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호수의 캠프 안전요원들이 성적 쾌락에 빠져 안전관리에 소홀한 사이, 어린 아이 하나가 익사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제이슨 부히즈”이다. 아들의 죽음이 캠프 요원들의 불찰 때문이라고 여긴 엄마는 원한 맺힌 복수를 자행하는데… 그 복수는 이후 열광팬들을 양산하며 그칠 줄 모르는 난도질 영화(Slasher Movie)의 프랜차이즈(전매특허)물로 거듭나면서 1980년대 저예산 공포영화의 인기에 견인차 노릇을 했다. 하키마스크를 쓴 살인마 제이슨, 크리스털 호수의 전설은 그렇게 탄생하고 죽기 살기를 번복했다.
1989년까지 8편, 그리고 <13일의 금요일9-라스트 프라이데이>(Jason Goes To Hell: The Final Friday, 1993), <13일의 금요일10-제이슨X>(Jason X, 2001), <13일의 금요일11-프레디 대 제이슨>(Freddy Vs. Jason, 2003)까지 제이슨은 익사하고, 어깨에 둘러맨 대검으로 절단 나고, 도끼로 두상을 찍히고, 화장당하고, 모방 도살자에 의해 흉내내지고, 매장당하고, 번개를 맞아 부활하고, 표석에 묶여 다시 호수에 수장되고, 염력으로 되살아나고, 또 다시 호수에 빠지고, 수중 감전돼 소생하고, 유독성폐기물에 의해 녹아나고, 미연방요원(FBI)에 의해 죽고, 지옥에 떨어지고,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재생되고, 극저온에서 동사하고, 또 녹고, 우주로 추방되고, 사악한 윙크를 보내는 프레디 크루거와 대결을 벌이다 함께 수장되기까지 죽음을 초월한 불사신적 존재로 지겹도록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해왔다. 오죽하면 “13이란 숫자에서 비롯된 공포증”(Triskaidekaphobia)에서 유래된 “13일의 금요일 공포증”(Paraskavedekatriaphobia)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혹여 그 달의 13일에 금요일이 끼어 있기라도 하면 누구든 불길하고 기분 나쁜 생각에 사로잡혀 '제이슨 기념일'을 맞아야만 했다.
1980년대 공포영화의 아이콘 제이슨이 돌아왔다. 불의의 사고로 익사한 원한은 고사하고 엄마 잃은 슬픔에 가슴에 슬픔이 벅차오르는 그가 다시금 서슬 퍼런 대검을 뽑아들었다. 칼날장갑을 낀 악의 화신 “프레디 크루거”와 함께 1980년대 저예산 공포영화 열광팬들의 오감을 충족시킨 희대의 영화 속 살인마, “포스트 노먼 베이츠”(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사이코>의 주인공 노먼 베이츠의 후신)가 2009년 대형스크린을 끔찍 살벌한 도륙의 핏빛 공포로 물들인다. 1980년 숀 커닝햄(Sean S. Cunningham)감독의 원전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을 시작으로 독점적 연속물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며 TV브라운관에서까지 그 존재감을 재확인한 주인공 제이슨을 21세기의 스크린에 되살려낸 건 감독과 제작자로 종횡무진 흥행작을 양산하고 있는 마이클 베이(Michael Bay).
이미 또 다른 클래식 공포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Texas Chainsaw Massacre, 1974)을 2003년 판으로 공작해낸 감독 마커스 니스펠(Marcus Nispel)과의 재 의기투합, 그리고 원작 감독 숀 커닝햄이 제작총지휘자로 참여해 관심을 끈다. 알다시피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는 1978년 감독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할로윈>(Halloween), 1984년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의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와 함께 1970년대와 1980년대 공포장르영화의 상징적 작품으로 각인되고 후대에 인구에 회자되며 할리우드영화사에 선명한 자국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사탄의 인형>(Child's Play, 1988)의 사악한 인형 “처키”와 <헬레이저>(Clive Barker's Hellraiser, 1987)의 저승사자 "핀헤드"도 물론 예외일 수 없다.
1980년대 작품을 리메이크한 <13일의 금요일> 2009년 판의 기술적 신뢰도는 높은 편. 무서우면서도 왠지 엉성해보였던 원작 시리즈에서보다 이번 변칙버전에서의 제이슨의 활약은 훨씬 더 깔끔하게 다듬어졌다. 시종 심장을 옥죄고 두 눈 부릅뜨고 보기 불편한 살육장면들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세기를 초월해 재생된 이 영화는 그야말로 시치미 뚝 떼고 시리즈의 원작과 속편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4편까지에 사용된 재료나 장치들을 결합해 재조립해냈다. 원작에서 제이슨은 등장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10대 캠프교사들을 모조리 난도질해 죽인 주인공은 제이슨의 엄마 부히즈 부인이다. 아들 제이슨이 크리스털 호수에 빠져 익사한 책임을 캠프교사들의 관리소홀로 판단, 억울하게 죽었다고 믿는 아들을 위해 대검을 든 부히즈 부인의 “복수는 나의 것”이다.
