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9년 10월 19일 (토)
o 날씨: 흐림
o 산행경로: 여근곡 주차장 - 유학사 - 옥문지 - 오봉산 - 주사암 - 마당바위 - 원점회귀
o 산행거리: 8.4km
o 소요시간: 2시간 45분
o 지역: 경북 경주
o 산행정보: 여근곡, 주사암, 오봉산, 부산성
o 일행: 나홀로
o 트랙:
▼ 산행지도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내일 내장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오늘은 가볍게 몸을 풀자는 마음으로 경주 오봉산을 찾았다. 꽃피는 봄날에 갈까 했는데 계획이 앞당겨진 셈이다. 경주 오봉산은 여근곡, 부산성 등 신라의 역사와 전설이 숨어 있는 곳이다. 산행코스는 부산성을 한바퀴 도는 방법도 있지만 여근곡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원점회귀하는 가장 잘 알려진 코스를 택했다...
▼ 여근곡 주차장 (들머리, 날머리)
여근곡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야할 오봉산을 올려다 본다.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대여섯개의 산봉우리가 올망졸망 모여서 있다. 그래서 오봉산이라고 하며, 닭벼슬산이라고도 한다. 그 아래에는 여자의 국부처럼 생긴 여근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덕여왕이 매복해 있던 백제군을 섬멸했다는 곳이다...
▼ 여근곡 주차장에서 바라본 오봉산 전경
▼ 여근곡 전경 (펌)
등로는 주차장에서 마을길(원산길)을 따라 가다 경부고속도로 하부통로를 통과하여 유학사 방향으로 직진하면 된다...
하늘이 바다처럼 푸르다. 그 바다속에 걸린 반달...
동네길을 벗어나면 유학사 갈림길을 만나고 이곳에서 좌측은 유학사를 경유하는 코스, 우측은 오봉산으로 직행하는 코스다. 여근곡의 중심인 옥문지는 좌측 유학사 방향이다...
▼ 유학사 갈림길
▼ 유학사
유학사 마당 한 귀퉁이에 '소원돌'이 있다. '소원돌 돌리는 방법'을 읽어보고 돌아서는 내 모습에서 세월에 찌든 속세를 본다. 천진난만한 아이였으면 분명 돌려봤을텐데...
▼ 유학사 소원돌
유학사를 지나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여근곡의 중앙인 '옥문지'가 있다. 이곳이 매복해 있던 백제군을 섬멸한 전설의 장소인데, 옥문(玉門)을 여근(女根)으로 해석하여 여근은 음(陰)이므로 남근(男根)이 여근 속으로 들어가면 토사(吐死)한다는 음양설을 인용하여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전설 때문에 이곳을 지나가는 장수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은 길을 돌려 그 앞을 피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그 옥문지에 서있다. 죽은 것일까? 산 것일까?? ㅋ 사즉생이라 했으니 죽은 것이 곧 산 것이리라...
▼ 옥문지(玉門池)
옥문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시작된다. 숲속은 이제사 가을을 만들고 있다.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난다. 쉼터에 앉아 미풍이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잠시 호흡도 고르고...
▼ 쉼터
산능선에 올라설 즈음 송산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접속(오봉산 제4지점)한다. 그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멋진 조망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 조망포인트
시원한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건너편 산봉우리들은 운무를 쓰고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니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저멀리 운주산, 도덕산을 지나 어림산을 거쳐 관산으로 이어지는 지난날 낙동정맥길을 떠올려 본다. 낙동정맥은 관산을 지나 오봉산 서쪽의 사룡산과 오봉산 아래 부산성을 지나 단석산으로 연결된다...
▼ 내려다본 경주 서면 방향 (낙동정맥 마루금)
▼ 영천시 방향
가을이 찾아온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주사암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주사암으로 연결되고 오봉산 방향은 다시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봉산을 앞두고 큰 바위를 만나는데 지도상의 코끼리바위로 생각된다. 꼭꼭 숨어라 어디 어디 숨었나...ㅎ
▼ 코끼리바위(?)
