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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무비 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그 영화!>
갓-무비. [어른제국의 역습]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라 할 수 있겠다.
[어른제국의 역습]은 전국팔도,
아니 열도와 반도의 모든 불효자들을 엉엉 꺼이꺼이 하게 만들었다.
타겟팅은 어째 짱구 또래의 꼬꼬마들을 잡아놓고 어른들의 눈시울을 테러하는,
마케팅의 처절한 실패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뭐 애 몇명 쯤 어리둥절 하면 어떤가. 이미 눈물과 콧물이 인중에서 뒤섞이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본 불효자들은,
몸의 8개구멍으로 눈물을 쏟아내며 아버지에게 삼배구고두를 했다고 한다.
삼배구고두만 하고 말았는지, 아버지 방에 보일라라도 넣어줬는지,
아니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건, 수염난 어른 털보들이 무려 '짱구'를 보고,
뜨거운 눈물로 반응했다는 역털적인 사실이다.
나 역시 옷소매로 3일동안 면도를 하지 않은,
까끌까끌한 털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던 기억이 난다.
왜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이 미취학 아동 타케팅 무비를 보고 눈물을 찔찔 짤 수 밖에 없었는가? 도대체 왜?
● '짱구' 극장판이 그려내는 '삶'의 본질. '나아가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기차에 치이더라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
- 나 다시 돌아갈래!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종종 '추억팔이' 글을 보고는 한다.
누구는 소시와 빅뱅 카라 원걸 등등이 난무하던 2009년을 그리워하고,
누구는 예전 CD게임 하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딱지와 팽이 사진을 보며 그랬었지... 하기도 하고.
그런 글에 으레 달리는 '베플'은 대체로
'이 땐 살기도 너무 좋았고 음악도 완전 좋았고 하여튼 쓰레기같은 지금보다는 훨씬좋았어!' 식이 된다.
어느 시절이 정말로 좋았던 시절인지를 두고 싸우는 피융신들도 종종 보인다.
어차피 의미없는 싸움이다. 지한테 제일 좋았던 때가 제일 좋은 때니까.
그렇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그 때, 그 곳'이 있다. 누구에게나 말이다.
<어른은 회사에 가야한다고 누가 정한거냐고? 알면 내가 가만히 있겠냐>
하지만 그 과거를 단순히 그리워하는 것과 정말로 그 시절로 되돌아가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40먹은 어른이라고 아침일찍 일어나는게 달갑겠으며, 회사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겠는가?
잠에서 일어나 힘든 곳으로 향하는 길이 ㅈ같은건 모두가 같다.
어른들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 건,
그들은 이미 회귀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서,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거다.
많은 어른들은 자신의 나이에 맞추어 무거워지는 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짐을 내려놓고 과거로 돌아가려 하면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 되는지는 영화 속에서 잘 나타난다.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꼴리는대로 저지르고 살 뿐이다.
행복해 보이던가? 전혀 아닐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짐을 내려놓고 편하고 싶지만,
정작 정말로 그렇게 할 경우 모두가 무기력하게 될 뿐.
사실 현실적으로 저렇게 변하는게 가능치도 않다.
켄이라는 악당의 '향기'라는 설정을 더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그 사람>
- 아빠 엄마는 날 때부터 아빠 엄마가 아니다.
그런데 또 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이 무슨?
충격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는 날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었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아니라고? 사실 다들 알고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자라왔다는 걸 말이다.
진짜 충격적인 건 따로 있다.
자식들 대다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정말 아버지 어머니 그 자체로 대한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기 이전에 본인들인데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분들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음을 알지못한다.
짱구 역시 마찬가지다.
짱구가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린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당황하는 건,
짱구가 자신의 '아빠', '엄마'가 아닌,
'신형만'과 '봉미선'을 전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짱구와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아니, 아빠 엄마가 저렇게 책임감이 없어지다니?
그렇다. 많은 사람이 이 짱구의 모습과 같다.
아빠, 엄마를 지우고는 아빠, 엄마라는 사람 자체를 떠올리기는 참, 어렵다.
[어른제국의 역습]은 이런 불효막심한 자식들에게 덤덤히 영상 하나를 보여줄 뿐이다.
신형만(히로시)의 일생을.
<악당 켄. 사실 악당이라기보단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솔직히 히로시의 인생은 심심하기 짝이 없다.
