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사항;-새벽부터 비 천둥번개 강풍. 아침에 조금 갬
-하루종일 구름과 안개와 바람과 꽃. 침이 솟는 약?
-반바지에 샌들에 빨간 스타킹 부자팀
-대사들 ; 백신종. 백슬기. 주재위 모두 세사람.
산행그림
새벽 1시 창문 흔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숙소 옆 가로수들이 휘파람을 분다. 후둑후둑 빗방울을 날리며-어쨌든 비는 고맙고 반갑다. 산에 들지 못해도 좋으니 밤새 내려라 기도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오랜만에 산에서 보내는 밤이라 들뜨기도 새롭기도 하다. 이보다 더 팔자 늘어진 인간 있으믄 나와 보라 그러라며 뒹구는데, 새벽 4시 반, 모닝콜이 울리누먼- 슬기가 얼마나 피곤한지 전화기만 들었다 내려놓고 다시 취침이다. 천둥 번개 번쩍이며 하늘과 땅 온 산하를 다 찢는 듯하다. 틀렸구나. 산행대신 어디로 시남시남 봄비 맞으며 취해 볼까 궁리하며 다시 지친 잠 속으로..
아침 7시 반, 이럴 수가-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하늘과 땅 사이 삼라만상이 밤바람과 소낙비에 목욕 재계하고 음기를 뿜으며 우리 맞을 채비로 다소곳 길을 열고 있다. 올갱이 해장국으로 어제 낮 산행독과 밤 술독을 풀고, 곧장 이화령(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을 경계 지우며 소백산맥의 허리춤으로 대간상의 조령산과 갈미봉 사이의 해발548m 고개)으로 올랐다. 어제나 다름없이 똥굼기가 가렵다. 무얼 바라 달리는지 욕망의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터널 속으로 빨리듯 질주한다.
09:15 짙은 안개 속 이화령 표지석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산불감시초소를 비켜 9부 능선 길로 들어갔다. 비 온 뒤의 아침 공기가 어제의 피로를 씻어낸다. 오랜만의 비라 생명 있는, 없는 모든게 살아 숨쉬는 듯하다. 비 온 뒤 솔숲 해발 600m-음이온이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시간인 갑다. 자연의 비타민이라기도하는 음이온 마시기가 웰빙붐을 타고 열풍인 갑더라. 대개 지구촌의 장수마을 입지가 이곳과 유사한듯더라. 10여분 산책로를 걷듯 나아가면 덜강길이 나온다. 누가 돌을 쪼아 놓은 듯 길게 돌 너덜 길이 이어지고 출발 30여분, 능선 공터 헬기장이 나온다. 위험지역 제1지점 표지판이 깨끗하게 꽂혀있다. 능선 오른쪽은 온통 소나무요 왼쪽은 쭉쭉 뻗은 참나무 군락이다. 꼭 줄을 대고 인공 조림을 한 것처럼 지들끼리 질서 정연하다. 그래도 소나무가 끝장엔 참나무에 진다는데...소나무는 민족정기가 스며있는 나무인데. 소나무 박사가 많이 나와 천년송 만년송을 키워 우거진 솔밭을 후손에게 물려주길 간곡히 호소하는 바임. 다시 10분쯤 솔잎향에 취해 나아가다 능선 길을 버리고 조령샘으로 이어지는 길을 잡는다.
