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새로운 루트, 탕춘대 - 비봉 - 문수봉 - 삼천사
1. 일자: 2024. 8. 31 (토)
2. 장소 : 북한산 향로봉, 비봉, 문수봉(727m)
3. 행로와 시간
[장독대(08:07) ~ 향로봉(09:33) ~ 비봉(10:02~15) ~ 승가봉(10:57) ~ 문수봉(12:10~25) ~ 청수동암문(12:30) ~ 삼천사(14:30) ~ 삼천리골돼지집(14:54) / 8.12km]
대학 동창들과 북한산에 간다. 기영의 어제 오후 번개 제안이 성사되었다.
홍제역에서 만나 커피 한 잔하며 갈 길을 도모한다. 기영이가 등산지도책과 학교 기념품을 선물했다. 그 까닭에 배낭이 묵직해졌지만, 내 생각하며 짐을 쌌을 친구의 마음에 감사한다.
탕춘대성 초입 '장독대' 라는 음식점을 찍고 택시를 탔다. 장독대는 주택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꽤 근사한 식당이었으며, 언뜻 보아도 내공이 느껴졌다. 식당 옆으로 향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연결되었다. 길과 음식점 모두 숨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시작 고도는 190m 정도이고 향로봉이 500m 초반이니 비고는 그리 크지 않으나, 날이 더워서 인지 무척 힘겨웠다. 탕춘대성 위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친구 좋다는 건, 함께한 추억이 깊고, 서로 아는 이들이 많아 대화에 이물감이 없다는 것일 게다.
출발 1시간 반 만에 향로봉에 올라선다. 확 트인 개방감에 마음이 활짝 열린다. 북한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간 많이 그리웠던 풍경이다.
커다란 개를 데리고 온 교포 아가씨와 다시 만난다. 밑에서 사진을 찍어주었던 이다. 문득 든 생각, 본인에게는 애완견이겠지만 보는 이에게는 맹견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을까? 게다가 한국말을 할 줄 알텐데 굳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뭘까? You guys 어쩌구 저쩌구 하며 쉴 새 없이 지껄여 되는 모습이 친근함보다는 밉상으로 다가왔다.
비봉에 오른다. 네 발로 기어 올라선 봉우리 우둠지에는 커다란 비석이 서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담은 지금의 진흥왕순수비 복제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아이디어로 세워진 것이라 한다. 이 복제비에도 이제는 세월일 때가 제법 느껴진다. 더 오랜 세월이 흐르면 그 가치가 더 해질 게다.
다시 네 발로 기어 내려온다. 오를 때보다 더 공포감이 들었다. 짧은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비봉에 올랐다는 성취감과 멀리 보이는 사모바위 너머 보현봉 문수봉 전경이 선명해 다시 감동한다.
사모바위와 승가봉을 지나 문수봉 밑 솔 그늘에 서 쉬어 간다.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고 아찔한 암릉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스틱을 접는다. 기묘한 바위 풍경에 취해 눈과 발이 따로 놀며 힘겹게 문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문수암 절집 지붕이 바로 눈 아래 펼쳐진다. 문수봉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이 험한 바위 길을 용케도 올라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현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청수동암문을 지나 삼천사로 하산한다. 내리막 비탈이 아주 길게 이어진다. 길도 거칠고 거리도 멀었지만, 20명 넘는 단체가 길을 막으며 우보하는 탓에 걸음은 더 더뎠다. 시까지 읊으며 본인들에게는 낭만이겠지만 같은 길을 지나는 이에게는
민패였다. 친구는 이 와중에도 진보와 보수의 논리를 이야기했지만, 내겐 그저 주위를 배려할지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로 다가왔다. 더 여유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무더위가 마음의 여유를 앗아갔다.
투덜거리며 한참을 걸어 삼천사 경내에 들어선다. 문화재 불상보다도 뒤편에서 본 큰 법당 지붕의 크고 긴 검은 웅장함과 색에 매료된다. 거기에 은은한 단청의 고운 색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한참을 서선이며 바라보았다. 사진은 결국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의 작품이다.
한 시간을 예상했던 하산은 두 시간이 훨씬 넘어 계곡 옆 어느 오래된 음식점에서 멈춘다. 막걸리의 달고 쌉싸름한 첫 잔의 목넘김이 무척 좋다. 닭백숙을 곁들인 푸짐한 뒤풀이 음식이 이어졌다. 작년 말 퇴임한 우진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한다. 축하할 일이다.
먹고 나니 노곤한 피로감이 더 몰려든다.
< 에필로그 >
진관사로 가는 길에 들어선 한옥 카페에 들어간다. 시원한 에어컨 느낌이 무척 좋다. 사진을 정리한다. 6시간이 넘는 산에서의 고단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지리산 산행 준비는 잘 했다. 이 더위에 천왕봉에 오르고 대원사로 향하는 길고 먼 하산로를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더위의 기세가 누그러지기를 바랄 뿐이다.
전철에서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향한다. 등산은 무사히 집에 도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벗이 있어 행복한 산행이었다.
첫댓글 내가 제일 부러운게 같이 젊은 날 기억을 공유하는 산좋아하는 친구가 많은 거다. 오래 연락하면서 잘 지내는 걸 볼 수 있기를……..^^
물론입니다.
가끔 기영이랑 번개할 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