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영웅이 되기 위해 아가를 보내주다
홍 부인은 그가 이 말을 할 때 히죽히죽 웃으며 조금도 공손한 빛이 보 이지 않는 것을 보고 쯧쯧 하더니 말했다.
[그대는 먼저 화청 주위의 병졸과 장수들을 물리치도록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좋지요. 그 일이야 쉬운 노릇이 아넙니까? 부인께서는 먼저 손을 내려 놓으십시오. 그러면 내 즉시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홍 부인은 말했다.
[그대는 이곳에서 명령을 내리도록 해.]
위소보는 어찌할 수가 없어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대청 밖에서 임무에 응하고 있는 총독, 순무, 병부상서, 호부상서들은 모두 들으시오. 모든 병졸과 장수들은 물러갈 것이며 이곳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소.]
홍 부인은 그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호통을 쳤다.
[무엇이 병부상서이고 호부상서야?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군.]
그녀는 다시 힘주어 그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부르 짖었다.
[아이쿠, 아파 죽겠네!]
바깥에서 병졸들을 거느리고 있던 벼슬아치들은 위소보가 총독이니 상 서니 하였을 때 이미 의심을 하였는데, 그가 크게 아프다는 소리를 내 지르자 대뜸 수십 명의 손에 칼과 창을 든 병졸들을 이끌고 대청 안으 로 달려들어와 일제히 물었다.
[흠차대인, 무슨 일입니까?]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닐세! 아이구 엄마야!]
장수들과 벼슬아치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발을 어떻게 놀려야 할지 몰랐다. 홍 부인은 속으로 화가 나서 손을 쳐들고 찰싹 위소보의 따귀를 갈겼다. 위소보는 크게 부르짖었다.
[아이쿠! 어머니! 아들을 때리지 마십시오.]
흥 부인은 위소보가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갈보라고 욕을 하 는 것이란 사실을 몰랐지만 그가 그토록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손을 쳐들고 다시 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등뒤의 천종(天宗) 과 신당(神堂) 두 혈이 대뜸 시큰거리며 마비되어 자기도 모르게 오른 팔을 맥없이 내려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홍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누가 자신의 혈도를 짚었는가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등뒤에 자 기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바로 방이가 아닌가! 홍 부인은 냉소했다.
[방 소저, 그대의 무공은 훌륭하군.]
그녀는 왼손으로 재빨리 방이의 눈을 찌르려고 했다. 방이는 부르짖었 다.
[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아니라고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홍 부인이 다시 재차 공격을 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등뒤에서 두 손이 빠져나와 그녀의 왼팔을 얼싸안는 것이 아 닌가! 바로 목검병이었다. 목검병은 크게 부르짖었다.
[부인, 우리 사저가 그대를 짚은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홍 부인의 혈도를 짚은 사람이 바로 쌍아였음을 알고 있었다. 모동주는 손을 쳐들더니 목검병에게 일 장을 내리쳤다. 다행히 그녀에 게는 이미 내력이 없어 목검병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 모동주가 두 번 째로 손을 들어 치려고 했을 때 방이가 손을 뻗쳤다. 아가는 네 명의 여자가 한데 어울려 싸우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침대 위에서 내려서고 자 했다. 그런데 오른쪽 다리를 막 이불 속에서 꺼내었을 때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즉시 몸을 움츠렸다. 위소보는 그녀의 왼발을 잡고 말했 다.
[가지 마시오.]
아가는 힘껏 발길질을 하며 외쳤다.
[이것을 놓아라.]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가 어디 짐작해 보시지, 놓을까? 놓지 않을까?]
아가는 매우 다급해져 몸을 돌려 한 대의 주먹을 내실렀다. 위소보가 슬쩍 비키자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증유의 왼쪽 뺨을 때리고 말았 다.
[그대는 어째서 나를 때리는 거예요.]
아가는 말했다.
[미....미안해요....]
사과를 하려는 그 순간 방이에게 그만 일 장을 얻어맞았다. 삽시간에 침대 위는 소란이 벌어지게 되어 일곱 명의 여자들은 마구잡이로 때리 고 다투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천하에 커다란 소란이 일어나고 군웅들....아니 군자(窘 雌)들의 혼전이 벌어진 셈이로군!) 그는 이 틈에 손으로 장난을 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내려앉았다. 이렇게 되차 침대 위에 있던 여덟 명 은 서로의 몸뚱이가 상대방의 손과 다리를 내리누르는 꼴이 되었다. 일 곱 명의 여자들은 일제히 날카롭게 소리쳤다. 장수들과 벼슬아치들은 이와 같은 광경을 보고 그만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이 딱 벌어졌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웃으며 사람들 틈에서 기어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왼쪽 다리가 누군가에게 붙잡혀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는 부르짖 었다.
