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가주 비숍 인근 스플릿 마운틴에서 산행 중이던 한인 산악인이 눈사태로 사망했다.
지난 7월 2일 오전 한인 임연일(56·브레아.사진)씨는 지인이었던 한인 부부와 함께 스플릿 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들은 오후 4시쯤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1만4000피트 지점에서 눈사태를 만나면서 부상을 입었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부부는 이동할 수 있었지만 임씨는 머리 뒤쪽과 갈비뼈 골절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들은 사고 후 '비콘'이라는 무선통신장치를 사용해 구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높은 고도와 2차 산사태 우려로 구조 헬기는 임씨가 있는 지점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열악한 기상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한인 부부는 부상으로 움직이기 힘든 임씨에게 옷과 물을 주고 본인들은 내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던 임씨는 하산하던 한인 부부에게 “내려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색에 나선 구조대원들은 7시간이 지난 이날 밤 11시쯤 숨진 임씨를 발견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행을 즐겨한 임씨는 히말라야도 등정한 경험이 있을 만큼 30여 년 경력의 산행 전문가라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심지어 올해 초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에서 눈사태로 인해 사망한 한인 산악인 3명이 지난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임씨가 극적으로 구조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임씨의 아내 서모(56)씨는 “숨진 3명은 남편과 잘 알던 사이로 올해 초 사고가 났던 그 산에 오르기 전 남편에게도 함께 가자고 제안했었다”며 “하지만 작년에 조난당한 그들을 구조한 남편이 너무 위험하다고 만류했고 함께 가지 않았는데 결국 산행을 고수한 그들은 참사를 당했다”고 말했다.
산행 안전에 있어 늘 만전을 기하던 남편이었기에 이번 사고가 더욱 황망하다고 서씨는 전했다.
서씨는 “뉴욕에서 이사 온 이 한인 부부는 남편과 몇 번 함께 산을 타며 서로 알고 지냈다”며 “이번에도 그들이 함께 산행하자고 제안했고 남편이 이에 응해 직접 차를 몰고 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이해하지만 부상을 입은 남편이 혼자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진다”고 눈물을 터트렸다.
더구나 유가족은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임씨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다.
한국에서 게임회사 대표를 지낸 임씨는 사업을 정리한 뒤 지난 2011년 미국에 이민 온 뒤 LA 금융회사에서 7년을 근무하던 중 코로나19 기간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후 월마트에서 일했지만, 부서가 폐지되면서 지난 6월 퇴직했다.
딸 임소연씨는 지난 4일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하고 후원금 모금을 시작했다. 그는 “고된 미국생활에서 유일하게 아버지를 설레게 하였던 건 산행이었다”고 전하면서 “아버지에게 ‘그렇게 산이 좋으면 산에서 살아’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마지막 숨을 산에서 거두셨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래글은 고인의 따님이 올린 글인데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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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자정 여름밤 어느날
산이 좋아 산을 탄다던 저희 아버지께서는 산행중 예상치 못한 눈사태 사고로 인해 머리에 출혈과 갈비뼈 부상을 입으시고 구조요청을 기다리다 끝내 버티지 못하시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7월 3일 오전 11시경, 여느때와 같이 새볔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잠을 자던중 1층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무력한 울음소리에 잠결에 놀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어머니의 발을 동동구르며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과 옆에서 같이 울고계시는 아버지 지인의 모습에 저는 본능적으로 곧 듣게될 소식을 직감했습니다. 손발이 저려오고 차가워지는느낌, 온몸에 피가 빠져나가 손발이 떨려오는 그 느낌에 저는 멍하니 서서 저의 아버지의 부고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시간과 터질것만 같은 심장, 시신이 아직 수습 되지 않아 아직 살아계실지 모른다는 실마리 같은 희망을 붙들고 초조하게 현장에 있는 구조대원과 아버지 지인의 연락을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다시한번 전해지는 사망소식…그때 저의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순간 몰려오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에 길잃은 5살 아이처럼 통곡하며 울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과 쉴새없이 흐른 눈물에 따가움이 느껴진 순간 실감했습니다. 아, 아빠는 이제 못돌아오는거구나.
