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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공이 가필에게 날아오고 또 다시 코에 정통으로 맞는다.
다시 개중, 티슈를 들고 가필에게 달려간다.
개중: 때린 데 또 때리냐. 치사하게…….
INT. 가필의 집. 욕실
가필이 웃통을 벗고 욕실 거울 앞에 서 있다.
어느새 가필의 몸에 근육이 드러난다.
여기저기서 제법 그럴 듯한 근육이 솟아난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가필, 억지로 근육을 짜며 이소룡 흉내를 내본다.
Insert
Fade In 되면,
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고 온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다.
EXT. 남산 계단 앞
남산 계단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나란히 서서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는 가필과 승석.
승석은 심각한 표정이고 그와 반대로 가필은 희죽 대며 좋아한다.
가필: 오늘은 좀 어렵겠는데…….요?
승석이 가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EXT. 63빌딩 앞
승석과 가필이 63빌딩 앞에 서 있다.
질린 표정의 가필
승석: 설명 안 해도 알지?
INT. 63빌딩 로비
비상구 출입문 앞에 서 있는 가필과 승석
승석: 스카이라운지까지 30분 이내에 오면 내가 점심 살게.
승석은 가필을 남겨 놓고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가필에게 V자를 그려보이며 씨익 웃어 보인다.
INT. 63빌딩 비상계단
비상계단을 달리기 시작하는 가필.
30층 정도에 이르자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계단을 오르는 가필.
INT. 스카이라운지 로비
비상 출입구가 열리면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은 채 가필이 나온다.
숨을 헉헉대며 승석을 찾는다.
승석이 로비 한 쪽에서 어린 여자애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이좋게 놀고 있다.
지금까지 승석과는 달리 천진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잠시 후,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간다.
승석, 뒤늦게 가필을 발견하고 시계를 보면서
승석: (놀라며) 대단한데?
가필, 헉헉대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승석을 바라본다.
승석: 하지만 3분 늦었어.
가필, 실망한다.
승석, 이온 음료 패트를 가필에게 던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 한다.
가필: 밥은 내가 살게…….
INT. 스카이라운지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는 가필과 승석.
승석은 푸짐한 스테이크이고 가필은 야채샐러드다.
스테이크를 먹는 승석을 가만히 보는 가필.
승석: 또 뭐야?
가필: 자넨 좋은 아빠가 될 거 같아.
승석: 왜 갑자기 감상적이 됐어?
가필: 언젠가 자네 아이들을 꼭 보고 싶어.
승석, 피식 코웃음을 짓고 고기를 씹으며
승석: 짱가가 그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가필, 기분이 상해 인상을 쓴다.
승석: 농담이야.
승석,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승석: (혼잣말처럼) 오늘 트레이닝은 좀 어렵겠는데……..?
가필: (좋아서) 그렇지…….?
이 때, 레스토랑 천정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는 TV모니터에서 '마운틴 듀‘ 광고가 나오고 장면 가운데 개썰매가 눈길 위를 달리는 장면이 보인다.
우연히 함께 그 장면을 보게 되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된다.
EXT. 강변 산책로
아이들이 부르는 징글벨 노래 소리와 함께 커트되면,
카메라, 트래킹 하면서 산타 모자를 쓰고 징글벨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한 명씩 클로즈 업으로 보여준다.
아이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카메라, 빠져 나오면 아이들은 밧줄로 연결된 빨간 고무 대야에 한 명씩 타고 있고, 가필이
앞에서 밧줄을 메고 아이들을 끌고 달린다.
맨 끝 고무대야에는 승석이 타고 있다.
EXT. 거리. 오후
어느 새 눈은 그치고 가필과 승석이 거리를 걷고 있다.
가필은 털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다.
가필의 눈에 다 낡아 헤어진 승석의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가필: 가다가 가게 있으면 운동화 하나 사자?
승석: 이건 운동화가 아니라 스니커즈라 하는 거야.
가필: 하여튼 내가 선물할게.
승석: 괜찮아. 내가 사면 돼.
가필: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래.
승석, 잠시 생각하다가
승석: 그럼 다른 아이들 것도 사줘. 아님 말구.
가필: (걱정) 몇 명이더라…….
승석: 내가 아는 할인점이 있어.
가필: 좋아.
