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의 돈으로 세상 읽기 115
기업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초과이익을 둘러싼 정글의 법칙은 절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한 해 챙겨갈 성과급이 6억원이라는 숫자 앞에, 최저임금 언저리를 맴도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말을 잃는다. 대기업보다 열악한 근로환경과 복지 수준 속에서 더 강한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아이들 생일에 치킨 하나를 시켜 부양이라는 짐을 덜어내는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안중에도 없다.
삼성전자 내부 상황도 복잡하다. 이번 노사합의가 시행되면 메모리 부문은 1인당 최대 수억원, 비메모리 부문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준, 휴대전화와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 부문은 수천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합의는 여러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첫째, 성과지표 설계의 부적절성이다. 성과급 상한선을 사실상 없앤 무제한 인센티브 구조라는 점,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단기 회계이익 극대화 행동(Earnings Management)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업이익 목표치 근처에서 이익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둘째,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다. 기업 이익은 본질적으로 투자자와 주주의 위험 부담 위에서 형성된다. 필자는 주식회사의 기원과 주주의 역할,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원리를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성과급 지급 구조는 경영진의 자본 배분 책임과 관련해 배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주주들은 경영진에게 기업의 초과 이익을 특정 집단에 배분하라고 경영권을 위탁한 적이 없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배당이 상대적으로 인색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이를 감수해온 이유는 미래 성장과 재투자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단기 초과 이익을 대규모 성과급으로 소진한다면 주주들의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하여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그 역시 시장 전체의 균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다.
셋째, 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근로 의욕 저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동안 협력업체 직원들은 훨씬 낮은 임금으로 같은 날 출근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은 원청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다.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원가 경쟁력과 노동 위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물론 성과는 노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기술 축적, 주주의 위험부담이 함께 결합된 결과라는 점 역시 외면할 수 없다. 임금에는 원칙이 있다.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되 사회 전체의 균형 임금 수준을 지나치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 특정 시기의 초과이익을 무제한 임금으로 환류시키는 것은 임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지 투자의 과실 자체는 아니다. 어디에 입사했는지, 어느 사업부에 배치됐는지, 어느 노조에 속했는지에 따라 동일한 노력이 수십 배의 보상 차이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능력과 성과의 차이라기보다 소속이 만들어낸 불평등에 가깝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전제로 하지만 사회적 수용성을 잃는 순간 공동체 신뢰 역시 흔들린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공채에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력보다 소속이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창업과 도전은 줄고 안정만 추구하게 된다. 성과급 수억원이 뉴스가 되는 날, 많은 청년은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같은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현실 앞에서 근로 의욕을 잃는다.
넷째, 노동운동의 정당성 훼손이다. 노동운동의 역사적 정당성은 약자의 연대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대기업 노조는 하청·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폐쇄적 집단이익 논리로 흐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노동운동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킨다. 시민들은 더는 대기업 노조를 약자의 편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직이라기보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집단이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압력단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의 도덕적 권위가 흔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섯째, 자본 배분 효율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익이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될 경우 기업의 R&D 재투자, M&A, 설비 투자 등 자본 배분 유연성은 크게 제약받게 된다. 이는 기회비용의 문제만이 아니고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사실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실적은 연초만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이익의 증가다. AI라고 하는 문명사의 전환점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한 경영실적이라는 점에서 당장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지금의 초과 이익은 영원히 지속되는 구조적 수익이 아니라, 기술 전환기와 메모리 공급 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나타난 일시적 초호황의 성격이 강하다.
여섯째, 투자 위축 가능성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의 성과 배분 구조는 산업계 전반에 강한 압박을 주고 있다. 기업 이익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나누는 흐름이 대기업 노사협상의 새로운 기준처럼 자리 잡으면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대다수 제조업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 속에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임금 기대 수준은 삼성전자 사례를 기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고정비 증가를 의미하며 결국 신규 투자와 채용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선행 투자가 생명이다. 오늘의 이익을 얼마나 나눴느냐보다 그 이익을 미래 기술과 생산능력으로 얼마나 전환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세계는 HBM과 첨단 패키징, 차세대 파운드리를 둘러싸고 국가 단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기에 초과이익 분배 경쟁이 투자 의지를 약화시킨다면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 역시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소수 대기업이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확대하면 장비·소재·부품업체가 함께 성장하지만, 투자 둔화는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전체에 충격을 준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기업가 정신의 위축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이른바 노란봉투법 등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은 기업이 부담하고 이익은 강하게 분배 압력을 받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투자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는 단순한 기업의 이윤 확대 수단이 아니다. 새로운 공장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연구개발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설비 확대는 협력업체 생태계를 키운다. 반대로 투자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과 청년 고용이다. 단기적 성과급 확대는 일부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의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업의 미래가치와 산업 생태계를 외면한 과도한 초과이익 분배는 이제 사회적 재검토가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