▼ 코끼리바위 모습 (펌)
오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옅고 찬 기운이 사방에 가득하다. 대구에서 오셨다는 부부일행께 부탁하여 인증을 하고 사방을 둘러본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사룡산 바로 아래에는 생식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번 낙동정맥 종주때 사납게 짖는 개때문에 우회했던 일, 약간은 특이한 마을 분위기... 그래서 그곳은 나홀로 땜빵을 하면 안된다는 농담이 오고 갔었던 기억이 있다...ㅎ
▼ 오봉산 정상
▼ 오봉산에서 바라본 사룡산과 생식마을
▼ 영천시 방향
오봉산을 내려오면 주사암이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불국사의 말사이며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주암사(朱巖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다고 한다. 주사암에는 절의 내력과 관련된 설화가 아래와 같이 전해오는데...
[주사암에 얽힌 설화]
신라시대의 한 도인(道人)이 이곳에서 신중삼매(神衆三昧)를 얻고, 스스로 말하기를 “적어도 궁녀가 아니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귀신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궁녀를 훔쳐 새벽에 갔다가 저녁에 돌려보내고 하였는데, 궁녀가 두려워하여 임금에게 아뢰니, 임금이 가서 자는 곳에 붉은 모래로 표시하게 하고 이어 갑사(甲士)에게 명령하여 찾게 하였다. 오랜 수색 끝에 이곳에 이르러서 보니, 단사(丹砂)의 붉은 흔적이 바위 문에 찍혀 있고, 늙은 승려가 바위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임금이 그의 요괴하고 미혹한 행위를 미워하여 용맹한 장졸 수 천명을 보내 죽이고자 하였으나, 그 승려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눈을 감은 채 한번 주문(呪文)을 외우니 수만의 신중(神衆)이 산과 골에 늘어섰으므로 군사들이 두려워 물러갔다. 임금은 그가 이인(異人)임을 알고 궁궐 안에 맞아들여 국사(國師)로 삼았다고 한다. 이 설화에 의하여 절 이름이 주사암이 되었는데, 이 설화는 신인종(神印宗)의 주력(呪力)을 강조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네이버 백과사전)
▼ 주사암(朱砂庵)
주사암은 삼면이 바위로 쌓여있고 남쪽은 트여 부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성은 해발 729.5m의 부산(富山) 정상부를 중심으로 세 줄기의 골짜기를 감싼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깬돌을 이용하여 성벽을 쌓은 석성이다. 富山을 주사산(朱砂山), 오봉산(五峯山), 오로봉산(五老峯山) 또는 닭벼슬산이라고 하므로, 주사산성(朱砂山城)이라고도 불린다. 富山은 경주에서 대구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신라 선덕여왕때 백제 군사가 이 산을 넘어 옥문곡(玉門谷, 女根谷)까지 침입하자, 문무왕이 도성(都城) 서쪽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하여 경주 남산에 장창(長倉)을 건립하면서 함께 쌓은 것이다. 효소왕 때 화랑 득오(得烏)가 죽지랑(竹旨郞)과의 우정을 그리워하며 지은 향가〈모죽지랑가〉를 지은 곳이 바로 이곳 부산성으로 전해지고 있다...
▼ 부산성(富山城) 방향
주사암 바로 북쪽에는 지맥석(持麥石)이라고 불리는 넓고 평평한 큰 돌이 있다. 현재는 마당바위로 불리며, 이 돌은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로 김유신(金庾信)이 술을 빚기 위하여 보리를 두었고, 그 뒤 술을 빚어 군사들에게 준 곳이어서 지맥석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 마당바위
이곳은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동이'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사룡산
이전 산행지도를 보면 마당바위에서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붉은바위'라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가보니 두어개의 암봉이 이어지고 그 중 하나에는 무속행위의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맨 마지막 암봉이 '붉은바위'라고 생각되지만 전망대는 없다. 요즘 산행지도에는 마당바위가 오봉산 산행의 끝지점이다...
주사암으로 되돌아와 올라온 등로를 따라 원점회귀해도 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도 된다...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상당히 우회하기 때문에 512봉을 앞두고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면 유학사 직전의 갈림길로 연결된다...
새파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노랗고 누런 단감처럼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여근곡주차장 바로 아래에는 '氣박물관'이 있는데 문이 잠겨 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몇개의 조각작품은 여근곡 관련 박물관이 아니라 여근곡의 이름을 빌린 '성테마박물관'의 모습이다...
▼ 여근곡 氣박물관에서 바라본 오봉산 전경
오랜만에 300명산 하나를 해결했다. 100명산과 1대간9정맥을 끝냈으니 이제는 300명산에 좀더 집중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