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210)
그로테스크/ 심상숙
/ 천만에, 나는 호두껍질 안에 웅크리고 들어가 있으면서도 나 자신 무한하기
그지없는 어떤 공간의 (주인)으로 여길 수 있네 - 『햄릿』2막 2장*
빛살 쏟아지자, 고층아파트가 뚝 꺾여 거꾸로 대롱거린다
여우비 떨구고 간 빗방울 하나, 화단 감나무 이파리에 새소리
통유리창 쏟아진다
*이 부분은 로센크론츠가 덴마크가 마치 감옥 같지 않겠느냐고 하자 햄릿이 했던 응답이다. 즉, 그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있느냐는 문제이다.
(시감상)
세상에 그로테스크 않은 것이 있을까? 탄생과 소멸, 어둠과 낮, 비와 땡볕, 그리고 어제와 오늘, 다가올 내일. 그 모든 현상이 그로테스크한 눈으로 보면 그로테스크 한 것이다. 그로테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그로테스크하게 보는 내가 문제인 것이다. 관점의 차이가 시를 발견하고 만들고 나를 표현하게 만든다. 햄릿이 본 것은 응답이 아닌, 자신의 내면이다. 정물이 표현하는 이면의 정물, 툭 꺾여 대롱거리는 고층아파트의 그림자처럼 다만, 그림자에 집착하는 내가 문제일 것이다. 봄이 곧 올 것이다. 봄 속에 숨어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자이크 조각을 발견해 보자. 한 판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내내 찾아야 할 나의 단편들이 초록에 기대 일어나고 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2024.02.11 김포신문 기고
(심상숙프로필)
추계예대 문창과, 광남일보 신춘문예, 김장생 문학상, 목포 문학상, 계간 문예바다 공모시 당선, 시집(흰 이마가 단단하구나)(겨울밤 미스터리)
심상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