조령샘은 가뭄에 상관없이 사철 물을 쏟아낸다. 대간 길 들어 덕유서봉의 석간수와 이곳의 수량이 변함이 없고 맛 또한 일품이다. 일부러 물 마시러라도 가보라. 발품이 전혀 아깝지 않을 터...플라스틱 바가지가 다 깨어졌는데, 뒤에 드는 길손 바가지 몇 개 가져와 걸어 놓을 사. 글구 샘터 뒤에 뭐라고 써놓은 샘자랑 글귀는 도무지 난해해 알아 삭힐 수가 없으니 이 또한 좋은 글귀로 바꾸기 바람. 누구에게? 뒤에드는 길손이랬잖여. 샘아래에서 제1관문 주차장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고 유턴 하듯 왼쪽으로 급하게 꺾어 경사진 길을 잡아 15분 가량 오르면 잣나무 새잎이 뾰족뾰족 내미는 능선 헬기장에 이른다. 전망이 일품이련만 가랑비가 옷깃을 적신다. 비구름이 잔뜩 찌푸렸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사방 경계의 구분 없이 발끝산행이 시작된다. 헬기장에서 20분,
조령산 정상은 있는데 운무속 조령산은 뵈질 않는다. 표지 석엔 1,017m로 표시되어 있는데 근간의 지도엔 1,026m로 되어있다. 산도 키가 크는가 보다. 11:00구름이 온갖 조화를 부리며 멀리 가까이 암봉들을 제 맘대로 가렸다 오므렸다하며 길손의 맴을 흔들어 놓는구나. 역시 홀라당 벗고 다 보여 주는 것 보다는 보이다 마다 사라졌다 나타나는 이 신묘함. 안개의 조화가 검고 흰 태초의 늪으로 깊이 빠지게 하누나. 징검다리를 뛰어 넘듯 햇솜 탄 이불바닥위를 축지법으로 지나듯, 크게 고소 공포증 없이 밧줄과 온몸으로 건너뛴다. 재위는 군 생활 야무지게 했는지 가볍게 잘 나가는데 뒷눈으로 보니 슬기는 무섬증을 버리고 따라 붙느라 고생이 역력하다. 원래 담이 약한 체질이기도 하지만 따샤 후방에서 일년에 유격 한번 때우는 걸로 속이 차냐. 지금까지 우회 길을 크게 3번 정도 돌았다면 이젠 암봉들의 연속이지만 우회보다는 능선 바위 길 택하는 게 안전하다. 정면행진-밧줄이 바위마다, 나무마다 묶여져 있다. 하늘과 땅을 묶는다. 곧추 인간이 무겁게 걸어 간다.
12:15 신선암 꼭대기는 정말이지 신선 외에는 오를 수가 없는 길이다. 이 길 오르는 사람은 모두가 신선이라. 하얀 바다에 섬처럼 달랑 암봉만 몇 보이고 온통 솜사탕이다. 신선이 노니는 곳에, 시대의 지성이 고뇌하며 걷다 잠시 숨 모두어 명상하는 신선암봉에 까장 붙여 놓은 스텐레스 광고판이란 게 이게 무엇인고. 공명이인가, 무슨 선관위 로고를 그려 놓고는-"정상에 오르면 내마음이 안정되고 공명선거로 올바른 대표자를 선택하면 국민의 생활이 안정된다."- 1588-3939 괴산군선거관리위원회. 대단한 논리의 비약이다. 암만 계도도 좋고 공명도 좋지만 이건 정말 낯 부끄러운 일이다. 적어도 신선봉에 오르는 사람들에겐 전혀 당찮은 소리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이런 미개의 흔적이 판을 치는가. 그러나 어찌하랴, 이나라 정치는 미개에서 한발짝도 앞서지 못하고 있으니...ㅉㅉㅉ. 정말 좋은 기분 보듬고 내려가렸는데 마음 한 켠 많이 구겨져 찜찜하다. 그 중심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 못한 내 생의 반경도 문제이지만...기분전환? 용으로 공명이 홍보판을 잡고 사진 한 컷하고 밧줄에 몸을 맡기고 미끄러진다. 그래도 선관위의 종횡무진에 갈채를 보내야지. 짜자자 짝짝.
어제는 K-2비브람에 온겨울 먼지가 소복하게 쌓이길래 오늘은 아예 샌들을 신고 오르내리니 발바닥이 따갑다. 12:50-923봉을 스쳐 지나지만 전혀 사위를 조망할 길이 없어 바위만 오르내리다, 암만해도 날이 개긴 틀린 듯하여 13:35 늦은 점심자리를 폈다. 밀용초폭포 갈림길 삼거리직전이다. 삼각김밥에 라면이라. 첨 보고 먹어보는 삼각김밥의 맛과 종류에 놀랐다. 이게 일본아이들 전매특허라는데 더욱 놀랐다. 참 무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쉬며 즐기며 여유롭게 산행을 하기로 작정했더니 아예 눈 안엔 아무것도 보여 주질 않누만. 14:20 점심을 마치고 1시간쯤 마루금으로 내 닿으니 깃대봉 가는 길 안내판이 서 있다. 821.5봉을 지나 25분쯤 내려 앉으니 조령=문경새재=조령 제3관문이라. 조령약수가 철철 넘친다.
군막터 건너 관문 비켜에서 어울리지 않게 오리소리 개소리가 시끄럽다. 더 보태어 대전에서 온 초등학생500여명이 병아리 소리를 내며 7km아래 제1관문에서부터 걸어올라 오는데 놀랍다. 금이야 옥이야 얼러 키운 자식들을 비맞혀 걸리다니. 청소년수련원 위탁 프로그램으로 보조 선생님들이 고생을 하며 밀고 끌며 몰아 제3관문을 통과하여 괴산군 연풍쪽으로 내려간다.
