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서울 종로 피맛골 거리의 생선구이 골목. 최소 10년 이상 생선을 구워온 구이의 대가들이 불의 강약 조절, 생선을 뒤집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저마다의 솜씨를 자랑한다. 와이셔츠에 생선 냄새가 배는 것에도 괘념치 않고 차례를 기다리는 넥타이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동네마다 위치한 조개구이 집은 저녁이면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놀이공원이나 극장에서 사람들의 손에 언제나 들려 있는 버터구이 오징어는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거리. 이런 것을 보면 생선, 조개, 오징어 등은 구웠을 때 가장 맛과 향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등어, 꽁치, 삼치 등의 등 푸른 생선은 가격도 저렴하여 서민적인 분위기가 나는 생선구이 전문점의 단골 메뉴다. 붉은 살 생선의 대표 어종인 연어 역시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만 뿌려 구워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맛있다. 연어의 머리구이는 어두육미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는 요리인데 특히 양쪽 볼살은 미식가들도 격찬을 아끼지 않는 부위. 가자미, 굴비, 옥돔, 조기 등의 흰 살 생선은 곧바로 굽는 것보다 바람이 잘 드는 그늘진 곳에 걸어 꾸덕꾸덕하게 말린 다음 구워야 비린내가 나지 않고 생선 살이 쫄깃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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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의 연체류와 관자, 조개, 새우 등도 구이에 빠질 수 없는 재료. 특유의 고소함으로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구워야 씹는 맛이 더 부드러운데 이때 꽃소금을 발라 문지르면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불 위에 오래 두면 질겨질 수 있으니 투명한 살이 하얗게 익는 순간을 놓치지 말 것. 조개를 구울 때는 대합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익는 동안 조개껍데기가 솥의 역할을 하여 육즙이 그 속에 고이게 된다. 조갯살을 골라 먹은 다음 아래에 고인 국물을 ‘쪽’ 빨아 마시면 농축된 바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새우는 껍데기째 구워야 맛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으며 관자를 구울 때는 2~3등분하여 속까지 다 익히도록 한다. 구이를 할 때 최대 관건은 재료가 가진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정성을 들여 구운 생선에서 육즙이 흘러나와 접시가 축축해진다면 최고의 맛을 기대하기 힘들다. 종이 타월로 해산물의 겉을 잘 닦은 다음, 열판을 충분히 달군 후 재료의 껍질 쪽부터 올리고 표면이 바짝 익었다 싶으면 불을 줄이도록 한다. 이때 뒤집는 횟수가 적을수록 좋다. 프라이팬보다는 그릴, 그릴보다는 석쇠에 굽는 것이 수분이 덜 생긴다. 그릴이나 석쇠에 살이 들러붙는다면 올리브오일이나 식용유를 불판에 바르면 된다. 프라이팬을 이용할 때는 밀가루나 녹말가루, 부침가루를 살짝 묻힌 다음 뚜껑을 닫지 말아야 바삭하게 구울 수 있다. 재료를 태우지 않고 속까지 익히려면 몸통에 칼집을 내고 타기 쉬운 부분에 소금을 뿌린다. 벌어진 틈으로 열이 전달되어 훨씬 빠른 시간에 살을 익혀주며, 소금은 간을 해주는 역할 이외에 열이 생선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어 타는 것을 방지해준다. 꽁치처럼 통째로 모양을 살려 구이를 할 때 두께가 얇은 꼬리 부분이 쉽게 타버리는데 이때 꼬리 쪽에 소금을 넉넉하게 뿌리면 폼 나게 생선을 구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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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에 간이 알맞게 배게 하는 것도 맛있는 구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루에 1천 마리 이상의 생선을 굽는 전문점의 경우 적당한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어 생선을 담가놓는다고 한다. 등 푸른 생선을 구울 때는 1~2시간 전에 소금을 미리 뿌려놓아야 간이 잘 배고 수분과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짜지 않고 담백한 고등어 구이로 잘 알려진 생선구이 전문점 해림(02-555-5567)에서는 고등어를 굽기 전 소금물에 6시간 동안 담가두는 것이 비법이며, 20년 이상 된 피맛골의 금성식당(02-765-3701) 역시 미리 생선에 소금 간을 해둔다. 삼치는 굵은 소금을 뿌리고 굴비는 소금물에 담가 하루 동안 두는 것이 좋다고. 소금 외에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양념하면 더욱 다양한 맛의 해산물 구이를 먹을 수 있다. 간장을 쓸 경우에는 정종, 맛술, 생강즙을 함께 졸인 소스를 생선을 구울 때 반복하여 발라주면 촉촉하면서 간이 골고루 밴 구이가 완성된다. 매콤한 고추장 양념은 주꾸미, 오징어, 새우 등에 잘 어울리는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할 뿐 아니라 맛도 좋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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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의 강약 조절이 힘들 때는 생선과 열원 간의 거리를 이용해 익힌다. 2. 해산물은 구웠을 때 가장 맛있다. 연어·참치 등의 붉은 살 생선, 삼치·꽁치 등의 등 푸른 생선 등은 구이에 제격이다. 대합, 오징어, 새우 등도 구이에 빠질 수 없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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