멀어, 밤 깊고 달 밝아 어촌에서 묵어가려 하네<海天風定日沈霞 蒲葦洲邊夕露多 瘦馬倒鞭沙路逈 夜深明月宿漁家> 이 시(詩)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시제(詩題)가 모산(暮山)이고, 압운(押韻)은 하평성(下平聲) 마통(麻統) 운(韻)에서 기구(起句) 하(霞), 결구(結句) 가(家)와 하평성(下平聲) 가통(歌統)에서 다(多) 운(韻)으로 작시(作詩)를 했다. 요즘 우리나라 한시(漢詩) 백일장(白日場) 근체시(近體詩) 작법(作法)에서는 평운(平韻) 한 운통(韻統) 운족(韻族)으로 작시(作詩)를 해야 합격(合格)하지만 조선(朝鮮) 사대부(士大夫) 선비들은 사성(四聲) 평측(平仄) 여러 운통(韻統) 운족(韻族)으로도 작시(作詩)를 한 것이 시(詩)마다 압운(押韻)을 찾아본 결과(結果)다. 이산해(李山海)는 한산이씨(寒山李氏) 명문가(名文家) 출신으로 목은이색(牧隱李穡)의 후손이라고 한다. 모산 시도 시정이 여읜 말을 타고 먼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자 하룻밤 어촌(漁村)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정경(情景)을 담담한 마음으로 작시한 작품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일상의 일들을 시심(詩心)으로 일상(日常)을 그려냈다. 칠언절구(七言絶句) 28자(字) 속에 그때 당시 풍광(風光)이 시공(時空)을 넘어서 한 폭의 동양화로 느껴지는 것이 한시(漢詩)의 매력(魅力)이다. 늘그막에 한시(漢詩)로 소일(消日)하는 화옹(和翁)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덕(德)을 보는 셈이다. 옛 시(詩)를 읽다 보면 작가(作家)와 교감(交感)이 되고 좋은 시는 외우다 보니, 치매(癡呆) 예방(豫防)도 되고, 시정(詩情)에 젖어 들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서 행복한 하루가 되기 때문이다. 얼 벗님들! 오늘 모두 다 건강하시고 매일매일 무탈 하십시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