[모두 손을 놓으시오! 장수들과 관원들은 모두 나의 크고 작은 마누라 들을 일제히 잡도록 하시오.]
장수들과 관원들은 침대 주위를 빙 둘러서기는 했으나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위소보는 모동주를 손가락질했다.
[이 늙은 갈보는 바로 국사범이오. 절대 그녀를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되 오.]
장수와 관원들은 더욱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이 여자들이 저분의 크고 작은 마누라일까? 또 국사범은 무엇 이며, 다른 두 명은 왜 친위병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지?) 그러나 그러한 말들을 어찌 위소보에게 물어 볼 수 있겠는가! 즉시 누 군가 칼과 창으로 모동주를 겨누었고 또 다른 사람이 모동주를 잡아 일 으켰다. 그리고는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 위소보는 홍 부인을 가르켰다.
[이 부인은 나의 윗사람이오. 하지만 우리들은 그녀에게도 수갑을 채우 도록 합시다.]
장수들은 더욱더 이상하게 생각하며 홍 부인에게 수갑을 채웠다. 홍 부 인은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쌍아에게 두 곳의 혈도를 짚힌 터 라 반신이 시큰거리고 마비되어 반항하기가 어려웠다. 쌍아와 증유가 그제서야 사람들 틈에서 기어나왔다. 어젯밤에 겪은 일을 상기하고 그 녀들은 얼굴을 붉혔으나 또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한 모양이었다. 위소 보는 방이를 손가락질했다.
[그녀는 나의 큰 작은마누라이외다.]
그는 또 목검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작은 작은마누라인데 큰 작은마누라는 수갑을 채우도록 하고 작은 작은마누라는 그럴 필요가 없소.]
장수들은 방이에게 수갑을 채웠다. 흠차대인이 잇달아 이상한 말들을 지껄였으나 그들은 흠차대인의 그러한 말들을 많이 들어온 바가 있는지 라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때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아 가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고 옷 매무시는 단정하지 못했다. 남자의 옷차림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는데, 그녀는 두 손으로 장포의 아 랫자락을 꼭 잡고서 밖으로 드러난 매끈하고 희디흰 두 다리를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두 뺨을 붉히고 있었다. 병졸들과 장수들은 똑같이 생각했다. (흠차대인의 이 몇 명의 크고 작은 마누라들 가운데 이 마누라가 제일 아름답구나.) 이때 위소보가 말했다.
[그녀는 내가 정식으로 매파를 두어 맞아들인 본부인이요. 내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도록 하지.]
그는 두어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마누라, 일어나도록 하시오.]
그는 손을 뻗쳐 부축하려고 했다. 갑자기 철썩, 하는 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어느새 흠차대인이 얼굴에 심하게 따귀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이었다. 아가는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대는 틈만 있으면 나를 못살게 굴더니 마침내....마침내.... 나를 짓밟았어요! 차라리 그대는 나를 죽여요! 나는....나는.... 살고 싶지 않아요!]
장수들과 관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아연해 하지 않는 자가 없 었다. 흠차대인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구타를 당하였으니 그야말로 장 수들과 관원들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였으며 또한 모든 사람들이 직책 을 다하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흠차대인을 구타하고 모욕한 사 람이 바로 그의 본부인이니 앞으로 나아가 막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 이고 그렇다고 호통을 내지를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위 소보는 얻어맞은 쪽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그대를 아까워서 어떻게 죽이겠소? 마누라는 화를 내지 마시오. 내가 즉시 정 공자를 죽이도록 하겠소.]
그는 큰소리로 물었다.
[여춘원에서 잡아온 그 남자는 어디에 있느냐?]
한 명의 좌령이 대답했다.
[도통께 알립니다. 그 녀석은 손과 발에 수갑을 채워 잘 지키고 있습니 다.] [매우 좋아. 그가 만약 도망을 치려 한다면 그의 왼쪽 다리를 자르고 다시 그의 오른쪽 다리도 자르시오....]
아가는 놀라 크게 부르짖었다.
[안....안돼요....그의 발을 자르지 말아요....그는....그는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도망친다면 나는 정 공자의 두 손을 자르도록 하지.]
그는 방이와 목검병 등을 한번 훑어보고는 말했다.
[나의 이 큰 작은마누라와 작은 작은마누라들이 만약 도망을 친다 해도 정 공자의 귀와 코를 자르도록 하게나.]
아가는 다급해져 말했다.
[그대는....그대는 이 여인들과 정 공자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예요? 이 여인들의 일에 어째서 그를 탓한단 말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 상관이 있소. 나의 이 여인들로 말하자면 하나같이 화용월태인데 정공자는 색골이오. 그가 이 여인들을 한번 보게 된다면 좋지 않은 마 음을 품을 것이 아니겠소?]