EXT. 나이키 상설 할인 매장. 오후
상가 지역이 아니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상설 할인 매장 앞에 승석과 가필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승석: 늦네…….
가필: 먼저 들어가 고르고 있어.
승석: 안 추워?
가필: (가슴을 쫙 펴보이며) 시원한데 뭐.
승석, 피식 웃는다.
승석: 추우면 들어와. 품 잡다가 감기 걸리지 말고.
승석이 매장으로 들어가고 가필은 매장 앞에서 국민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이 때, 고등학생 몇 명이 매장 쪽으로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가운데 수빈의 모습도 보인다.
수빈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가필을 알아보지 못한다.
학생1: 야, 넌 얼마 꼴았냐?
학생2: 2만원. 넌?
학생1: 난 4만원……. 그 영감 졸라 끈질기네.
학생2: 계속 할 거야?
수빈: (부추기며) 끝장을 봐야지.
수빈과 아이들은 매장 앞에 서서 이야기를 계속 나눈다.
가필, 등을 돌린 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학생2: 난 짱가랑 태욱이랑 붙는 날 올인 할거야.
태욱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가필.
학생1: 넌 몇 분에 걸거야?
학생2: 5분. 그 이상 버티면 기적이다.
학생1: 이긴다에 건 놈도 있냐?
수빈: 당근 빠따……. 없지.
수빈과 아이들 킥킥대고 웃는다.
학생2: (수빈에게) 넌 몇 분에 걸거냐?
수빈: 3분.
가필 혼자 남기고 승석을 따라간다.
눈 길 위에 쓰러져 흐느끼는 가필.
다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EXT. 버스 정류장. 저녁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필이 힘없이 걸어온다.
버스를 기다리던 샐러리맨들이 가필을 힐끔 바라보다가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한다.
가필, 정류장에서 15m정도 떨어진 곳에서 잠시 서 있다가 샐러리맨 줄 맨 뒤로가 줄을 선다.
샐러리맨들, 이상하다는 듯 가필을 바라본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한다.
문이 열리고 샐러리맨들이 버스에 올라탄다.
운전사, 맨 뒤에 서 있는 가필을 보고 놀란다.
가필이 타야할 순서가 되었다.
운전사와 가필의 시선이 마주친다.
잠시 망설이다 버스에 첫발을 올리는 순간, 버스운전사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필이 올라타고 버스문이 거칠게 닫힌다.
힘없이 자리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본다.
/ Fade Out
EXT. 어느 공터
승석과 수빈 그리고 개중이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벽에 기대어 나란히 앉아 있다.
개중: 안 춥냐?
수빈: 마음이 춥다…….
개중: (수빈을 보며) 3분은 좀 심했다.
수빈: 사돈 남말 하시네요. 3분이나, 4분이나…….
개중: 나야말로 완전히 새 됐다.
수빈, 개중 길게 한숨을 내쉬며
수빈: 다시 나올까…….?
승석, 말없이 멀리 허공을 바라본다.
개중, 기가 죽은 표정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개중: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문득 개중이 노래를 멈추고 어딘가를 바라본다.
아이들 모두 개중의 시선을 따라 간다.
잠시 후, 멀리서 가필의 모습이 나타난다.
얼굴에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양손에는 나이키 쇼핑백이 3개 들려져 있다.
가필, 아이들 앞에 우뚝 선다.
아이들, 가필과 시선을 맞추지 못한다.
가필, 아이들에게 쇼핑백을 휙 던진다.
가필: (퉁명) 디자인이 맘에 안 들면 교환도 가능해.
쇼핑백을 받아들고 벙찐 표정으로 가필을 바라보는 아이들.
가필: 그리고 니들 내기…….
아이들 움찔한다.
가필: 돈 벌고 싶으면 잘 결정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가필,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추리닝을 꺼내어 갈아입는다.
아이들, 감동적인 표정으로 가필을 바라보고, 승석은 덤덤한 표정으로 가필에게 다가간다.
승석: 30분 늦었어.
가필이 승석을 보고 씨익 웃는다.
승석: (담담하게) 바보같은 웃음 그만 좀 날려.
가필, 다시 표정이 굳어진다.
Insert
눈이 내려 얼어붙은 나뭇가지에 햇살이 비추고 조금씩 조금씩 눈이 녹아 내린다.
