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18 가난한 수행자가 공양 올리는 법
보살에게 보시는 시작과 끝입니다. 그럼 보살 수행의 과정 속 모든 수행자가 보시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출가 수행자는 어떤 보시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가진 것이 없으니 재물을 보시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무외보시와 법보시만을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요?
문제가 생깁니다. 중생에게는 무외시와 법시가 가능합니다.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보시가 아니라 공양으로 바뀐다면? 공양의 대상인 불보살님들께서 이 두 가지 보시가 필요합니까? 물론 재물을 공양 올리는 것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격에 어울리는 것은 재보시입니다. 안 그런가요?
재보시는 말했듯 가지고 있는 소유물을 보시하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결국 수행자는 가진 것을 공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훔쳐서 공양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행자들은 스스로 가진 것을 점검해봤습니다. 출가자가 재가자보다 많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요?
공덕입니다. 특히 수행 공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공양을 올려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바로 공덕을 삼보전에 통째로 회향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공덕 중에서도 특히 수행 공덕을 활용한 특별한 공양법이 생겨났습니다. 일명 관상공양입니다.
이 관상공양은 그 자체로 뛰어난 선정바라밀 수행인 동시에 보시바라밀 수행입니다. 관상觀像이라는 의미는 마음의 눈으로 이미지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눈을 감고도 눈을 뜬 듯 모양을 똑같이 볼 수 있도록 마음의 집중을 갈고 닦는 것이 바로 관상수행입니다.
출가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을 결국 삼매력과 지혜입니다. 이 중 삼매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능숙해지면 관상을 하는 힘이 매우 강해집니다. 이 때부터 수행자가 경험하는 수행의 질은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법당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마음에 똑같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 법당에 부처님을 모셨다고 믿는 것도 아니요, 상상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똑같이 관상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삼매력을 원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관상 수행입니다.
논전에서는 세상에 주인 없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관상을 통해 마음 속에서 창조합니다. 가장 수승한 공양물인 이 관상물을 청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삼보 전에 공양 올리는 것입니다. 이런 관상 공양은 그 자체로 삼륜청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상 삼륜이 청정하지 않다면 관상 공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삼륜청정이란 공양을 올리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공양물이 모두 청정할 때 그 보시 공덕이 가장 수승하다고 하는 가르침입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공양을 올리는 사람인 수행자의 상태를 보겠습니다. 세간의 마음 속 가장 청정한 상태 중 하나가 바로 일시적 무탐무진무치 상태인 삼매입니다. 이 관상은 삼매 또는 유사삼매에 가까운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공양 올리는 수행자가 자신의 가장 청정한 마음가짐을 준비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공양을 받는 존재를 살펴보겠습니다. 공덕이 무한하고 청정한 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기 때문에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양을 받아주시는 삼보 역시 관상으로 모셨습니다. 수행자가 모실 수 있는 가장 지극하고 수승한 관상을 모셨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관상물 역시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은 가장 수승한 비물질의 대상입니다. 청정한 수행 공덕인 삼매와 지혜의 원료로 창조한 이 공양물의 가치는 무한합니다.
두 가지 가난이 있습니다. 물질과 비물질입니다. 재가자는 출가자에 비해 소유하고 있는 물질이 많은 반면 정신이 가난합니다. 그렇기에 가난한 재가자는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는 소유물 중 물질로써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난한 출가자는 어쩔 수 없이 지닌 바 관상으로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 둘 모두에 해당되지 못하는 애매한 포지션의 재가자와 출가자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재가자인데 공양 올릴 수 있는 물질까지도 없는 경우, 출가자인데 관상할 수 있는 삼매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데 있어 장애를 만난 것입니다. 항상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땀 흘려 육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재가자는 비록 지금 재물이 부족하더라도 오늘 하루 시간과 땀을 투자하여 얻게 될 재물로써 공양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경전 속에서 수 많은 극빈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청정한 공양을 올린 뒤 삶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출가자의 경우에도 삼매의 힘이 없더라도 계율의 재산으로써 자비롭고 친절한 몸짓과 말짓으로 중생들에게 무외보시를 공양할 수 있습니다. 정직하고 치열하게 수행에 시간을 투자하여 법시의 원동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 안 되면 시간을 투자해서 세간에 나가 몸으로 봉사를 실천할 수도 있습니다.
'안 돼! 못 해!'
이 마음에서만 벗어난다면 길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보살 수행의 길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모두 보시바라밀입니다.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으로 중생을 위해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고 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기왕이면 보시를 안락행의 태도로 실천해야 합니다. 이러할 때 보살의 몸과 마음은 장엄될 것이고, 점점 그의 주위가 극락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수행은 말이 아닌 현실의 변화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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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륜청정이란게 바로 이거였군요!
청정한 수행 공덕인 삼매와 지혜의 원료로 창조한 공양물, 삼매를 닦은 수행자, 삼매로 모신 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