촌에서 아빠랑 자라서 공부해서 상경해서 결혼하고 취직해서 애 낳고 융자내서 집 산다.
가끔 일이 생각대로 안 풀려서 힘들고 상사한테 닦이고,
가끔 그냥 너무 덥고 짜증나고 일하기 싫고 뭐 그렇다.
존나 심심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들은 이 심심한 히로시의 일생에서 펑펑 울고 만다.
분명히 슬픈 영상이 아닌데도. 왜일까?
(갓수인 나도 오후 2시에 아무도 없는 햇살 밝은 집안에서 울고 말았다.
아아... 엄빠 죄송해요... 물론 눈물 닦고나서 바로 FM했다.)
히로시에게서 다들 너무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모습을 겹쳐 보면서, 우리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버지, 어머니도 나와 같았다는 것을,
부모님도 우리와 같은 그저 한 명의 여리고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신형만의 회상을 보고 나서야 이제 어른들이 왜 '20세기 박물관'에 열광했는지,
켄이 왜 20세기로 돌아가려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1970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 태양의 탑>
- 응답하라 1970, 오사카.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청자들을 해당 시절로 돌려보내주는 드라마이다.
97,94,88년을 그리워할 사람들을 그 때로 잠시나마 회귀시켜준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동안 내가 저랬었지 하며 함께 공명한다.
근데 사람들이 왜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공감을 느끼려 할까? 간단한 이야기이다.
그 때가 자신의 인생에서 빛나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켄과 어른들의 심정도 이와 같다.
힘들고 고된 지금을 떠나 행복한 시절로, 빛나는 전성기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어른제국의 역습]은 단순히 어른들 개인의 일생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얼핏 어른들의 욕구로만 보여지지만,
20세기 박물관에 잇는 저 태양의 탑은 다른 회귀 욕구 역시 포함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가 개최되던 시기는 일본 경제가 희망찬 기지개를 켜던 시기다.
64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70년 오사카 엑스포 시기 까지.
이 시기 일본은 80년대 한국과 유사한 경제호황을 경험한다.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태양의 탑이 나오는 건 단순한 배경 때문이 아니다.
영화가 개봉되던 2000년대 초반의 일본은 장기 경제 침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얏타! 얏타! 기모찌이이이~~~ 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나뭇잎으로 무장한 코미디언들이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노래를 낸 것도 이 시기이다.
죽지 말자는 얘기다. 이정도로 2000년대 초반의 일본은 어두웠다.
높아지는 자살율, 허우적대는 경제, 무엇보다 끝날거 같지 않은 침체로 인한 비전의 실종.
[어른제국의 역습]은, '(오사카 엑스포 전후 시절을 묘사한)20세기 박물관'에
빠져 사는 어른들을 책임감 없는 어린애처럼 묘사하면서,
건방지게도(!) 아동 애니 주제에 당시 어두운 일본에 메시지를 전달한게 아닌가 싶다.
'책임감 없는 어린애처럼 찬란한 과거에 빠져 허우적대지 마라!'
그렇다. [어른제국의 역습]의 어른들처럼, 과거에 빠져서 현재를 등한시하지 말라는 말이다.
과거의 향수에 취해 흐느적대는 몇몇 어른들에게 하는말처럼 보이지만,
담이 크게도 일본 사회에까지 전해지는 메시지였다.
<정신을 차리고 과거를 떠나는 신형만. 근데 떠나는게 너무 싫다. 너무 그리운 시절인데...>
- 발냄생(生), 아버지의 삶
짱구의 맹활약으로 세뇌에서 깨어난 신형만은 봉미선까지 같은 방식으로 깨우고 탈출한다.
솔직히 나는 여기서 제일 슬펐다.
신형만은 굳은 의지를 가지고 탈출하지만, 중간에 눈물을 찔찔 흘리고 만다.
이 시절의 냄새가 너무 그리운 것이다.
그리운 시절, 행복한 그 때에서 깨어나 고단한 현실로 가는 길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신형만은 돌아가고 싶은 자신을, 자신을 다시 일깨웠던 자기의 발냄새로 자제시킨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해서 모두를 구해낸다.