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순간들이 스쳐지나가며 왜 더 잘해주지 못했는지, 왜 더 나은 딸이 될수 없었는지에 대한 끝없는 자책의 구렁텅이에 저를 던졌습니다. 산행 가기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한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못했던 내 자신. 아빠랑 나눴던 마지막 문자. 산에서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남은 우리 가족이 얼마나걱정되셨을까. 무엇보다 그 고통속에 혼자서 눈을 감으셨을 생각을 하니 이미 너덜너덜해진 가슴이 찢어질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고는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집 모든 재정과 서류들을 도맡아서 처리해오신 아버지께서부재중인 지금은, 그 누구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것이였습니다. 또 안치실에 전화를 해 다음 절차가 무엇인지 설명을 듣고 장례식은 어떻게 할건지, 화장 할건지 묻을건지를 고민해야 되었고, 생각보다 높은 장례식 가격에 저희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다 느끼기도 전에 냉정한 현실의 벽에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한달전 말기된 아버지 전 직장의 생명보험에미국에서 장례식도 가본적 없는 어머니는 너무나도 막막한 마음에 더더욱 울음을 크게 터트리셨고, 저는 빠르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됐지만, 하루만에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꾸기엔 너무나도 컸습니다.
매일 아침 쇼파에 앉아 아침햇살을 받으며 독서를 하고, 퇴근후에 항상 반겨주며 어깨를 토닥거려주던 저의 아버지께서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모든걸 포기하고 저의 남매, 가족을 위해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정착하고, 화려하고인정받던 한국에서의 삶과는 반대로 바닥부터 시작해야 됐던 고된 미국생활에서 유일하게 아버지를 설레게 만들었던건산행이였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렸을적엔 항상 산행으로 집을 며칠 비우던 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저는“아빠, 그렇게 산이 좋으면 산에서 살아!” 라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그말이 씨가 된듯 2023년 7월 2일 자정, 저희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산에서 거두셨습니다.
아버지의 많은 온라인 지인분들에게 저의 아버지 부고 소식 전해드림과 동시에 저의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글을 써봅니다.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저희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되어 돌아옵니다. 저의 부족하고 경황없는 긴글 읽어주신 분들과 그동안 저희 아버지와 함께해주신 온라인 지인 한분 한분 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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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주실분 고펀드 미 링크 : https://gofund.me/b483d5be
첫댓글 가슴아픈 사연입니다. 고인은 지난 2월 Enchantment 등반중 사고로 사망한 뉴욕 산악회원들이 작년에도 비슷한 사고로 조난을 당했을때 구조를 해주어서 잘 알고 있던 사이이고 2월 Enchantment 등반때도 같이 가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위험하다고 만류했었다고 합니다.
유족들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가봅니다. 하필 생명보험이 지난달 만기가 되었다네요. 저도 작은 금액이지만 동참했습니다. 도움주실분은 위의 Go Fund Me 링크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안타까운 등반사고네요. Fund Me에 게재된 가족 사진을 보니 가슴이 더욱 먹먹해집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으로 남의일 같지않은 안타까움에 애절한 마음에 그시간 그 상황의 고통소리가 들려오는듯 찢기는 아픔이네요 같이 산을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더 더욱 슬픈소식 이고 교훈이 됨니다 산악에 전문인 이라 그시기에 일기도 어느정도 확인이 되어 망설이기도 했는데 동행했던 지의의 권유에 못이겨 동반하게 된것 같은데 그 위급한 상황에 정작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만을 이유로 서부활극 영화에서나 볼 수 있듯이 있는 물이나 조금덜어 던져주고 죽고사는 결론은 너의 것이니 행운을 빈다 하며 매몰차게 돌아서는 그 장면 같은 어이없는 그들의 인간미가 너무 참혹하게 우리를 통탄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