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1.
<흐리고 오후에 간헐적인 비>
오늘은 수요일, 다낭 여행 4일째 날이다. 오늘은 다낭 북쪽 손짜(Son Tra) 반도에 있는 영흥사에 가기로 했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어제 밤에 10시쯤 잤더니 아침에 일찍(7시경) 잠이 깼다. 간밤에는 화장실도 한 번 밖에 안 가고 갔다 와서도 금방 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났으나 전혀 피곤하지 않다. 해외 체질인가 보다.
스트레칭과 어깨운동 하고 났더니 8시가 다 됐다. 한국 시간으로는 10시다. 여주파크골프장 예약 생각이 나서 예약 창 열어 놓고 계속 예약 단추를 눌렀다. 여기 와이파이가 시원치 않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어라~ 예약이 됐네. 집 사람한테 예약 카톡 받았냐고 물어 보니 받았단다. 대박이다. 3월 18일(수) 11시 입장이다. 서울에서도 매번 실패하던 여주구장 예약이 다낭에서 성공하다니...기적이다. (참고: 여주파크골프장은 매일 아침 10시에 1주일 앞 날 치를 PC나 핸드폰으로 예약을 받는데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예약이 성공하면 각 입장객에게 개별 카톡이 간다). 세수하고 8시 반쯤 조식 뷔페에 가서 든든히 먹었다. 매일 먹듯이 샐러드, 햄, 치즈, 계란오믈렛, 베이컨, 빵, 죽, 후식 등을 먹고 나니 배가 빵빵하다. 방으로 올라 와서 양치하고 10시쯤 영흥사로 출발했다.
영흥사는 현지인들은 린응 파고다(Linh Ung Pagoda)라고 부르는데 '린응'이란 '영험한 응답'이라는 뜻으로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다낭 시내를 보호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2004년에 착공하여 2010년에 완공된 비교적 현대에 지어진 사찰이지만 다낭에서는 가장 중요한 영적 장소로 꼽힌다. 영흥사는 내가 머물고 있는 파빌리온 호텔에서 9km 정도 떨어져 있고 Grab으로는 약 20분, 비용은 142,000동 (한화 약 8,100원) 나온다. 가는 길이 줄 곳 미케비치 해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라 경치가 좋았다.
경내에 들어서니 한 떼의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데 아마도 패키지 투어 온 사람들 같다. 뒤따라 가 보니 거대한 불상이 보인다. 바로 영흥사 투어의 핵심인 해수관음상이다. 높이는 67m로 아파트 30층에 달하며, 베트남에서 가장 큰 불상이다. 어제 바나힐에서 본 불상보다 2배 반이나 더 크며 동남아 전체에서도 최대 규모다. 연꽃 모양의 하단 연화좌(蓮花座)의 지름만도 35m에 달한다. 불상 내부는 17층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층에는 21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자비로운 모습의 불상이 바다를 응시하며 한 손에는 정병(감로수병)을, 다른 한 손에는 설법의 수인을 하고 있다. 이는 다낭의 거센 파도를 잠재우고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믿음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불상은 베트남 전쟁 당시 배를 타고 탈출하다 희생된 '보트 피플'의 넋을 기리고 다낭 앞바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이 불상을 세우고 나서부터 다낭에 큰 태풍 피해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해수관음상을 보고 나서 사찰 주변을 산책했는데 사찰 입구 쪽에 우뚝 솟은 5층 석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거나 고승들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정교한 조각이 돋보인다. 대웅전 안에는 중앙에 석가모니불, 좌우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고 불상 뒤편의 벽면에는 부처님의 일생이나 경전의 내용을 형상화한 듯한 부조들이 가득 차 있는데 대부분 황금빛 색으로 베트남 불교 건축 특유의 화려함이 집약되어 있다. 대웅전 밖에도 많은 불상을 세워 놨는데 무슨 불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불상 마다 사람들이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 베트남은 불교 국가라 사람들이 불상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나도 이들을 따라 몇 몇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소원을 빌었다. "우리 마누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백년해로하게 해 주시고 내 이번 여행도 아무 탈 없이 잘 마치게 해 달라고..." 소원이 이루어질까?
