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는 간의 깊숙한 곳에서 시작하여 가는 가지들이 모여서 우측과 좌측의 굵은 간내담관이 되고 합쳐져서 간 밖으로 나오고 이어서 담낭(쓸개)과 연결되는 관과 합쳐져서 총담관이 된다. 췌장에서는 가는 췌관의 가지들이 모여서 주췌관이 되며 주췌관은 췌장의 꼬리에서 시작하여 몸체를 거쳐 췌장의 머리쪽으로 진행한다. 담관과 주췌관은 십이지장 벽의 팽대부라는 곳에서 만나서 0.5~1.5 cm의 공통관을 형성하여 유두부를 거쳐서 십이지장으로 개구된다.
[그림 1] 담도-췌관의 구조
담도를 통해서는 간에서 배설되는 빌리루빈 색소와 분비되는 담즙이 하루 500~2000 cc가 나오며 담즙은 섭취한 음식물 중 지방의 소화를 담당한다. 췌장에서는 하루 1000~2000 cc의 췌액이 나오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분해를 담당한다. 담관이나 쓸개에서는 결석(돌)이 생겨서 담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결석이 하부 담관을 막을 수 있으며, 담관에서는 담관암이 생길 수 있고, 선천성 질환으로 담관의 폐쇄나 확장이 생길 수도 있다. 췌장에서는 알코올의 과다 섭취, 담석이나 췌석, 약물, 그리고 선천성 질환으로 인해 췌장염이 생길 수 있고, 췌장암이 발생한다. 담석증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질환이며 담관암도 염증이나 간흡충(간디스토마)에 의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며, 폭음을 하는 사람이 많고 담석이 흔해서 췌장염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췌장암은 최근에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췌-담관의 내시경 치료를 위한 ERCP 시술
췌장이나 담도의 질환에서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이나 치료는 198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소개 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시술이 되어 많은 개복 수술을 대체하게 되었다. 현재는 각종 췌-담관 질환의 진단에는 내시경 시술이 필수적이며 실지로 담관 결석과 담석에 의한 췌장염의 치료는 대부분 내시경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췌-담관 질환에서의 내시경 시술은 이를 위해 특수 제작된 내시경 즉 측시경을 이용하여 췌-담관이 십이지장으로 개구되는 유두부를 찾아서 육안으로 관찰하고 카테타를 내시경 내의 가는 작업관을 통해 췌관 혹은 담관으로 삽관하고 방사선 조영제를 췌관-담관에 주입하여 방사선 투시 및 촬영을 하여 진단을 하고 필요하면 유두부를 절개하여 담관-췌관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런 시술을 내시경 역행성 담도-췌관 조영술 즉 ERCP라고 한다. ERCP를 이용한 담도질환의 진단 및 치료로는 우선 가장 흔한 것으로 담관 결석의 제거가 있고 그 외에 담관염의 치료를 위한 담액의 배액, 담관암 췌장암 혹은 전이암에 의한 담관폐쇄의 치료, 담관 수술 후의 합병증의 치료, 선천성 이상에 의한 황달의 치료 등이 있다. ERCP를 이용한 췌장질환의 치료로는 담석으로 의한 췌장염의 치료, 췌관결석의 제거, 췌장암이나 만성 췌장염에 의한 췌관 협착의 치료, 췌장염의 합병증에 의한 낭종이나 농양의 배액술 등이 있다.
[표 1] 내시경을 이용한 췌-담관 질환의 치료
그러나 ERCP는 다른 내시경 검사와는 달리 시술이 어렵고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아서 ERCP의 경험이 있는 내시경 시술의사와 여러 가지 장비, 부속기구 및 입원시설이 필요하고, 응급시술이 많기 때문에 ERCP가 가능한 병원도 1~2시간 내에 시술이 가능한 응급팀을 구성해 놓아야 한다. 담도 질환의 내시경 치료 담관결석이나 담관암에 의해 담관이 막히면 윗배의 가운데나 우측에 통증이 생긴다. 흔히 갑자기 통증이 발생하고 토하고 싶은 느낌이 같이 있으며 식사를 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흔히 위경련이나 소화불량으로 오해하기 쉽다. 또 담관의 막힘이 일시적으로 풀리면 증상이 곧 사라지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담관 폐쇄가 1~2일 이상 지속되면 곧 담관염이 생겨서 심한 한기와 함께 열이 나게되고 주의해서 살펴보면 소변색이 짙은 노란색이나 붉은 색이 되어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며 담관염이 동반된 담관폐쇄는 간 농양이나 패혈증이 와서 그냥 두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즉 우측상복부의 통증이 되풀이 되거나 열이 나고 한기가 있고 위장약에 듣지 않으면 소변색을 확인하고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황달이 있는지, 담관의 폐쇄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1. 담관 결석의 치료
쓸개의 결석은 보통 증상이 없이 지내다가 쓸개관을 통해 총담관으로 이동하여 총담관을 막게되고, 쓸개의 결석 없이 담관에서 일차적으로 담석이 생겨서 총담관을 막기도 한다. 담관이 막히면 폐쇄성 황달이 생긴다. 황달이 있는지 처음에는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담관폐쇄로 우상복부에 통증이 생기고 이어 담관염에 의해 오한, 고열이 있게되고 때로는 피부의 근지러움증이 있게 된다. 담관 결석의 치료는 응급을 요하며 ERCP를 통하여 유두부의 괄약근을 절개하고바스켓이나 풍선을 내시경을 통해 담관에 넣어서 결석을 제거하게 된다.
