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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사이트에 대한 빅데이타 분석 및 마케팅 활용까지
최근 한류 열풍이 중동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그 중심이 두바이라고 한다. 4.25. KBS 보도에 따르면 두바이의 한 국립대학 교내축제기간 중 이 대학 한국 동아리가 주최한 한국 문화 알리기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화장품 상점과 한글을 써넣은 옷 가게, 그리고 한국 전통 찻집까지 차려진 작은 한국 거리가 재현됐고, 한국 전통 다도를 체험하고, 직접 가야금 타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까지...
이 대학의 한국 동아리 회장 림 베이커는 "그동안 여러 행사를 열었는데 이번 행사가 제일 성대한 것 같습니다. 많은 한국 업체에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라며 기뻐했다. 회원인 셰이카는 "지난해부터 한국어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배우고 있어요. 지난 주말에 한국어 능력 시험 봤어요."라고 관심을 표했다.
이 대학에 한국 동아리가 생긴 건 2년 전, K-POP 등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만들었다. 특히 이번 동아리 행사에는 교포 어린이들이 K-POP 춤을 선보이는 등 많은 교민들이 자원 봉사자로 참여해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두바이는 드라마와 가요에서 시작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3.0의 현장인 셈이다.
최근 한류는 ‘한류3.0’을 넘어 ‘한류4.0’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한류’, ‘K-POP한류’, ‘문화한류’ 등의 분야별 한류가 종합적이고 보편적인 흐름이 되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과 중남미를 거쳐 미국시장에 본격적인 한류가 형성되고, 또 그로부터 문화상품 뿐만 아니라 관광수요까지 파생되는 하나의 플랫폼이 형성되는 단계가 ‘한류4.0’ 시대라고 생각된다. ‘한류4.0’이란 전방위적이고도 통섭적인 한류인 셈이다.
이러한 한류 4.0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한류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K-POP싸이트의 방문자 성향을 분석하여 마케팅에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였다.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케이 팝 사이트 ‘숨피’(http://www.soompi.com)의 7년 치 방문자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케이 팝 한류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됐다. 동아일보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숨피'라는 케이팝 콘텐츠 사이트에 대한 국가별 방문 현황을 구글의 빅 데이터 분석 도구인 '구글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분석했으며, 같은 기간 KOTRA가 내놓은 세계 지역별 한류 관련 보고서 500여 건과 언론 보도도 함께 분석하여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빅 데이터(Big Data)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로는 저장 또는 처리하기 힘든 대규모 데이터를 뜻한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IT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빅 데이터 분석기법인데, 빅 데이터를 다양한 통계 기법으로 분석하면 소비자의 성향과 욕구, 관심사의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마케팅 외에도 GE는 ‘언제 가스 터빈 수리가 필요할까’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빅 데이터 기법을 적용하기로 하여 관련 소프트웨어와 분석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빅 데이터로 분석되어 한류에 대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숨피(soompi)'는 외국인들을 포함한 200여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순방문자가 55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한류 사이트다. 1998년 재미교포들이 자신들이 즐기려고 만든 한국 대중문화 웹사이트에서 출발한 한류미디어로 현재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 전략이사로 재직 중이던 현 숨피미디어 대표 이준표(30)가 지난 2월 숨피를 인수하여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 기술과 한류와의 ‘교집합’을 찾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큰 한류사이트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숨피를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프랑스 한류 사이트까지 인수해 영어권에 이어 프랑스권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오늘날 숨피는 충성도 높은 회원과 10년 넘게 축적한 사진과 글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빅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한류사이트를 빅 데이터라는 최첨단 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자료는 케이 팝 한류 등 기존 한류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파생 한류를 지속적으로 생성시키는데 있어서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데, 이번에 빅 데이터 분석기법을 이용한 숨피사이트 자료 분석 결과 새로운 한류의 흐름이 밝혀졌다. 유럽 케이 팝 근거지로 알려진 파리보다 영국에 한류 팬이 더 많다는 점, UAE에서도 오래 전부터 한류가 흘렀으나 모르고 지나친 것,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출이 6년 새 2.78배로 늘어나는 등 한류가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것 등이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럽 최초의 대규모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 공연이 열렸고 대성황이었다. 정병국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지에서 한류 팬클럽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의 JYP, 양현석의 YG 등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지난해부터 파리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파리가 유럽문화의 중심지라는 점 보다는 유럽 케이팝의 중심지라고 생각되어 한류 확산을 위한 최적의 발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럽에서 한류 팬이 가장 많은 국가는 영국이었다. 이들 3사가 한결 같이 한류 팬이 가장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뒤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숨피의 빅 데이터 분석이 앞섰다면 유럽 최초의 대규모 케이 팝 공연도 프랑스보다는 영국에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숨피 데이터를 보면 최근 7년간 영국의 한류 팬이 프랑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자 순위에서 영국은 10위 안에 꾸준히 올라왔지만 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유럽 국가는 한 차례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실패의 가능성도 있었다는 얘기지만, 아무튼 공략지점을 잘못 선택했음에도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프랑스를 통해 유럽전역에 한류를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라고 하겠다. 