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없애 해탈하려면
12연기법에서 첫번째인 무명/무지/치심/어리석음을 없애야 합니다.
아래의 내용에는 그 무명/무지/치심/어리석음이 뭔지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지요.
아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처님 당시의 마술사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 때만해도 길거리에서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어떤 마술을 보여줬는가 예를 하나 들자면,
이쁜 두 소녀가 즐겁게 노래부르며 춤추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수레를 타고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는..
이런 마술을 구경꾼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습니다. 아주 생생하게...진짜처럼...
그래서 구경꾼들은 마술사에게 수고비로 돈을 조금씩 준 것이죠.
환술사/마술사가 부린 환영이란 이런 의미입니다.
이런 마술사들이 많아서,
진짜로 신통력을 보여줘도 그걸 믿지 않고 마술로 여겼던 그런 내용도 경전에 나옵니다.
덕녀경(德女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덕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명(無明)은 안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아니다.”
“밖에 있습니까?”
“아니다.”
“안팎에 있습니까?”
“아니다.”
“세존이시여, 이 무명은 전생으로부터 온 것입니까?”
“아니다.”
“이생에서 후생으로 옮겨갑니까?”
“아니다.”
“이 무명은 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합니까?”
“아니다.”
“하나의 법으로 정해지는 실제의 성품이 있어 이를 무명이라 부릅니까?”
그때 덕녀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만약에 무명이 안에도 없고,
바깥에도 없고,
안팎에도 없고,
전생에서 금생으로 온 것도 아니고,
금생에서 내생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성품도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무명으로부터 행이 인연되며,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모입니까?
세존이시여, 가령 나무에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의 모습이 비록 공하지만 범부는 들은 것도 없고 지혜도 없으므로 그 가운데서 갖가지 번뇌를 내고,
번뇌로 인연하여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짓고,
업의 인연으로 후세의 몸을 짓고,
몸의 인연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
이 가운데 실로 번뇌를 짓는 일은 없다.
또한 몸과 뜻의 업도 없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자도 없나니,
마치 환술사가 갖가지 일을 환술로 나투는 것과 같으니라.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환술로 만들어진 것은 안에 있더냐?”
덕녀가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밖에 있더냐?”
“아니옵니다.”
“안팎에 있더냐?”
“아니옵니다.”
“전생에서 금생으로 옮겨왔더냐?”
“아니옵니다.”
“금생에서 후생으로 옮겨가더냐?”
“아니옵니다.”
“이 환술로 이루어진 것이 생과 멸이 있더냐?”
“아니옵니다.”
“진실로 어떤 법이 있어 환술로 이루어졌다 할 것이 있더냐?”
“아니옵니다.”
“너는 이 환술로 만들어진 기악(伎樂)을 보거나 듣더냐?”
“저도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덕녀에게 물으셨다.
“만약에 환술이 공하고 거짓이고 진실치 않다면 어찌하여 환술에서 능히 기악이 만들어지겠느냐?”
덕녀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환의 특징[相]이란 그런 것이옵니다. 비록 근본이 없지만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명도 그와 같아서 비록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안팎에도 있지 않고,
전생에서 금생으로 오거나 금생으로부터 후생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성품이 아니고,
나거나 멸하는 일도 없지만 무명을 인연하여 모든 행이 생겨나고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일어난다.
마치 환이 쉬면 환이 짓는 바도 쉬듯이, 무명 역시 그와 같아서 무명이 다하면 행도 다하고
나아가서는 온갖 고가 모이는 일도 다하는 것이다.”
또한 이 환술의 비유는 중생들에게 일체의 유위법은 공하여 견고하지 못함을 내 보인다.
마치 ‘일체의 행은 환술로 어린아이를 속이는 것과 같아서 인연에 속해 있으므로 자재롭지 못하고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고 설함과 같다.
그러므로 보살들은 모든 법이 환 같음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 대지도론/용수보살 지음/구마라집 한역/김성구 번역/동국역경원
대지도론 61. 무명/무지/치심/어리석음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