마취 없이 30분 정도의 내시경 시술로 수술 대신 결석을 제거할 수 있으며 돌의 크기가 크면 기계적 쇄석기를 담관에 넣어서 결석을 분쇄 후에 돌을 제거할 수 있다.
ERCP를 이용하면 담관 결석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으며 수술이 거의 필요 없게 된다. 그러나 쓸개의 돌은 이런 ERCP로 제거가 불가능하여 수술을 하여야 하며 요즈음은 복강경으로 수술하면 개복수술을 하는 경우보다 회복이 빠르고 수술의 합병증도 적어서 수술 후 3~4일 만에 퇴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되풀이되는 담관염, 간디스토마 등에 의해 간내 담관의 결석이 흔하며 간내 담관의 결석은 담관 협착이나 간내 담관암을 동반할 수 있다. 간내 담관 결석은 ERCP로 제거가 불가능하며 그 대신 담관경 검사로 담관 결석의 전기수압 분쇄 후 제거가 가능하다.
2. 종양에 의한 황달의 치료
담관암, 췌장암, 간암 그리고 전이암은 간내 혹은 간외에서 담관을 막아서 폐쇄성 황달을 만들 수 있다. 종양에 의한 담관 폐쇄에서는 담관 결석과 달리 서서히 담관 폐색이 생기므로 별로 통증이 없고 담관염으로 인한 고열과 한기가 없이 언제인가 모르게 황달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그 대신에 식욕부진, 체중감소가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피부 근지러움증이 흔하다. 물론 간헐적인 통증이 있기도 하며 약하게 한기가 생기기도 한다. 종양에 의한 담관의 폐쇄는 대부분 악성종양에 해당하며 컴퓨터 촬영이나 초음파내시경 검사를 하면 수술이 가능한지 알 수 있으며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개복에 의한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수술 전 간기능의 회복과 황달의 치료 즉 감황치료를 위해서, 그리고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서는 담액의 배액이 필요하며, 물론 담관염이 동반된 경우도 응급으로 감황치료를 하여야 한다. 일시적 감황치료를 위해서는 막힌 담관에 ERCP 시술에서 내시경을 통해 2~3 mm 정도 내경을 가진 플라스틱 관을 막힌 부분에 걸쳐서 담관에 삽입하게 된다.
삽입 후에 간기능이 회복이 되고 황달이 없어지면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이 불가능한 악성 종양에 의한 담관 폐쇄는 장기적인 치료로 3~4 mm 내경의 플라스틱 관을 삽입하거나 10 mm 내경의 원통형 금속망을 막힌 담관에 넣어주면 담액이 배출되어 황달이나 담관염 없이 환자가 잘 견딜 수 있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심지어는 췌장암의 경우 수술을 받은 환자와 비교하여 기대 생존 기간이 유사할 경우도 있다. 3~4개월에서 1~2년 정도 후에 플라스틱 관이 막히면 교환할 수 있고 금속망은 막히면 그 안에 금속망 혹은 플라스틱 관을 추가로 삽입할 수 있다.
3. 담도 수술후의 합병증의 치료
담도 수술 즉 쓸개 절제술이나 담관 수술, 간 절제술 후에 담관에서 담액의 누출이나 담관 협착이 생기면 과거에는 재수술을 필요로 하였으나 이제는 수술 없이 역시 ERCP를 이용하는 내시경 치료로 해결이 가능하다. 좁아진 담관을 풍선이나 부지로 확장을 하거나 괄약근을 절개하고 나서 플라스틱 관을 삽입하면 누출이나 협착을 한꺼번에 해결 할 수 있다.