앞마당에는 예쁘게 가꾼 수많은 분재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거대한 반얀나무(Banyan Tree)가 있다. 이 수염은 뿌리의 일종으로 기근(공기뿌리)이라고 하는데 열대 지방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발달해 있다. 이 뿌리들이 땅에 닿으면 줄기(지지근)로 발달하여 나무가 옆으로 퍼질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인도, 동남아시아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해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보리수도 이 나무의 친척이라 불교에서는 이 나무를 신성시 한다.
사찰에서 바다 건너 멀리 보이는 다낭 시내와 미케비치의 해안선은 다낭 최고의 절경 중 하나이다. 멀리 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지만 높은 빌딩과 해안선이 어울려져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사찰 곳곳에는 야생 원숭이들도 많다. 나무를 이리저리 건너뛰는가 하면 사람 곁에도 겁 없이 다가온다. 어떤 사람은 불상 머리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원숭이도 보았다고 한다. 어미 원숭이가 새끼 몇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개도 많다. 백구, 황구, 흑구 등 색깔도 다양하다. 영흥사 마당에서 낮잠을 자거나 유유히 걷는 개들은 사찰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도 있는데 개와 원숭이가 한 사찰 안에서 공존하다니 부처님이 양쪽을 다 보살펴 주시는가 보다.
오후 2시쯤 영흥사를 떠나 한 시장으로 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지만 배가 출출하다. 갑자기 반미(Banh Mi)가 먹고 싶어 한 시장 근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반미해피브래드(Banh Mi Happy Bread)'로 갔다. 반미란 우리나라 바게트 비슷한 빵인데 고급음식을 먹을 땐 곁다리로 껴 주기도 하지만 반미만 단독으로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먹는다. 넣는 재료에 따라 종류도 많고 값도 다양하다. 나는 전통 반미를 시켰는데 '겉바속촉'으로 맛이 기가 막힌다. 값도 56,000동(한화 3,200원)으로 착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체인점을 만들면 돈 좀 벌겠다.
반미를 먹고 나니 배가 다시 든든해졌다. 나오다 보니 또 두리안 노점상이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있나? 값을 물어 보니 꽤 많은 양이 10만동이다. 한 팩 사서 한강 변 벤치에 앉아 먹었다. 먹는 중에 한 패의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옆 벤치에 앉아 나처럼 싸온 두리안을 먹는다. 패키지 투어 온 한국 사람들이다.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고 할 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 작년에 다낭에 온 방문객이 총 1,200만 명이라 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한국 사람들이라고 한다. 다낭 시내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고 상점 간판과 메뉴판은 거의 한국말로 써 있다. 나는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과거 현직 때 외국에 온 한국 사람들이 눈 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나아 졌다. 국력이 올라가니 사람들의 품격도 올라가나 보다.
한 시장에서 두리안 먹고 망고 스무디도 한 잔 마시고 미케 해변으로 산책을 갔다. Grab을 타고 갔는데 기사가 영어를 잘한다. 내일 호이안 간다고 하니 좋은 조건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호텔에서 호이안 올드타운까지 Grab 가격을 보니 315,000동이고 왕복을 하면 630,000동이다. 가는 도중에 오행산을 들러 구경하고 가는 조건으로 총 700,000동에 예약했다. 방에 와서 Gemini한테 물어보니 참 좋은 조건이라 한다. 내일은 오후 2시에 호텔에서 출발해서 오행산 들러 구경하고 호이안 갔다가 저녁 9시에 호이안을 떠나 다낭으로 돌아온다. 돈은 여행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서 주기로 했다.
Grab 기사를 보내고 나서 미케 비치를 산책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해수욕을 하거나 보드서핑을 한다. 나도 신발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해변을 걸었다. 파도가 밀려 와서 정강이까지 올라온다. 물은 그리 차갑지 않았다. 바닷물에 발 담그고 한 시간 정도 모래사장을 걸으니 배도 꺼지고 운동도 돼서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저녁은 건너뛰고 호텔로 돌아와 집 사람과 '말톡' 공짜폰으로 통화했다. 내일은 서테회(서울고19회 테니스회) 모이는 날이지만 참석자들이 5명(백xx, 허ㅇㅇ, 최△△, 황▽▽, 이☆☆)에 불과해 집 사람은 가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Daily Note 쓰느라 11시에나 침대에 누웠다. 스트레칭과 어깨운동 하고 자려면 12시나 돼야 잠이 들겠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는 시간이 많으니 신경 쓸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