관문뒤쪽 철문을 두고 검표르하는경상북도 도립공원 매표소(571-5639)의 직원들이 아주 매서워 보이기도하고 지쳐 보이기도 한다. 매표소 몇 발짝 앞에 또 현수막이 휘날린다.
-문경시 공무원은 배짱부리고, 괴산군 공무원은 눈치만보고, 연풍주민 고사리 주민 똥물만 먹고- , -문경시는 돈만먹고, 괴산군은 쓰레기만 먹고, 연풍주민은 똥물만 먹고, 문경시는 각성하라.- 2003.11. 15 괴산군민. 연풍 사랑회.
그래, 길게 말할게 뭐 있나. 한마디로 돈! 돈 아닌가? 이 산에 드는 입장료 수입을 나누어 갖자는 것인데 경북 문경에서 몽땅 챙겨 삼키니(20여년전부터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차량통행을 막고 옛 길들을 복원 하였음. 고갯길 양옆을 유심히 보면 배수로가 없는데 폭우가 쏟아져도 땅속으로 다 스며들게 길을 닦았단다. 자갈+소금+숯+모래+통나무 등등으로 기초를 다졌다니...) 괴산쪽은 붉힐 수밖에. 담은 얼마라도 나누어 가지면 좋으련만 택도 없는 소리란다.
차길 우선으로 자유를 누리는 동네보다 철저하게 차량통행을 없애고 사람 걷는 길로만 고집하니 이게 진짜 자유롭고 사람의 길이라 돈이 되는 것 아닌가!
에라 인간세 태초에서부터 어지러움으로 이어지니 군막터 건너 비탈에 앉아있는 "백두대간 하산의 주막"으로 무거운 다리 끌고 올라 대간 파전과 동동주에 목을 축인다. 좋다! 대간 마루금에서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술~ 마시자~, 마시자~ 우리나라 술~ 술~ 술~!!! 쥔 아주머니 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미리 묏탉 한 마리 시켜 놓고 하산하는 건데 오늘은 틀렸다. 남남쪽 섬의나라? 월남전 참전 영웅 쥔 아저씨 산사람 황병주 형은 한달 전에 아깝게 술은 끊었다지만 농땡이다. 헨드폰은 잘 안열리지만 019.9731.1191 이고 유선 054)572-0790이다.
일박이일 산행을 마무리 해야는 구나. 갈 길이 멀다. 사는 게 뭔지. 황형 프라이드에 얹혀 충주쪽 소조령-새터-연풍-이화령에 당도하여 이별, 이별 고하고 둥지 찾아 3번 국도만 타고 거창까지.
문경새재
: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
풀이 우거진 고개, 또는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 새로 된 고개등의 뜻으로
새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에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사적 제147호)
을 설치하고 국방의 요새로 삼았다. 문경읍에서 서북쪽으로 깊은 협곡을 따
라 3.5km 가면 조선 숙종 34년 (1708년)에 쌓은 영남 제1관문인 주흘관문에
이르며 3km 더 가면 제2관문인 조곡관, 이곳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제3관문
인 조령관이 있다. 이 일대를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문경의 3관문을 품고 있는 주흘산(1,106m)은 관문까지의 험한 계곡에 이루어
진 풍치가 매우 뛰어나며, 여궁폭포, 혜국사, 용추, 원터,교구정터 등의 명소
가 있다. 최근에는 KBS 촬영장이 들어서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첫댓글가슴째기기 일보직전의 산행기라서 그런지 가슴이 아프네요.대간님 각자 마다 특색있는 산행기 이지만 쇠북님은 쓴돈 하고 먹은것 특기 사항들이 양념 처럼 잼있게 올려 지네요.대간님들 비를 몰고 다니시는지 비가 자주 오네요. 빨리 완쾌하셔서 다시 산행기 올려주시고 쇠북소리 쩌렁 쩌렁 울려 주셔야지요.
첫댓글 가슴째기기 일보직전의 산행기라서 그런지 가슴이 아프네요.대간님 각자 마다 특색있는 산행기 이지만 쇠북님은 쓴돈 하고 먹은것 특기 사항들이 양념 처럼 잼있게 올려 지네요.대간님들 비를 몰고 다니시는지 비가 자주 오네요. 빨리 완쾌하셔서 다시 산행기 올려주시고 쇠북소리 쩌렁 쩌렁 울려 주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