아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억지를 쓰는구나!) 그러나 위소보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인 줄 아는지라 무슨 말을 해 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가는 다급한 김에 다시 울음을 터뜨렸 다. 위소보는 말했다.
[수갑을 채운 후에 이들을 모두 억류하도록 하여 잘 지키시게. 발에도 쇠사슬을 채우도록 하게. 그리고 다시 주방에 분부하여 주연을 차리도 록 하게나. 수갑을 채우지 않은 훌륭한 소저들은 이곳에서 나와 더불어 술을 마시게 될 것이야.]
친위병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아가는 울었다.
[나는....나는 그대와 더불어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요. 그대는 나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해요.]
증유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나갔다. 위소보는 말 했다.
[어! 그대는 어디로 가시오?]
증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대는....그대는 정말 염치가 없군요. 나는 다시 그대를 보지 않겠어 요.]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져서 말했다.
[어째서?] [그대는....그대는 어째서라고 묻는 건가요? 이 여인이 그대에게 시집 을 가려고 하지 않는데 억지로 몸을 빼앗다니! 그대가 대관이라 해서 이토록 백성들을 못살게 굴어도 된다는 것인가요? 나는 처음에 그대 가....그대가 영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그런데 알고 보니 어떻단 말이요?]
증유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감싸더니 말했다.
[나는 모르겠어요. 그대는....그대는 나쁜 사람이지 좋은 사람은 아니 에요.]
울면서 그녀는 화청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두 명의 군관이 칼을 들이대며 앞을 막고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가 대인을 모욕하다니? 가지 못한다. 흠차대인의 처분을 기다리도 록 해 라.]
위소보는 증유의 그와 같은 꾸지람을 듣게 되자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 는 기쁨에 휩싸여 있다가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의 말에도 일 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오랑캐의 대관이 되고 나서 그 권 세를 믿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그야말로 이야기꾼이 말하는 간신들 이나 고약한 토호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내가 영웅이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증 소저, 그대는 들어오시오. 내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증유는 고개를 돌리고 가슴을 펴며 말했다.
[제가 그대에게 죄를 지었으니 그대는 저의 목을 치는 것이 좋겠어요.]
쌍아는 그녀와 교분이 두터운지라 재빨리 말했다.
[증 언니, 화내지 마세요. 상공은 그대를 죽이지 않을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소. 내가 만약 그녀들에게 강요하여 나의 마누라로 삼 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얼굴을 알록달록하게 칠한 간신이 백성의 여자들 을 억지로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소. 그야말로 삼소인연(三笑姻緣) 가 운데 왕노호(王老虎)가 남의 신부를 빼앗은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오.]
그는 손가락으로 아가를 가리키며 친위병들을 거느리고 달려온 좌령에 게 말했다..[그대는 이 소저를 데리고 나가게. 그리고 그 정가라는 남 자도 놓아 주게.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부가 되도록 하게.]
이 말을 하였을 때 그는 마음이 여간 아프지 않았다. 그는 다시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갑을 풀고 그녀 역시 놓아주게. 그녀로 하여금 그녀의 다정한 사람 인 유 사형을 찾아가도록 하게. 아! 나의 본부인이 간부와 놀아나고 있 으니 나의 큰 작은마누라 역시 간부와 놀아나도록 만들어 줘야지. 제기 랄! 내가 무슨 흠차대인이고 도통대인이야? 나야말로 자라대인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었구나.]
좌령은 그가 신경질을 부리는 것을 보고 놀라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빨리 저 두 여인을 데리고 나가게.]
그 좌령은 대답하고는 아가와 방이를 데리고 나갔다. 위소보는 두 여인 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여간 아쉽지 않았다. 그런데 방이와 아가는 고개 한번 돌리지도 않고 나갔으며 한마디의 고맙다는 인사말도 없었고 고맙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증유가 두어 걸음 나가 며 나직이 말했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대는....그대는 저를 벌하는 게 좋겠어 요.]
온유한 표정 속에는 크게 미안하다는 빛이 서려 있었다. 위소보는 대뜸 정신이 번쩍 들어 즉시 환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았소, 맞았소. 내 확실히 그대에게 벌을 내려야겠소. 쌍아, 소군주, 증 소저, 그대들 세 명은 훌륭한 소저들이요. 자, 우리 안으로 들어가 서 이야기나 합시다.]
그는 세 소녀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다정하게 정담을 나누려고 했 다. 그런데 화청 입구에서 한 명의 군관이 들어오며 말했다.
[도통대인께 아룁니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홍 교주의 명을 받았다고 하면서 도통대인을 뵙기를 청합니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말했다.
