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과 면이 뒤집어질 때, 우리에게 보이는 면들은 적다 금 간 천장에는 면들이 쉼표로 떨어지고 세숫대야는 면을 받아내고 위층에서 다시 아래층 사람이 면을 받아내는 층층의 면 면을 뒤집으면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복도에서, 우리의 면들이 뒤집어진다 발바닥을 옮기지 않는 담쟁이들의 면. 가끔 층층마다 떨어지는 발바닥의 면들을 면하고,
임대 희망아파트 창과 창 사이에 새 한 마리가 끼어든다. 부리가 서서히 거뭇해지는 앞면, 발버둥치는 뒷면이 엉겨 붙는다 앞면과 뒷면이 없는 죽음이 가끔씩 날선 바람으로 층계를 도려내고 접근금지 테이프가 각질처럼 붙어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때 내 면을 볼 수 없고 네 면을 볼 수 있다 반복과 소음이 삐뚤하게 담쟁이 꽃으로 피어나고 균형을 유지하는 면, 과 면이 맞닿아 있다
어제는 누군가 엿듣고 있는 것 같다고 사다리차가 담쟁이들을 베어버렸다 삐져나온 철근 줄이 담쟁이와 이어져 있고 밤마다 우리는 벽으로 발바닥을 악착같이 붙인다 맞닿는 곳으로 담쟁이의 발과 발 한 면으로 모여들고 있다
면과 면이 뒤집어질 때, 우리에게 보이는 면들은 적다 금 간 천장에는 면들이 쉼표로 떨어지고 세숫대야는 면을 받아내고 위층에서 다시 아래층 사람이 면을 받아내는 층층의 면 면을 뒤집으면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복도에서, 우리의 면들이 뒤집어진다 발바닥을 옮기지 않는 담쟁이들의 면. 가끔 층층마다 떨어지는 발바닥의 면들을 면하고,
임대 희망 아파트입니다. 임대 희망 아파트 어느 천장에서 물이 샙니다. 똑똑똑 쉼표처럼 흘러내리는 빗물을 세숫대야에 받아냅니다. 담쟁이들처럼 벽에 들러붙어서 살아가는 고달픈 삶들이 보이시나요. 그 아파트 바닥에 몸을 누인 인생들이 담쟁이 같지요. 어디론가 옮겨가고 싶지만 옮겨 갈 수도 없는, 그러니 층층마다 떨어지는 삶, 인생, 생활들...
임대 희망아파트 창과 창 사이에 새 한 마리가 끼어든다. 부리가 서서히 거뭇해지는 앞면, 발버둥치는 뒷면이 엉겨 붙는다 앞면과 뒷면이 없는 죽음이 가끔씩 날선 바람으로 층계를 도려내고 접근금지 테이프가 각질처럼 붙어있다
임대 희망 아파트 창과 창 사이에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겨우 날아든 곳이 임대 희망 아파트군요. 그 새는 병색이 완연합니다. 부리가 검게 변하고 있습니다. 뒷면은 그래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세상은 그를 외면합니다. 그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접근금지, 수사 중, 테이프가 자꾸만 생겨나는 각질처럼 붙어있군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때 내 면을 볼 수 없고 네 면을 볼 수 있다 반복과 소음이 삐뚤하게 담쟁이 꽃으로 피어나고 균형을 유지하는 면, 과 면이 맞닿아 있다
그런 임대 아파트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아요. 삐뚤긴 하지만 담을 의지 삼아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균형을 유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어제는 누군가 엿듣고 있는 것 같다고 사다리차가 담쟁이들을 베어버렸다 삐져나온 철근 줄이 담쟁이와 이어져 있고 밤마다 우리는 벽으로 발바닥을 악착같이 붙인다 맞닿는 곳으로 담쟁이의 발과 발 한 면으로 모여들고 있다
벽에 붙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담쟁이를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나 봅니다. 그 존재는 담쟁이의 무엇이 두려울까요? 뿌리도 없이 의지도 없이 벽에 가까스로 몸을 붙이고 살아가는 담쟁이의 무엇이 두려워 사다리차까지 동원해서 베어버렸을까요? 한 면으로 모여 손에 손을 맞잡으면 아무도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철근 줄도 끊어버리는 악착같은 민중의 힘을 두려워하는 거지요. '비가 새는 판잣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희망을 두려워하는 거지요.(갑자기 이 시를 읽고 나니 노찾사가 불렀던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임대 희망 아파트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임대 아파트와 일반 분양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불신이 있어서 심지어 바리케이드를 치고 산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거든요. 임대 아파트 애들은 통로를 막아놓아서 학교도 멀리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첫 행이 '면과 면이 뒤집어질 때, 우리에게 보이는 면들은 적다'라는 말은 서로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데, 어떻게 서로를 알 수 있을까요?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우리는 계층이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1층, 2층, 꼭대기 층. 저마다 사는 곳이 다르죠. 하지만 꼭대기 층이라고 바닥에 몸을 누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1층, 2층이 없다면 꼭대기 층도 없겠죠죠.
사실, 저의 시 감상이 터무니없을 수가 있습니다. 정현우 시인이 이 글을 보면, '뭐야? 이 사람? 정말 제멋대로군! 이런 걸 분석이라고 해 놓은 거야?' 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습니다. 시답잖은 글이지만 글을 쓰고 읽고 하다 보니까, 정현우 시인과 '서로이웃' 관계가 되었습니다. 비록 인터넷이라는 장소이긴 하지만 신춘문예 당선 시인과 소통하게 되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영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 올리기가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시는 이미 정현우 시인을 떠났고 제 마음속에 이렇게 쏙 들어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