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배터리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요.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 당신 없인 못살아. 정말 나는 못살아. 당신은 나의 배터리.” 예비신자 입교 동기 가운데 1위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하지만 신앙의 여정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은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다릅니다.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우격다짐으로 내 안에 이것저것 채워 넣는다면 이웃과 갈등을 빚습니다. 어느새 마음의 상처가 쌓여 냉담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사랑의 배터리’를 통해 가능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계명들을 설명하는 레위기입니다. 연중 제7주일(가해) 제1독서에 따르면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라는 내용이 이웃 사 랑의 계명(레위 19,17-18)과 연결됩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형 제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지 말라는 계명의 근거는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듯 그분 백성도 거룩함의 길로 초대받 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한편 제2독서는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입니다. 파벌 형성으로 분열된 교회공동체 를 사도는 이렇게 설득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 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 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1코 린 3,21-23) 코린토 1서 3장 16절-17절에 ‘여러분은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내용은 신앙인들이 걸어야 할 방향과 연결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의 성전인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함의 길로 초대받았기에 이제는 분열 속 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예수님 안에서 하나 되기를 바라는 바오로의 어머니 같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웃뿐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초대를 듣게 됩니다.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7-48) 성경 전통에 따르면 ‘거룩함’과 ‘완전함’은 일맥상통합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시고 완전하시듯 하느님의 자녀들 또한 그러해야 하는데, 그 결과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 원수 사랑과 동전의 양면처럼 떼래야 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이번 주일 성경 말씀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의 이중 계명입니다. 돈, 명예, 권력, 자녀의 성공, 정치적 신념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이웃과 원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사랑의 배터리’를 통해 마음의 평화뿐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체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사랑의 배터리’는 얼마나 충전되어 있습니까?
- 김상우 바오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