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5 월 ~ 07. 26 화
1시 반에 예준이와 만나서 상철암까지 걸어갔습니다. 오늘 할 일이 많기에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상철암 구판장에서 먹거리를 샀습니다. 사장님께서 예준이와 저를 더운 날씨에 심부름 나온 남매로 착각하시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쥐어주신 웃긴 사건도 있었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철암초등학교에 갔습니다. 아까 산 마가린이 녹으면 안 되기에 시원한 3학년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밴드부 악기가 있었습니다. 메이플 밴드부에서 일렉기타를 담당하는 예준이. 예준이에게 한 곡 쳐줄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예준이가 기타 선을 연결합니다. 예준이의 단독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렉기타의 소리가 교실에 울렸습니다. '나는 나비' 연주입니다. 신나는데 왜 뭉클할까요. 그 연주를 눈앞에서 가까이 보고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연주가 마치고 예준이가 파워 코드 잡는 법을 제게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E코드, C코드, D코드. 열심히 들었는데 제가 악기 연주에 유능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만져보는 일렉기타였습니다. 한 코드 잡는 것도 어설프고 어색했습니다. 올해 일렉기타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는 예준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축구를 했습니다. 축구에 젬병인 저에게 예준이가 축국 꿀팁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속속 이해가 됐습니다. 공을 찰 때는 발등으로 차야 하고, 공을 막을 때는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말 것!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별개였습니다. 자꾸 공이 이상하게 날아갔습니다.
달리기 시합도 했습니다. 운동장 한 바퀴 돌기입니다.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반 바퀴를 돌 때쯤 아까 축구를 열심히 한 예준이가 조금 뒤처졌습니다. 하하 덕분에 제가 먼저 들어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쨍쨍한 여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전속력으로 달렸던 예준이와의 기억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더워서 다시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예준이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예준이가 "선생님~" 하고 웃으며 반겨줍니다.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항상 예준이가 먼저 도착해있었습니다. 교실에서는 흘린 땀을 시키며 소리 없이 드럼을 치기도 하고 피아노도 치면서 놀았습니다.
이제 도서관에 갈 시간입니다. 더위를 많이 먹어 차마 걸어갈 수 없었던 예준이는 아버지께 도움을 구합니다. 예준이 아버지께서 오셔서 도서관까지 태워다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예준이가 할리갈리를 꺼내왔습니다. 이런, 예준이가 몰랐던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할리갈리 고수입니다. 할리갈리를 져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저에게 도전장을 낸 예준이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예준이가 졌습니다. 하하
로보 77 도 했습니다. 예준이는 게임 룰을 모르는 저에게 규칙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게임 과정은 이러합니다. -> 제가 초심자의 운발로 게임을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3판을 예준이가 승을 가져가며 역전승으로 예준이가 이겼습니다. 아쉽습니다.
자전거도 탔습니다. 휙 동네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저녁으로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박예준 표 김치볶음밥입니다. 예준이가 알려준 순서대로 같이 요리했습니다.
먼저 밥을 지었습니다. 예준이가 쌀을 씻고 물 양을 가늠했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밥솥 물 양 감각이 전혀 없어 불안한 제가 예준이에게 물어봤습니다. "되겠죠!" 예준이가 부담을 덜어줍니다.
밥이 지어지는 동안 김치볶음밥에 들어갈 재료를 미리 다듬었습니다. 예준이가 햄을 썰었습니다. 저는 김치를 썰었습니다. 둘 다 능숙하지 못했지만 제법 재료 준비가 되어갑니다.
볶았습니다!
먼저 햄을 볶고
그 기름에 김치를 볶고
그다음에 밥과 햄, 김치를 한 번에 볶았습니다.
이 순서도 예준이의 아이디어입니다.
완성!
4인분을 만들어 함께 도서관에 있던 보아, 창희, 슬찬이, 전지민 선생님, 유혜숙 선생님, 문채원 선생님, 김동찬 선생님께 나눴습니다. 다들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밥을 먹고 산에 갔습니다.
내일 아침 6시 반에 오기로 한 뒷산입니다. 미리 답사 왔습니다. 타이머를 재면서 전망대까지 올랐습니다. 왕복 18분 걸렸습니다. 이 정도면 내일 아침에 충분히 오를만하다고 예준이가 말했습니다.
다시 도서관에 와서 또 여러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문어 축구 게임을 했는데 축구라 그럴까요, 예준이가 잘했습니다. 오목도 두었습니다. 33을 만들면 이길 수 있다는 팁을 알려줍니다. 알까기도 했습니다. 실력이 비등비등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알까기, 재밌었습니다.
해리포터 방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불을 끄니 정말 극장 같았습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을 봤습니다. 귀멸의 칼날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저에게 예준이가 등장인물을 설명해 주고 명장면을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덕분에 쉽게 스토리를 이해하며 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족발을 먹었습니다. 예준이네 아버지가 가져다주셨습니다. 철암에서의 첫 야식! 도서관에 함께 있었던 다른 짝꿍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누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정겹고 즐거웠습니다.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다음날
계획대로 아침 6시 반에 등산을 했습니다.
예준이와 저의 짝꿍 활동 계획에 합류하게 된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돌아와 아침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아침밥 메뉴는 또띠아롤입니다. 또띠아를 구매하지 못한 예준이와 저는 쌀밥으로 또띠아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일명 '쌀띠아'입니다.
제법 그럴듯하죠?
창의적으로 저희만의 아침밥을 만들고 먹다 보니 어느새 훌쩍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경보로 철암초등학교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서 "안녕!" 하고 헤어졌습니다.
안녕!
즐거운 추억 만들었습니다.
첫댓글 '할리갈리를 져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저에게 도전장을 낸 예준이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댓글로 결과 스포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기네요, 민서쌤...
예준이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 맛있었습니다.
넉넉하게 만들어 나누어준 예준이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함께 족발 먹는 시간 참 즐거운 시간이었죠.
많이 웃어서 다음날 목이 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준이와 선생님께서 좋은 추억 만든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