[뭐가 홍 교주이고 녹 교주인가? 만나지 않겠네, 만나지 않겠어. 빨리 쫓아내게.] [예.]
그는 한걸음 물러서더니 다시 말했다.
[그 사람은 그의 손에 두 남자가 있는데 도통대인이 데리고 있는 두 여 인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두 여인과 바꾸겠다고?]
그는 홍 부인과 동지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멍청이로군. 이와 같이 좋은 물건을 내 어찌 바꾸고자 한단 말인 가?] [그렇습니다. 비직이 가서 그를 쫓아보내죠.] [그는 어떤 남자들과 바꾸겠다는 것인가? 제기랄! 남자가 무엇이 좋다 고 그러지? 남자와 여자를 바꾸자는 수작을 생각해 내다니 참 용하군!] [그 사람은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라마와 한 명의 왕자인데 모두 다 도통대인의 의형제라고 했습니다.]
위소보는 아,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상결 라마와 갈이단 왕자가 홍 교주에게 잡혔구나.)
[라마와 왕자를 내가 인계받아서 어디에 쓴단 말인가? 자네는 가서 그 녀석에게 이 두 여인으로 말하면 설사 이백만 명의 남자를 데리고 와 바꾼다 해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게나.]
그 군관은 잇따라 그렇다고 말하고는 뒤로 물러가려고 했다. 위소보는 증유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에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내 마누라를 풀어 주 고 그녀들로 하여금 그녀들의 정부와 노닥거리도록 해주니까 비로소 나 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흥!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밑천을 들인 셈이군. 갈이단과 상결 라마 두 사람은 어찌되었든간에 나 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인데 내가 그들을 바꾸어 오지 않는다면 반드시 홍 교주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홍 부인을 억류해서 무슨 소용이 있 겠는가? 그녀는 정말 아름답기 이를 데 없지만 나와 영원히 선복을 누 리려 하는 것도 아니고 수명이 하늘처럼 높게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 다. 제기랄! 색을 중시하고 친구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영웅호걸이 아니지.) 위소보는 호통을 내질렀다.
[잠깐! 그대는 가서 그에게 홍 교주가 두 사람을 석방해 주면 나도 바 로 홍 부인을 되돌려주겠다고 하게. 이 부인으로 말하면 화용월태로 서 시와 양귀비보다 뛰어난 인물로서 이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네. 나의 목을 자른다 하더라도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 으나 그가 데리고 있는 두 남자와 바꿈으로 해서 그에게 크게 은혜를 베푸는 셈이지. 다른 한 여인은 형편없지만 놓아줄 수 없단 말이야.]
그 군관은 대답을 하고 나갔다. 홍 부인은 줄곧 얼굴을 굳히고 있다가 이때서야 웃음을 띄우고 입을 열었다.
[흠차대인께서는 과연 영웅호걸이시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부인, 그대야말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데 어찌 겸손한 말씀을 하십 니까? 우리는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죠. 그리고 이미 밑천을 까 먹었으니 끝까지 밑천을 까먹는 방향으로 하겠소이다. 먼저 물건을 보 내고 나서 돈을 받기로 하죠. 거기 누구 없느냐! 빨리 내 상사의 수갑 을 풀도록 해라.]
그는 열쇠를 받아서 친히 흥 부인의 수갑을 풀어 주고 그녀를 모시고 나갔다. 대청에 이르렀을 때, 그 군관은 육고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 다.
[육 선생, 그대는 부인을 잘 모시고 돌아가도록 하시오. 부인, 속하는 삼가 그대 어르신이 승리를 하여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축하드리오며 그대와 교주께서 영원히 선복을 누리고 수명이 하늘처럼 길게 되기를 기원하겠소이다.]
홍 부인은 호호거리며 간드러진 웃음을 흘렸다.
[흠차대인께선 벼슬이 높아지고 재물도 두둑하게 쌓이기를 빌며 수명은 남산보다 길고 간드러진 처와 아름다운 첩들을 거느리고 만대에 걸쳐 공후장상이 되시기를 빌겠어오..]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벼슬이 오르고 재물을 긁어모으기는 쉬우나 간드러진 처와 아름다운 첩을 거느리는 것은 어렵지.]
그는 큰소리로 분부를 했다.
[주악을 울려라. 그리고 손님을 전송하되 교자를 준비하여라.]
풍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그는 친히 대문 입구까지 전송하여 홍 부인이 교자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홍 부인이 탄 교자가 떠나고 위소보가 막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 앞에 다시 커다란 한 채의 교자가 들이닥쳤다. 바로 양주부 지부가 방문하는 것이었다. 위소 보는 손에 들어왔던 미녀들이 하나하나 떠나가는 것을 보자 마음이 여 간 괴롭지 않아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대는 왜 또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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