프랑스가 유럽 문화의 중심지라는 점과 최고의 한류바람이 불고 있는 영국이 배후에 든든히 버티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바람직한 결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공략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류가 주춤하는 사례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대표적인데, 국내에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하는 UAE에 케이팝이 들어간 것은 최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숨피 데이터를 보면 UAE에는 이미 2006년부터 한류 팬이 존재했다. 2007년에는 국가별 숨피 방문자 수 19위에 올랐던 UAE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2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숨피 분석 자료를 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은 UAE에 케이팝 열풍이 불었던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이곳을 허브로 삼아 중동지역을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번 숨피에 대한 빅 데이터 분석 결과 한류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한 한류가 케이팝에 이어 게임 패션 쇼핑문화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한국 기업의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숨피 방문자 순위가 2006년 10위에서 올해 4월 현재 4위로 올라섰는데,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인도네시아 수출 규모는 2005년의 2.78배로 늘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한류 확산과 수출 증대에 인과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빅 데이터 기법을 이용한 숨피 사이트의 한류 흐름 분석을 통해 두 가지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성과는 한류의 전파, 유지, 확대 등 한류경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이라 하겠다. 숨피 미디어의 이 대표는 한류의 인기비결로 거부감 없는 대중성을 꼽으면서도 한류현상이 지속되려면 더 다양한 한국 대중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필요를 느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방송사와 저작권 협의를 해서 직접 한국 드라마 콘텐츠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일부 불법적인 경로로 한국 드라마를 접했던 외국인들이 더 쉽게 한국 드라마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방송사들도 저작권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숨피 미디어는 현재 숨피미디어 앱 버전, 이미지투플레이 서비스, 그리고 소셜커머스 카테고리를 추가 서비스하고 있다. 이미지투플레이 서비스는 사진을 클릭하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의 해당 장면을 찾아 재생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동영상에 10초 남짓 광고를 삽입해 수익도 벌어들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소셜커머스 카테고리는 한국 여행상품, 콘서트 티켓 외에 비비크림이나 서클렌즈 등 한국 특유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숨피 미디어는 한류를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한류열풍을 마케팅에 접목시키는 것에 적극적이다. 한류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문을 연다. 지난 4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 제품과 국내 아티스트 상품·드라마·영화 협찬 제품 등을 포함한 한류 상품을 주력으로 해외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숨피샵(shop.soompi.com)’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숨피샵은 미국·싱가포르·캐나다 등 주요 30개 국가를 대상으로 주당 1개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국내 아티스트 상품에서 화장품, 액세서리, 패션, 전통 상품까지 다양한 딜을 통해 시중 가격보다 50% 이상 싼 가격에 선보이며 배송비 부담도 없앴다. 초기에는 숨피샵에만 구할 수 있는 상품을 확보하고 점차 만족도를 높여 종합 쇼핑몰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숨피 관계자는 “엔써즈에서 숨피를 인수한 이래 한류 팬이 정보뿐 아니라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성과는 한류흐름 분석에 이용된 빅 데이터 분석기법의 유용성을 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빅 데이타는 IT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띄우는 반짝 트렌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IT기업들의 마케팅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 큰 성과라 하겠다. 올 3월 29일 미국 연방정부는 빅 데이터 연구에 2억 달러를 투자하는 '빅 데이터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으며, 한국 정부도 중점 육성할 'IT 10대 핵심기술' 중 하나로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선정한 바 있는 상황에서 한류흐름 분석을 통해 빅 데이터의 유용성을 입증한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 기회를 빌어 빅 데이터에 대해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빅 데이터의 '빅'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데이터의 크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가 2010년 5월 '빅 데이터'를 "보편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툴(tool)로 저장·관리·분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데이터 세트"라고 정의함으로써 '빅 데이터'가 데이터 웨어하우스(DW)와 스토리지의 용량 확대만의 문제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나 빅 데이터는 데이터의 양(volume), 처리속도(velocity), 형식의 다양성(variety)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빅 데이터는 관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테라바이트(TB·1000기가바이트) 단위에서 페타바이트(PB·100만 기가바이트) 단위로 급증하고, 정적인 데이터 처리에서 동적인 데이터 처리로 발전하며,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까지 분석 대상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빅 데이터’ 분석에 대한 오해는 SNS 분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빅 테이터 분석은 소셜 분석의 경계를 넘어 훨씬 더 포괄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기업에 있어서 소셜 분석은 자기 비즈니스의 핵심영역이지만, 대다수 오프라인 기업들에 있어서 소셜 분석은 빅 데이터 분석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자신의 비즈니스 핵심을 파고들 때 빅 데이터 분석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상상력 사전'에는 "전진하지 않는 것은 곧 후퇴하는 것이다. 제자리에 남아 있고 싶으면 죽어라 달려야 해"라는 내용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빅 데이터' 활용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마당에 우리 기업들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빨리 달려야만 할 것이다.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대븐포트 교수(Thomas Davenport·58, 밥슨 대학)는 “정보기술(IT)과 제조분야 강국인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느냐 여부는 빅데이터 분석 역량에 달려 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할 인재를 누가 많이 보유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한국정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 육성이다. 한국은 통신·게임 등에 강점이 있다. 정부가 그 산업들의 데이터 유형이 어떤지,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를 업계에 물어가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한국 정부에서 일한다면 대학별로 빅 데이터 분석 인력을 특화시켜 육성할 것이다. A대학에서는 제조업 빅 데이터 연구를, B대학은 통신분야 빅 데이터 연구를 진행하는 식이다. 결국 핵심은 빅 데이터를 활용할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다”라고 빅 데이터 전략을 조언한 바 있다.
<참고자료>
[Weekly BIZ] 빅 데이터, 도대체 넌 누구냐, 조선비즈, 2012.04.21.
빅데이터로 살펴본 ‘한류의 비밀’, 동아일보, 2012.04.21.
한국 기업 도약하려면 빅데이터 인재 키워야, 중앙일보, 2012.04.20.
한류전도사 이준표 숨피미디어 대표, "한류 콘텐츠 전 세계에 뿌려요", 매일경제신문, 2011.09.08.
한국 좋아요…두바이서 한국 문화 행사 열려, KBS, 201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