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外
하느님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천진난만한 어린이 같을 거에요
어린이가 하느님이라는 생각
하느님이 어린이이라는 생각
나만의 잘못된 생각일까요
어린이가 바나나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듯
하느님도 바나나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겠지요
철없는 어린것이 이것저것 깨뜨리고 넘어지고 일을 내듯
하느님도 지진 태풍 홍수 이런저런 천재지변으로 일을 내잖아요
나도 바나나나 아이스크림 좋아하고 이런저런 일을 낸다하면
어린이모독인가요
신성모독인가요
20200510
내 몸의 화려한 병력서病歷書
-부모님의 지극정성 아니었으면 어찌 지금 내 몸 있으리
45세 어머니로부터 늦둥이로 내가 태어나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한 황금 같은 이 한 몸
미취학전 무악재 선바위 무당골 무당이 내 몸에 들어와
찰싹 내 몸에 붙은 잡귀를 푸닥거리로 두들겨 패
질기디 질긴 하루거리를 떼어내고
겁 없이 큰아이들과 놀다가 양팔 팔꿈치탈골 팔뚝골절 버드나무보목 대고
진고개 접골병원 접골사 찾아가 강제로 뼈를 비틀어 맞추는데
진통제도 없이 생짜로 아야야 고통을 이겨낸 장하다 정 대구
홍제천서 벌거벗고 첨벙첨벙 물놀이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
오랫동안 중이염을 앓아 면봉으로 고름을 후벼내다가
박봉을 저축하여 불치의 고막 수술을 하고
홍은동 시절 어느 날 목욕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오른쪽 눈이 캄캄절벽
덕분에 급히 세브란스 안과에서 희귀한 망막방이網膜放離 수술을 받고
이름도 유치찬란한 류마티스 척추협착증 퇴행성관절염으로
오십대에 난생처음으로 수차 MRI촬영 판독결과
팔십대 허리라는 대접을 받고 지금까지 고생고생
한국최초 횡개1호로 가슴을 열어 심장판막수술 24시간
인공심폐기로 대리 숨을 쉬며 기적적으로 부활한 정 대구
소화기내과에서 대장내시경검사 뒤 시원하게 용종 3개를 떼어내고
늙어가면서 소변회수가 잦아 비뇨기과 찾아 전립선 벼슬약 복용하고
지금에 와서 약봉타리로 살아가는 내가 내 몸을 반성해본다
보이는 곳 안 보이는 곳에 수많은 칼자국과 흉터
나는 불효자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훼손시킨 불효자*
몸 안에 병을 모시고 사는 내 몸은 귀하신 몸
평생 몸 다할 때까지 이 빚 어이 다 갚으리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명심보감)
20200517
몸살
끙끙끙 앓는 소리
어깨 움츠리고 오그라드는 팔다리
스멀스멀 씀벅씀벅 온몸을 돌아다니며
콕콕콕 송곳으로 쑤셔대는 듯
사대육신 안 아픈 곳 없어
온몸이 불덩어리인데
춥다 추워 덜덜덜
*四大六身 양팔양다리머리몸뚱아리
20200514
물로 생견 난 이 몸 다시 물로 돌아가
우리 몸의 70%이상이 물아라는 사실들
막걸리 소주 양주 고량주 과즙 채소 즙
식혜 콜라 사이다 주스 숭늉 온수 냉수
육수 하얀 물 노란 물 파란 물 빨간 물
백미 흑미 검은깨 푸른 콩 땅콩 옥수수
당근 다시마 칡 파 마늘 고추 조율이시
돼지고기꿩고기 등푸른생선 육해공군이
내 몸 되어 살다가 다시 물로 환원되는
20200517
내 몸의 비밀
나는 병 없인 못 살 것 같아
병을 벗 삼아 약봉지를 끼고 다니며 몰래몰래 복용하고
내과 외과적으로 잇따른 불운과 온갖 병마의 인자들이
익명으로 내 몸과 맘에 달라붙어 사대육신을 들쑤시고 다니며
골치를 후벼파고 팔다리 후려때려 부러뜨린 뼈를 생짜로 들이맞춰
꼿꼿한 채하지만 구부정 휘어진 척추막대 허리 펴고 걷기조차 힘들고
귓구멍 콧구멍에도 칼을 들이대고 가슴도 상하로 열어젖혀
수많은 칼자국과 흉터가 나를 꽃피워주었네
내 몸에 병마가 빠져나갈 때까지
평생 나는 명마를 모시고 튼튼하게 살겠네
20200519
내 몸은 물입니다
내 몸은 물입니다 70%이상이 물 물 물
어머니 태중에서 양수를 먹고 피와 살과 뼈
피부가 향성 되어 10개월 만에 태어난 이 몸
물 없인 살 수 없어 죽어서도 물로 돌아가네.
20200518
첫댓글 선생님도 바나나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일을 낸다하면 어린이 모독이나 신성모독이 아니라 철없는 어린이나 하느님이나 선생님이나 다 같은 수준급. 인간은 다 같은 수준급 아닐까요?
선생님의 몸속엔 어렸을 때 그 무당이 아직 들어앉아 있어 많은 병이 들어와도 잘 버텨 내시는 것 같아요.
우리몸의 70%이상이 물아라는 사실들에서 '물이라는'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