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추리고 모자라서 뒤집어 쓰고도 부족해서 끼우고 덧신어서
뒤뚱뒤뚱 찌우뚱짜우뚱 굼벵이 용쓰듯 남극에 팽귄걸음걸이로
지새던 겨울자락이 물러가기 바쁘게 봄의 전령이 여기저기다
복수초야 지근에서는 보기어렵지만 발빠른 사진쟁이들은 홀로
보기 아깝다고 이곳저곳 사진을 올려놓고 노루귀니 바람꽃이니
이름도 생경스러운데 내 전화기에도 들어왔으니 가까이에서
즐겨보는 매화니 목련은 이름도 내밀기 어줍잖더라도 활짝이라
하늘하늘 가지 친 줄기에 쓸려나가지 않고 용하게 붙어서 몇 가닥
매화향이 나긋하련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니 눈으로 맡아야 하고
고혹적인 하얀자태 밤하늘 달빛에 견주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내 눈에는 더 맑고 아름다우니 맨날 보는 매혹의 달빛이 질투하는지
찡그린 얼굴로 눈알 휘둥거리는지 슬쩍 흐릿하니 내 가슴이 짠하다
어디 봄이라고 초록의 초목만이겠는가 이름 모를 새들도 짝짓기에
여념이 없고 고양이나 개들도 암수 가려가면서 으르렁대는 소리에
밤낮으로 귓청을 두드리고 오늘은 손 없는 날(?)인지 아침부터 이웃
동네 이사를 가고 오느라고 오르락내리락 콘도라 움직이는 소리에
소리치는 사람소리에 놀란 이웃집 강아지 깨갱거리고 소음인지
사람사는 모습인지 ...
겨우내 숨바꼭질하며 둥지를 틀겠다는 비둘기 한 쌍은 내가 얼마나
엄(?)하게 했던지 포기하는듯 윗집으로 옮겨가더니 윗집 마나님의
가차없는 퇴거명령을 거부하다가 부서진 둥지 흩날리는 꼬락서니를
물끄러미 안스럽게 눈알을 꿈벅거리는데 내 가슴이 다 척척하더라니
약삭빠른 비둘기는 측은지심의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하였던가
잠시 틈을 준 적도 없었다 싶은데 어느날 갑자기 에어컨디셔너 실외기
틈사이에다가 둥지도 틀지 못하고 알부터 낳고 부화를 하겠다고 품고
앉았으니 애처로워하는 내 눈초리를 알았다는 시늉인지 내다보아도
고개만 갸웃할뿐 날아갈 기세라곤 눈꼽만큼도 없으니 내 맘을 읽어버린
저런 영물을 뉘라서 닭대가리니 새머리니 비하한단 말인가
아무렴 새끼치고 날아갈 때까지는 퇴거유예조치다
첫댓글 에고! 고 비둘기가 어느새 구멍을 발견했군요?
틈새는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식물도 동물이랑 눈치 천 단은 넘을텐데,
웃집을잘 아는터라 옳다구나 하고 인정상 내치지는 않겠지 하고 알부터 보였네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도
약삭빠르게 눈치있는 사람은
여럿 중에서도 구멍을 잘 알기에 이용하는 잽쌈을 보이지요.
옛날 젊을적엔 저도 당해 본 일이 지금도 오롯이 기억하고 있답니다.
가끔은 약삭빠르고 눈치 빠르게 살고 싶어도 하는 짓이 굼뜨고 더딘지라 그러지도 못하고 그러나 은근히 끈기있게 오래도록 묵은 장맛처럼 살자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궁벽하고 황량하기 그지 없지 않나 자책한답니다 ㅎㅎ 고단수 눈치로 약삭빠른 비둘기는 오늘도 제가 보던말던 제 깃털에 머릴 쿠-욱 쳐박고 시늉도 안 하시누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