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1/ 서울신문/ 한재희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00793?sid=102
#1.지난달 22일 강원 원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A(15)군은 점주를 상대로 자신이 촉법소년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편의점 주인이 술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고 난동을 부리던 중에 나온 말이다. 점주는 눈과 얼굴 부위를 크게 다쳐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신고받은 경찰이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A군은 생일이 지나 만 15세였다. 실제로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2.A군(12)은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의 한 건물 8층에서 소화기 2개를 밖으로 던져 고등학생과 50대 여성을 다치게 했다. 두 소화기의 무게는 각각 3.3㎏과 1.5㎏이었다. 고등학생은 머리와 어깨를, 50대 여성은 다리를 다쳤다. A군은 특수 상해 혐의로 붙잡혔지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 결국 가정법원으로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처벌 강화 여론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범죄가 꾸준히 나오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향조정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촉법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범법행위를 했음에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의미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소년원에 보내지거나 보호관찰을 받는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아직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질 정도로 성숙한 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범법자로 만들기보다는 교화나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촉법소년의 범법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17년 7533명에서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 915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쓰이고 있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하향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는 “실제 책임능력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려운 소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고, 사회적 낙인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막기 위한 것인데 이는 소년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교화로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뜨거운 분야이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고심도 큰 상황이다.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서만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촉법소년 관련 질문을 받자 “(법률의) 맹점을 악용하려는 사람이나 불안을 느낀 국민과 관련해서 정부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촉법소년 연령은 70여년간 그대로 유지돼 온 것인데, (범죄발생) 숫자도 숫자지만 분명히 흉포화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법무부도 촉법소년TF를 통해 관련된 답을 낼 예정”이라며 “연령이 하향화했을 때 소년들에 대한 교화 처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현재보다 보호 처분의 내용을 세분화해서 좀 더 현실에 맞는 교정·교화 강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깊게 공감한다.
청소년의 처벌을 강화한다고,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춘다고 하여 청소년 범죄율이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형벌이 있는 지금 이 사회에서도 범죄가 발생하면 안 된다.
청소년 범죄율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꼭 형법으로 다스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변화해야 할까?
먼저 촉법소년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보호처분을 악용한다는 건, 청소년의 오해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촉법소년은 벌을 받지 않는다' 혹은 '촉법소년은 죄를 감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보호처분은 형사 처벌과 범죄기록을 방지해주는 것이지 벌을 받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은 촉법소년이 어떠한 혜택인 양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로 제도의 인식이 잘못 자리잡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촉법소년은 처벌을 줄여준다'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촉법소년은 이렇게 벌을 받는다'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
둘째로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
처벌로써 다스리기 전에, 아이들의 환경을 한 번 더 살펴보자.
인터넷은 유해한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다.
형법 개정이 우선이 아니라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면 좋겠다.
모든 교정시설은 다시 죄를 범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재범을 막기보단, 초범을 막는데 더 집중해보자.
청소년은 세상을 배워가는 단계이기에 청소년 형량은 더욱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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