4. 기타 담관 질환의 치료
그 외에도 양성 담관 협착으로 경화성 췌장염 혹은 만성 췌장염에 의한 담관 협착, 간디스토마에 의한 황달이나 담관염, 선천성 담관-췌관 질환에 의한 황달, 에이즈(AIDS)에 의한 담관 질환의 경우도 ERCP를 통한 내시경 치료를 이용할 수 있다. 유두부에 선종이 생긴 경우는 대장의 용종 절제술과 같은 방법으로 내시경으로 선종의 완전절제가 가능하다.
췌장 질환의 내시경 치료
1. 담석성 췌장염의 치료
췌장염은 그 원인이 매우 많으나 가장 흔한 원인은 장기간의 과다한 알코올 섭취와 담석증이며 전체 췌장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중에 담석에 의한 담석성 췌장염은 응급으로 내시경 치료가 필요하며 많은 경우에 췌장염의 합병증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담석성 췌장염은 담석이 담관에서 생기거나 쓸개에서 생겨서 담관 아래 부분으로 흘러 내려오다가 십이지장으로 나오기 직전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곳에 끼이게 되면 췌관을 막게 되어서 갑자기 췌관에 압력이 걸려서 췌장염을 초래한다.
이 경우 담석이 췌관과 담관을 계속적으로 막게되면 중증 췌장염과 화농성 담관염이 같이 생겨서 담석을 빨리 꺼내지 않으면 하루 이틀 사이에 패혈증과 전신 장기의 손상을 일으켜 환자는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담석성 췌장염의 치료는 황달, 담관염이 동반되거나 초음파검사나 복부 CT에서 담관 끝에 담석이 있거나 중증 췌장염이면 응급으로 ERCP를 시행하여 유두부의 괄약근을 절개하고 담석을 제거해주면 된다. 췌장염이 진행하지 않으면 2~3일 만에 회복된다.
2.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의 치료
췌장염은 췌장 주변에 여러 가지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췌장염에 의해 염증성으로 췌액이 스며 나오거나 췌관이 손상되어 가성낭이나 채액 고임과 같이 국소적으로 낭종(물집)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도 내시경을 이용하여 낭종에 배액관을 위나 십이지장 쪽에서 넣어 낭종의 물을 빼내어 낭종을 없앨 수 있다. 수술적인 치료법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으며 회복기간도 빠르다.
3. 만성 췌장염의 치료
췌장염이 만성으로 되풀이되면 췌관이 불규칙하게 좁아지고 늘어나서 막히게 되고 막힌 상부는 압력이 높아져서 췌장 손상과 함께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경우도 내시경 시술을 이용하여 췌관을 풍선이나 부지로 확장시키거나 플라스틱관을 삽입하여 통증을 줄이고 췌장을 보호할 수 있다. 췌장염에 의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췌관의 체석을 제거해 주고 플라스틱관을 삽입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담석증과 마찬가지로 췌관에도 결석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췌관의 유두 괄약근을 절개하고 체외충격파로 췌석을 잘게 부순 후에 제거할 수 있다.
4. 췌장암의 치료
췌장의 머리 쪽에 종양이 생기면 췌관뿐만 아니라 총담관 하부를 막아서 폐쇄성 황달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간 손상을 초래하여 전신상태를 나쁘게 할 뿐만 아니라 피부 근지러움증을 초래하며, 담관염을 일으켜서 통증과 함께 황달, 고열을 초래하여 환자가 패혈증에 의해 쇼크에 빠져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췌장 종양에 의해 담관이 막힌 경우도 담관암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촬영이나 초음파내시경 검사를 하여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개복에 의한 수술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수술은 췌장, 담관, 십이지장, 위의 일부를 절개하고 간과 위에 소장을 붙이는 큰 수술이어서 수술의 위험성도 상당히 높다. 환자가 수술을 감당키 어렵거나 암이 진행하여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담관에 금속망이나 플라스틱 관을 삽입하여 황달을 치료해 주면 환자를 편하게 해주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맺 음 말
담관과 췌장에 병이 생기면 그 증상이 위경련, 소화불량과 유사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이 지체되기 쉽고 병원에서도 초기에는 진단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스스로 체했다고 자가 진단하고 민간요법으로 따거나 소화제를 약국에서 사먹고 지내다가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 상복부 복통이 위장약으로 호전이 없던지, 고열, 오한이 동반되면 황달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서 담관이나 췌장의 병이 없는지를 진찰해 보아야 한다. 췌장-담관의 내시경 치료는 ERCP를 이용한 치료내시경술이 기본이며 경험이 있는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담석의 제거, 암에 의한 황달의 치료, 급성 담석성 췌장염의 치료, 췌장성 통증의 치료, 췌장염의 합병증의 치료 등이 가능하다. 이런 내시경 치료는 많은 수술을 대신할 수 있으며 수술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