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1일 천마산
윤이와
수진사 입구 주차장 – 정상 – 돌핀샘
– 주차장
산행거리 : 약 7 km
산행시간 : 약 4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916372
거리 7.2 km
소요 시간 4h 19m 32s
이동 시간 3h 41m 44s
휴식 시간 37m 48s
평균 속도 2.0 km/h
최고점 795 m
총 획득고도 523 m
난이도 보통
돌핀샘
양산박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쉼없이 맑은 물 흘러내린다
넘쳐 흐르는 약숫물
풀
나무
짐승
그리고 사람들
마시고 온몸 가득 생기 얻는다
토요일이 장인 5주기 제삿날이라 대구에
내려갈 참이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대구에 가기전에 등산을 할 생각을 하다가 경주여행 계획을 세웠다. 4월 10일 싱가폴 본사 직원들이 한국에 단체로 여행을 와서 둘쨋날인
토요일에 경주구경을 할 예정인지라 사전답사를 할 요량이었다.
금요일 하루 휴가를 얻었다. 원래 금요일
밤에 떠나는 낙동정맥 예약을 취소하고 금요일 아침 일찍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요일 갑자기
사고가 터졌다. 이제까지 수그러들 듯하던 코로나 바이러스 추세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확진자 번호 31번 여성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온 메스컴을 도배했다.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부르는 신천지 교인으로 근래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고
이제까지 알려진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는데 감염이 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 여성이 그 동안 움직인 동선을 추적해보니 청도, 포항, 서울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딱히 어느 알려진 감염자와 접촉한 흔적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급진전되었다. 그녀가
신천지 교인이며 수 천 명이 참석한 예배에 여러 차례 참석하였으며 그들의 예배방식이 조밀하게 앉아 오랜시간 말을 많이 하는 형식이라 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부인하지만) 그녀가 청도의 대남병원에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고 그 대남병원에서는 간호사를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슴이
밝혀졌고 대구의 신천지 교인들의 감염이 확인되었다.
그런 상항에서 대구에 제사를 지내러 간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어 윤이와 상의하여
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후에 전개된 상황을 보면 잘 된 결정이었다. 그 날 미리는 가족 중에 누군가 대구지역을 여행한 사람이 있을 경우 하루에 두 번씩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회사에 휴가를 낸 상태라 대구에 가지 않더라도 윤이와 산행을 하기로 하고 천마산을
찾았다. 작년 늦봄에 간 이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 같다. 혹시
부지런한 복수초나 너도바람꽃이나 노루귀꽃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푼다. 주 초에 많이 내린
눈은 다 녹아서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제 기온이 포근해지기 시작했으니 봄꽃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천마산은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동네산이나 다름없다. 10시 30분 수진사 들머리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평일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주차를 하려는데 남자 한 분이 오더니
주차요금표를 뽑아 준다. 알고보니 작년부터 남양주시에서 관리하는 공영주차장으로 전환했으며 산행시간 약
4시간을 감안하면 종일 주차요금으로 7,000 원이라 한다. 비싸다고 하니 도심의 주차비와 비교하면 저렴한 것이라고 한 술 더 뜬다. 이제까지
내지 않던 요금을 내야 한다니 아까운 생각뿐이다.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산행하기로 했다.
산 초입에는 정말 봄기운이 돋는다. 어디선가
개구리 우는 소리라도 들릴 듯하다.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었다. 며칠 안에 빵하고 터지고 노란 꽃이 활짝 필 그런 기세다. 두 벌
옷을 입었는데도 땀이 배어나온다.
특별히 코스를 정하지 않았는데 갈림길에서 윤이가 꺽정바위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코스는 오르막 경사가 급하지만 정상에 빨리 오를 수 있는 짧은 길이다. 얼었던
땅이 녹아 미끄럽다. 고도가 조금 높아지자 길가에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돌탑을 지나자 왼쪽 음지에 쌓인 눈이 아직 겨울의 경계에 있슴을 일깨워준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귀했는데 늦게나마 잔설을 볼 수 있슴에 감사해야겠다.
그런 감상에 젖어 즐거운 기분으로 한층 기분이 업되어 있는데 길에는 잔설과 얼음이
섞여 발이 미끄러워진다. 그리고 꺽정바위 아래 바위틈으로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에는 얼음이 반질반질하다. 앞서 오르는 윤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로프에 의지하여 힘겨워한다. 바위에
무릎을 찧었다며 투덜댄다. 뒤에 있는 나에게 조심하라며 걱정한다.
