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재 시 ＜덕리헌德里軒＞ 덕리헌에 오셔서 덕리락德里樂을 함께 실컷

[푸른솔]

덕리헌德里軒

-윤동재

청송군 청송읍 읍사무소에 가서

가설건축물 신고하고 며칠 뒤 신고필증 받아

청송군 청송읍 덕리 손바닥만 한 밭에

240만 원짜리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나니

뭐 부러울 게 없었지요

집 이름도 덕리에 있는 집이라

덕리헌德里軒이라고 지었지요

덕리헌 앞에는 매화나무 대추나무를 심고

덕리헌 뒤에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를 심었지요

덕리헌 안에는 호미 삽 괭이도 넣어두었지만

책꽂이 하나 구해

이백 두보 백거이 도연명을 모시고

최치원 이규보 김소월 한용운도 모셨지요

그동안 나무들이 모두 쑥쑥 자라

밭에서 일하다가 지칠 때면

나무 그늘을 부지런히 만들고 바람을 살랑살랑 일으키지요

서로 자기 그늘에서 자기 바람을 쐬라고 하지요

밤에는 책꽂이에 모시고 있는 분들과

밤이 깊도록 문학 얘기를 나누지요

누구라도 덕리헌에 오셔서

덕리락德里樂을 함께 실컷 누려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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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청송읍 덕리 덕리헌 앞 한창 알이 굵고 있는 대추나무 대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