EXT. 어느 공터
가필이 여전히 벽을 뒤로 하고 서 있고 승석은 5m 정도 앞에서 공을 들고 서 있다.
승석은 새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은 고무공이 아니라 야구공이다.
가필, 긴장한 채 승석을 노려본다.
승석: 간다!
승석의 손에서 야구공이 떠난다. / Slow
야구공이 공기를 가르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가필에게 날아온다. / Slow
가필이 허리를 옆으로 꺾으며 공을 피한다. / Slow
승석이 두 번째 공을 집어 든다.
승석의 손에서 야구공이 떠난다. / Slow
야구공이 공기를 가르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가필에게 날아온다. / Slow
가필이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이며 공을 피한다. / Slow
승석, 진지한 표정으로 세 번째 공을 던진다. / Slow
지금까지 세 번의 공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온다. / Slow
가필이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공을 피한다. / Slow
가필이 승석을 보고 빙긋 웃는다. 승석도 따라 웃어준다.
그러다 승석이 재빨리 감춰둔 공을 가필에게 던지자 공은 가필의 이마 정통에 맞는다.
Jump Cut To:
공터에 가필과 승석이 2m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다.
가필의 이마 위에 혹이 나 있다.
승석: 잘 봐.
승석이 복싱 포즈를 취하고 가볍게 호흡을 하며 쉐도우 복싱을 시범 보인다.
펀치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슈웃’하는 소리가 들린다.
완벽한 자세와 빠른 펀치에 가필은 기가 죽는다.
시범을 마치고 승석이 가필을 바라보며
승석: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볼까?
가필: …….
승석: 난 대신 싸우지 않아.
가필이 피식 웃는다.
승석: 태욱이하고 싸워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가필: 글쎄……. (자신있게) 30프로?
승석: …….
가필: 그럼 …….(조금 쫄며) 17프로…….?
승석: 제로야.
가필, 실망한다.
승석: 그럼 어떡해야 할까?
가필: …….
승석: 태욱의 빈틈을 파고 들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태욱이 복싱 챔피언이라는
거야.
가필: …….?
승석: 복싱 챔피언이 되려면 복싱의 룰과 기술을 필사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야해. 그러다보면…….
승석,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승석: 여기가 굳어져버려.
승석, 다시 복싱 파이터 포즈를 취하고
승석: 태욱인 정통파 스타일 복서야. 짱가가 다가가면 거의 백퍼센트 왼손 잽을
던질 거야. 파블로프의 개처럼.
승석이 가필을 향해 날카롭고 빠르게 왼손 잽을 날린다.
승석: 잽은 복싱 세계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격이야.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어떨까?
가필: …….?
승석: 그러니까 짱가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서 태욱이의 펀치가 소용없게 만들면 돼.
근데 태욱일 어떤 세계로 끌어들일거야?
가필, 잠시 고민하다가
가필: 짱가의 세계로…….!
승석이 빙긋 웃는다.
승석: 맞았어. 그렇다면 오늘부터 짱가의 세계를 만들어야지.
승석이 다시 왼팔을 뻗은 채 말한다.
승석: 왼손 잽을 피한 다음 내 하반신에 럭비 선수처럼 태클을 해 봐.
승석, 왼손을 다시 접고 파이팅 포즈를 취한 다음
승석: 자, 달려들어 봐.
가필도 몸을 낮추고 승석을 노려본다.
그러나 승석의 왼손이 의식되어 좀처럼 들어가지 못한다.
승석: 왜 그래? 뭣 땜에 공 피하는 훈련을 했는데?
가필의 시선은 온통 승석의 왼손 주먹에 가 있다.
승석의 왼손 주먹이 축구공처럼 크게 보인다.
승석, 파이팅 자세를 풀고
승석: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가필: 발이 움직이지 않아.
승석: (씨익 웃으며) 공포의 저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승석은 다시 파이팅 포즈를 취한다.
승석: 자 어서 들어와! 힘차게 땅을 박차고!
가필,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박차고 승석을 향해 돌진한다.
순간, 번쩍 하면서 화면은 하얗게 변한다.
다시 화면이 돌아오면 가필은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있다.
승석이 쓰러져 있는 가필에게 다가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