이 때 신형만의 눈물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어른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립고 돌아가고픈 젊은 시절, 잘되던 시절, 인기도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추억하고 싶지만,
정말 돌아가려 해서도, 추억하고만 있어도 안 된다는 걸,
현실에서 피터지게 싸우며 나아가야 한다는 걸,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 속에서 허우적대다 불행하고 무기력하게 끝나버릴 걸 알기에,
고된 현실을 되새기며 억지로라도 나아가는 그 모습.
이게 우리 사회의 많은 어른들의 모습이다. 안쓰럽고 눈물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신형만이 정신을 차리는 게 발냄새 때문이라는 건 참 눈물나는 비유이다.
켄이 사방에 뿌려놓은 진한 과거의 그리운 향기는 얼마나 좋겠는가?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향기일 것이다.
근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런 향기에 그냥 취해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신형만, 아니 우리 아버지들은 발냄새를 맡는다. 발냄새는 솔직히 거지같다.
이게 무슨 똥냄새인지 된장냄새인지 또 묘한 발톱 냄새인지,
하여간 생각하는 것 자체로 구리구리 하니 고역이다.
근데 이 아버지들의 발냄새가 바로 아버지들 삶의 냄새이다.
가족이라는 책임감을 등에 업고 고된 길을 나아가는 아버지들이니,
어쩌면 발냄새 하나 정도는 귀여운 흔적이다.
그만큼 아버지들이 살아가는 매일매일은 당신들조차 모를정도로 빡세다.
그런 생이 담겨있는 냄새가 바로 발냄새다.
그런 점에서 발냄새로 정신을 차리는 모습은,
현실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너 때문에 참는다, 너 때문에 산다 이놈(년)아 는 거짓이 아니다.>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왜 하냐고?
당연히 그 편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왜 당연히 그 편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벽에 걸려있는(혹은 핸폰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시라.
왠지 느낌이 올거다. 사실 왜 그러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그 고통스런 과정을 참아내고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너 때문에 살고, 너 때문에 참고, 너 때문에 일어나는 거다.
이쯤 되면 본인이 조금 불효자같은가.
물론 평일 저녁이 이걸 쓰고 있는 나도 할말 없다.
난 감히 아버지들의 삶을 발냄생(生)이라고 이름붙이고 싶다.
냄새나는 인생이지만, 가장 멋진 인생이다. 더불어 우리도 알아야 한다.
단순한 행복에 집착하여 나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건,
당신의 인생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발냄생(生)을 준비하도록 하자.
'응팔'에 빠져도 되지만, 한국 사회는 결국에는 나아가야 한다.
물론 어두운 시대이고 현실을 발냄새라고 하기에는 점점 피비린내가 도는 것도 사실이다.
지겨운 말이겠지만 힘을 내자. 우리들의 발냄생(生).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에게 맥주 한 캔 사드리면서. 삼배구고두도 하면서.
나 때문에 고된 길을 걷는걸 주저하지 않았을 아버지를,
아버지와 함께하는걸 주저하지 않으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첫댓글 상당히 잘쓰신 글이라 예상하여 선댓후감상
가무사무하므니다
와 필력......
히익!
발냄새는 아버지 삶의 흔적.. 확실히 그렇네요ㅠㅠ 한번 주물러드려본 기억이 없는게 참 마음 아프구요ㅠㅠ 잘 봤어요~ 그리고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 모바일 유저거든요) 스크롤이 옆으로도 막 넘어가서 보기가 좀 힘들어요ㅠㅠ;;
에고고 ㅠㅠ pc로 블로그에 써놓고 퍼왔더니 자꾸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구먼유 ㅠㅠ 수정토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ㅜㅠㅠ이게 바로 전설의 명작...
명작입죠 ㅠㅠ 한번더보셔도 좋습니다
제목에 이끌려왔다가 코끝이 찡해지고 갑니다8ㅅ8
아바지를 생각하며 찡한 밤 되십시옹 ㅎㅎ
아 이거 정말 슬픈데..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이거 보고 진짜 찡함
누구나 찡하게 되는... ㅠㅠ 아바지 갓수라 죄송합니다
발냄생(生)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 마음을 울렸음.. 멋진리뷰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잘 봤어여 ㅠㅠ 리뷰 잘쓰시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힘이 되네용
크.... 영화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이 다 이 리뷰에 있네요 ㅠ 글 진짜 잘쓰셨어요
아이고 ㅠ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니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