복수의 칼부림으로 캠프교사들을 단죄한 부히즈 부인은 1편의 마지막에서 최후에 남은 여자요원에게 목이 잘려 죽는다. 그리고 속편에선 이를 지켜본 아들 제이슨이 엄마를 위해 벌목용 칼 머제티로 무장하고 방탕한 10대 방문객들을 잔혹하게 처단한다. 하키마스크는 3편부터 쓰기 시작했다. 원작의 마지막 장면은 이 새 버전에서도 재현된다. 그래서 개작된 영화는 기술적으로 그 지점까지 재건했다. 그러나 제목이 나오기 전 이 장면 이후부터는 모두 새롭게 재구성되었다. 여기서 제이슨은 자신의 엄마가 목이 잘려 죽은 것에 대해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면서 크리스털 호수 주위의 숲에서 기거한다. 제이슨은 전반적으로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이 틀림없다.
청춘남녀가 서로 성적 탐닉에 빠져있거나 집단에서 홀로 떨어져 나왔을 때 반드시 끔찍한 변사체의 지름길로 직행하게 되는 영화의 전형적 패턴은 여전히 약속된 대로 변함없이 착착 진행된다. 물론 거기에 썩 많은 연기 또는 연출은 필요치 않다. 만일 연출에 대한 왈가왈부나 호부는 접어둬도 좋다. 적당한 이유나 논리적 근거 짜임새 있는 스토리구성에 대한 기대 또한 애당초 떨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음악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2003)와 <트랜스포머>(2007)를 포함해 마이클 베이와 줄곧 호흡을 맞춰온 스티브 잽론스키(Steve Jablonsky)가 예의 자기다운 솜씨를 발휘했다. 끔찍하게 소름끼치는 요소들을 가미, 원작부터 제이슨의 살인마적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보컬사운드 “킬 킬 킬, 맘 맘 맘”(Kill Kill Kill, Mom Mom Mom)의 유령 같은 속삭임을 적절히 활용해 작곡가 해리 맨프리디니(Harry Manfredini-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영화 음악 주로 작곡)가 확립(어둡고 재즈적이고 드라마적인 스코어)한 원작 시리즈의 본래 분위기를 되살려내려는 접근법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이외에는 지나치게 신서사이저에 의해 인공적으로 파생된 전자음을 과용해 실망감을 준다.
둔중한 베이스나 타악기 등에 의존 강력한 액션스타일 음악으로 순간순간 깜짝 놀래키는 효과는 줄지언정, 전형적 자기 패턴이 과한 탓에 현악기군에 의한 예리한 칼부림이 현저한 오케스트라 위주 사운드스코어의 본래 분위기를 심하게 훼손하고 말았다. 일견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사이코>(Psycho)에 버금갈만한 원작 작곡가 해리 맨프리디니를 너무 무시한 처사. 제이슨의 원형 사운드는 식인상어 조스의 위협과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의 난도질의 섬뜩함을 결합한 현악연주의 예리한 사운드가 압권이었다. 고음과 저음을 교차하며 현을 긋는 소리의 공포는 사악하고 불길한 살육현장의 공간감을 매우 유효 적절히 묘사해 전해주었다. 관객들은 그러한 현악을 핵심으로 혼의 두터운 사운드가 중압감을 주는 그 불쾌한 신경질적 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냉기를 느꼈을 것이다.
또한 유령출몰효과를 발생하는 신서사이저 전자배음을 융합해 동시대적 유행을 작법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는 베이스와 타악기를 중심으로 둔중하게 후려치는 전자 음조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액션 사운드를 특징 삼았다. 때문에 최근의 여느 액션영화에서처럼 충격파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뼈골을 스미고 등골이 쭈뼛 서는 공포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몽롱하게 암울한 단조의 전자건반화음만이 시각적 공포에 앞서거나 동반해 관객에게 비밀스럽고 불가사의한 상념의 기운을 주입할 뿐이다. 효과적인 음향의 활용도는 좋으나 원작 특유의 음악적 강점은 적극 수용 반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상징적인 작곡가 해리 맨프레디니(Harry Manfredini)의 새된 소리를 지르는 바이올린과 혼 협연 악곡보다 <할로윈>을 감독하고 음악까지 도맡은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신서사이저로 질주하는 사운드스코어에 더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제이슨에게 능지처참을 담보 잡힌 다수의 열혈 비행청소년소녀들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덕에 그들의 취향에 다이얼을 맞춘 가창곡들이 다수 등장한다. 처음 죽음의 전주곡 구실을 하는 1980년대의 명그룹 나이트 레인저(Night Ranger)의 'Sister christian'(1984년 빌보드 싱글차트 5위)를 위시해 개러지 록 밴드 하이브스(The Hives)의 'Tick Tick Boom'(2007년 모던 록 차트 36위), 힙합 래퍼 리릭스 본(본명 톰 시무라)의 'I like it, I love it', 산토골드(Santogold)의 'Shove it' 그리고 힙합 밴드 범블비즈, 개러지 펑크그룹 킬스(The Kills), 인디 팝 밴드 스타스(Stars), 펑크 리바이벌 그룹 리빙 씽스(Living Things) 등 다양한 밴드 또는 그룹의 록 사운드의 노래들을 영화 속 막간에서 들을 수 있는 상업적 특전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