꺽정바위를 지나서 아이젠을 신는다. 하나만
가져왔으니 한 쪽씩 나눠 신었다. 양지에는 눈이 다 녹아 없으니 편안하게 전망대까지 올랐다. 미세먼지가 지배하는 세상에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선 풍경이 아름답게 비친다. 우리가
출발한 호평동은 흐릿한 먼지구름에 잠겨 있고 그 왼쪽으로 천마산 스키장에는 늦은 겨울 스키를 즐기는 복받은 스키어들이 설원을 질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늘 마음속에만 담고 있는 천마지맥이 길게 이어진다. 천마지맥과
호평동 사이에는 팔현리와 오남리 저수지도 흐릿하게 보인다. 모두 낯익은 풍경이다. 전망대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정상으로 향한다.
천마스키장
호평동 방향
천마지맥
팔현리 방향 - 멀리 흐릿하게 가남저수지가 보인다.
천마산 정상에는 태극기가 나부낀다. 누가
최근에 갈았는지 주름이 잡혀있는 새 태극기다. 늘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은 금방 헤져서 솔기가 너덜너덜해지게
마련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산 아래
마석과 가곡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멸도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멋드러진 암릉에 줄지어 늘어선 소나무 중에 나무 한 그루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더니 마침내 운명을 다 한 모양이다. 가지에 잎이 하나도 없이 앙상하다.
화도읍 마석리 방향
천마산 정상
가까이 멸도봉과 멀리 철마산
천마지맥
멸도봉
돌핀샘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비탈길은 눈으로 덮여있다.
미끌어지지 않으려 조심조심 내려간다. 돌핀샘에 있는 태극기도 정상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 달아 놓은 것이다. 겨울에도 덮개로 가려놓아 얼지않고 아무리 가문 날에도 마르지 않으며 비가오는
우기에도 넘치지 않는 돌핀샘이다. 설마 돌고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돌핀(dolphin)에서 유래된 것은 아닐터이고 돌핀샘이라는 이르의 유래가 궁금하다.
바위에서 솟아나오는 물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걸까? 샘물은 거대한 바위 아래에서 솟아나온다. 그 바위에는 물참대나무가 자라고 있어 여르에는 아주 예쁜 꽃으로 장식한다. 그리고
바위떡풀과 처녀치마 등 야생화도 많이 자란다. 돌핀샘은 항상 마르지 않고 솟아나 찬마산계곡으로 흘러들어
계곡을 따라 자라나는 풀과 나무를 적셔주고 가남저수지로 흘러간다. 천마산이 야생화의 보고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어쩌면 이 돌핀샘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샘물인지도 모르겠다.
돌핀샘
돌핀샘 아래쪽으로 자라는 나무와 풀들은 가뭄걱정 안해도 된다.
돌핀샘에서는 길이 갈라진다. 천마산 계곡쪽으로
가면 다래농원 가기전에 왼쪽으로 꺽어 한참 올라가야 하는 관계로 우리는 돌핀샘에서 왼편으로 꺽어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기로 했다. 산길이 음지에 있으니 눈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경사가 완만하여
위험하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한 굽이 넘어 천마산계곡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복수초와 바람꽃 등
봄꽃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들렀다가 가자 하니 윤이는 기겁을 하며 말린다. 이렇게 눈이 쌓여있는데
꽃이 있을턱도 없고 배도 고프고 힘도 드니 그냥 내려가자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중간에 계란 두 개 먹은 것이 전부다. 어렸을 때부터 못먹고 자란
탓에 윤이는 끼니때를 넘기면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노랑앉은부채꽃 - 예전에는 군락을 이루었다고하나 지금은 보호를 받으면서도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다 한다.
산행이 다 끝나간다.
내 나이만큼 먹은 나무 - 더 살수도 있었는데 바람에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산을 내려오니 세 시가 다 되어간다. 가까운데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윤이가 알고 있는 식당이 있다며 하남시 고골에 있는 김미자 보리밥집으로 가자고 한다. 30분
걸려 도착한 식당은 때가 지나서 그런지 한산하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꽉 차는 식당이라고 한다. 십여 가지 반찬으로 상을 덮고 배추쌈과 보리밥이 맛있는 집이다.
여러가지 나물반찬에 보리밥이 맛있다. 이 많은 반찬에다 시장반찬을 더 얹었다.
다 먹은 반찬은 더 먹을 수 있다. 빈 접시가 쌓여간다.
배가 터지도록 과식하고 집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밤에는 낙동정맥 산행을 떠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